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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느끼는 건데 "이 쪽" 계열 사람들은 생긴 게 죄다 007 시리즈의 빌런일 것처럼 생겼읍니다.
에른스트 윙거도 그렇고 율리우스 에볼라 보십쇼 완전 코믹북 빌런입니다 진짜
암튼 이 양반의 유명작인 <서구의 몰락>은 너무 길고 비싸고 산만하대서 안 사고 대신에 좀 더 짧고 싸고 요지가 분명하다는 이 책을 산 것인데
확실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뭐랄까 문명 붕괴론의 딱 표준이다? 하는 느낌. 그리고 그걸 설득력 있게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형태학이라는 현대의 독자들에게는 의심스러울 방법론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예요.
일단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봅시다.
1. 동물의 기술
슈펭글러는 "기술"이란 말을 동물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세계를 통제하고 세계에 자신을 주장하기 위해 사용하는 삶의 전략이라고 규정합니다.
요컨대 사슴도 찰지게 도망가는 도망가기의 기술이 있고 개미도 세레브한 집을 만드는 집짓기의 기술이 있다 이 말이에요
헌데 이 중에서 육식동물의 기술, 슈펭글러가 "눈의 기술"이라고 부르는 이 기술은 독특합니다.
육식동물은 천적을 잘 감지하기 위해 양 옆에 눈이 달려 있는 초식동물과는 달리 정면에 눈이 달려 있읍니다. 세계를 명확하게 자기 앞에 둠으로서, 육식 동물은 세계를 자기가 주체적으로 약탈할 것을 탐지하고 달려가 사냥하는 정복의 대상으로 보게 됩니다.
동물의 기술은 기본적으로 타자와 투쟁하는 전략인데 육식동물은 그 중에서도 더더욱 공격적으로 타자와 투쟁하는 것입니다. 물론 인간 역시 이러한 "눈의 기술"을 가진 육식동물에 속합니다.
2. 손의 기술
자 근데 좃간 원숭이들이 사냥꾼식 눈만 가졌느냐? 아니죠 이 새키들은 "손"이라는 걸 또 갖고 있읍니다.
"손의 기술"이 특이한 게 뭐냐면 눈의 기술이 어디까지나 이론적 차원인데 반해 손의 기술은 실천적이라는 겁니다.
좃랑이 게이들이 사냥감을 자기 눈 앞의 정복의 대상으로 둔다고 해봤자 결국 이는 인지의 영역에서만 그럴 뿐입니다. 반면에 손은 실제로 사냥감을 조지고 부십니다.
이걸 슈펭글러는 불의 예를 통해 간단히 설명합니다. 눈의 기술만을 가진 자는 불이 나타나는 인과를 관찰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어내는 건 손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눈의 기술이 원인과 결과의 논리라면, 손의 기술은 수단과 목적의 논리가 따른다 이말입니다.
3. 인위적 기술의 출현
앞서서 동물도 기술을 쓰긴 한다고 말했읍니다. 자 근데 쓰레기죠? 왜냐?
"하지만 그 녀석...... 창조가 없잖아.......?"
키사마아아아아앗!
그렇습니다. 동물의 기술은 자기 종족의 "본능"과 강력하게 유착된 것으로, 시대를 지나도 바뀌지 않고 자기가 본인 의도대로 "발명" 혹은 "창조"해낸 것이 아닙니다.
반면에 인간은 발명하고, 그렇기에 나타나는 게 뭐냐면 기술을 실현시킬 "도구"를 제작하는 기술과 그 도구를 사용하는 기술의 분화입니다. 동물따리들은 양자의 구분이 거의 흐릿하그든요.
이것이 바로 "손의 기술"의 시대입니다. 베이스드한 차드들이 지배하는 시대. 각 개인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자신들만의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시대. 문화가 비로소 시작되는 시대.
그러나 이 공격적인 정복자들은 이걸로 만족하질 않습니다. 자신의 태생적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새로운 기술을 모색하기 시작하지요. 그것이 바로......
4. 두뇌의 기술
이 두뇌의 기술이란 것은 말하기와 기획으로 대표되는, 신체와 완전히 결별한 정신적인 기술을 말합니다. 말하는 기술, 외교학, 법률, 그런 것들 말입니다. 이것들은 개인의 신체를 넘어서 대규모의 인력 동원을 가능하게 하면서, 개인의 신체의 규모로는 할 수 없었던 대규모의 작업을 하기 시작합니다.
슈펭글러는 이를 두고 "거인"의 출현이라 얘기합니다. 종족의 기술에서 벗어나 개인의 기술을 발달시켰다가 다시 사람이 개인이 아니라 집단에 귀속된 것입니다.
이 "거인"은 이제 전나 강력해졌습니다. 그러자 이전까지 기술은 어디까지나 자연의 재료를 약탈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아예 자연의 대체품, 요컨대 인간의 조작이 따로 없어도 돌아가는 영역들을 지들이 직접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기계 기술의 탄생입니다.
5. 좃됨
그리고 바로 이 순간, 인간이 거인에게 종속되고 기계 기술이 부상하는 순간이, 문화가 문명으로 변하는 순간이 인간이 몰락하는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이제 손의 기술을 쓰는 이들은 두뇌의 기술을 쓰는 자들의 단순한 노예로 전락해가기 시작합니다. 바빌론의 거대 건축물을 짓는 노동자들 대부분은 그 건축물의 의의와 목적 같은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걍 안 하면 모가지 날라가니까 하는 거지. 이들의 기계에 대한 분노는 날이 갈수록 커집니다.
이제 손의 폭동이 일어납니다. 파업, 자살, 폭동 등........ 그러나 이들이 승리해도 그 다음 길은 암울합니다. 이미 기계화된 거대한 세계를 작은 손이 다스릴 수는 없는 것입니다. 결국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구분이 일어나게 됩니다.
사람들은 기계에 종속되는 게 싫어 원시적 삶을 낭만화하는 도피적 경향을 띠게 되고, 기술 발전은 계속해서 더 많은 사치를 발생시킵니다.
그가 가장 우려한 것은 기계 기술의 배반인데, 뭔가 하면 여태까지 서구 세계를 발전시켰던 기계 기술이 오히려 동방 세계의 투쟁을 위한 도구로 쓰이게 될 가능성입니다.
그는 이미 일본이 근대화를 완료해 러시아를 전쟁에서 이기는 것을 보았습니다. 비서구 세계 역시 바보가 아닌 이상 이 강력한 파우스트적 힘을 서방을 조지기 위해 사용할 것입니다. 그런데 서방과의 차이는 이들은 서방이 발달시킨 근대 정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계를 어디까지나 서방을 조질 수단으로서만 본다는 것입니다.
서방이 기계 기술이 낳은 도피적 경향에 취해 방황하는 동안 비서구 세계가 그들에게 배운 기술의 힘으로 서구를 끝장내고, 기계 문명을 유지할 역량이 없는 비서구 세계는 기계 문명을 결국 또 파괴하게 되는, 그렇게 이집트, 바빌론이 그랬듯이 근대 서구도 완전히 "몰락"하는 것. 이것이 슈펭글러의 가장 큰 우려였읍니다.
음...........
슈펭글러는 해결책 같은 걸 제기하지 않습니다. "걍 당당히 좃됨을 맞이하라"라고 하면서 글을 끝내지요.
(그러면서 정작 본인도 프로이센식 사회주의 어쩌구 하면서 신질서 건설을 얘기하긴 했읍니다만)
그렇지만 저는 에른스트 윙거의 대답을 더 좋아합니다.
<필레몬과 바우치스>라는 에세이에서, 윙거는 기계 문명이 인간의 "죽음"을 "사망"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지적합니다. 어떤 서사의 결말로서의 죽음이 아니라, 우연한, 몇 퍼센트 확률 사고로서의 "사망".
이렇듯 문명이 거대해질 수록 세계 전체를 조망하고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이든 사고와 결함의 발생 확률 역시 커지게 됩니다. 기계 기술 역시 완벽하지 않고, 크기가 커질 수록 스스로를 통제하는 데 실패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윙거는 인간 스스로의 정신에 눈을 돌립니다. 그는 정말로 이 사망을 만든 것은 제약받지 않는 정신, 기술로 자신의 어떤 형이상학적 비전을 실현하려는 정신이라고 말합니다.
닫혀 있지 않은, 무제한적으로 열려 있는 인간의 의식은 거대한 자신의 이념을 세계에 투영하면서 이와 같은 죽음을 우연한 것으로, 무한으로의 행진 중에 밟혀 죽은 벌레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가 요청하는 것은 그와 반대되는 "닫힌" 정신입니다.
이제 "무한"과 "무제한"의 구분, 무한한 기술 앞에서도 무제한적이진 않은, 닫혀 있는 표상을 가지는 정신이 기술의 무한한 진보 앞에서 요청됩니다.
이 닫힌 표상은 분명 에른스트 윙거가 노년기에 집중했던 고대 시대의 유기체적인 세계관의 견지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것은 기술의 결함을 용납하지 않는, 기술의 완벽화를 향한 열정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윙거는 보수주의적 정신이 오히려 미래주의적 발전과 합일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완벽한 기술 문명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념은 실현되지 못할 지라도 여전히 현실에 영향을 끼칩니다.
고전적인 닫힌 세계의 표상을 위해 끊임 없이 기계의 결함과 씨름하는 인간의 부단한 노력. 오직 이 노력에서만 기계에 짓이겨지는 인간이 새로운 세계관 속에서 놓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저가 읽은 논문 저자는 이걸 "정신적 거인주의"라고 부르더군요.
우리 문명의 앞길이 어떻게 될까요? 그건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멸망이 다가온대도, 거인은 전진할 것입니다. 그게 좋든 나쁘든.
위의 여러 주장들은 동의하지만 기계가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난 동의하기 어려운게, 기계란게 결국은 인간이 하기 어려운 것들을 인간 대신 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들이란 말이지, 하지만 기계의 재밌는 점은 결국 사람이 조정을 안하면 안된단 거지, 즉 기계가 자체적으로 독립하여 움직일 수 없단거지, 난 그래서 AI도 결국은 인간의 유지보수가 필요하기에 인간의 종속하에 있을 수 밖에 없단 것이고 본문엔 없는 듯 하지만 기계의 출현으로 인해서 인간이 많은 부를 거머쥐었고 동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등해졌다는 것도 인정함. 하지만 고도의 기계도 결국은 인간의 조정이 없다면 쓸모가 없어짐 모든 기계는 결국 인간의 손을 타야지 작동되는거지. 난 기계가 독립할 수 없다고 생각함
아 슈펭글러가 얘기하는 건 절대적으로 그렇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늬앙스이긴 함. 완전히 독립적인 기계는 저 책에서도 나오지 않음. 독립적 기계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는 시몽동 같은 사람이 설득력 있게 얘기한 것 같드라. 그것도 일리 있는 얘기라고 생각함 - dc App
인간 없이는 기계가 작동 불가능하다는 것도 그냥 인간의 오만이지, 로봇공학, 나노공학, 생명공학이 충분히 발전하면 인간 없이 작동하는 기계도 충분히 가능함.
물론 마지막의 통제부분은 동의함. 지금 자본주의로 인해 이뤄진 여러 거대한 부를 과연 인간이 완전히 컨트롤 할수 있는가?? 그래서 경제학자들이 있지만 세상은 경제학의 논리로만 돌아가지 않지. 이 이상은 정떡이 될거 같으므로 여기서 멈추겠음 여튼 인간은 좆됨.... 그건 맞을듯
재밌다. 축음기 영화 타자기 이런거 좋아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