비가 전혀 섞이지 않은 싸락눈인 것 같아 아름다워..



싸락눈  김선우
 
 
싸그락싸그락 싸락눈 내리는 밤하늘엔 마른 눈송이들 부딪는 정전기가 별똥처럼 반짝이고
소녀는 그런 하늘이 그렇게나 좋았다
 
싸락눈은 마른눈 싸락눈 내리는 밤은 마른 밤……
눈이 늘 젖어 있는 어미를 다독이며 소녀가 싸락싸락 노래 불렀다
 
일기장 펼쳐 빈 페이지 가득 싸락눈을 받는 게 좋았다 싸락눈은 마른눈 공책이 젖지 않지 싸락눈 털어낸 노트에 침 발라 연필 꼭꼭 눌러가며 병을 앓고 있다 쓰지 않고 병과 싸우고 있다고 쓰는 게 또 그렇게나 좋았다
 
쟁쟁쟁 챙강챙강 차릉차르릉 싸락눈 부딪는 소리 밤하늘에 가득하면 외롭지 않은 밤이라서 좋았다
 
부딪히고 멍들면서도 저렇게 예쁘구나 살아 있어라 살아서 반짝이는 싸락눈을 받을 테야 정전기 이는 밤하늘 한 칸을 반듯한 모눈종이로 간직하고픈 소녀는 싸락눈 내리는 밤을 오려 심장 깊은 방문에 붙여두었다
 
질척이는 젖은 날들 속에 싸륵싸르륵 마른날이 심장 제일 깊은 부적처럼 나부껴서 소녀는 그렇게나 눈이 검고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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