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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모든 것은 거대한 농담의 연속이며, 위대한 역사의 움직임 속에 우리는 속절없이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때는 1948년의 동유럽, 공산주의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조금이라도 그를 거스르는 것은, 심지어 농담일지라도-그것이 정말 그 이념에 대한 한치의 의심이 존재하지 않는 마음에서 나온 순수한 농담인지는 접어두고-허용하지 않고 꺾어버리는 절대적인 역사의 폭력성. 그리고 그 역사의 폭력성이 개인을 어떻게 파괴해버리고, 그 파괴된 개인이 타인을 다시 어떻게 파괴하려 하는지(루치에, 헬레나..) 엿볼 수 있었다. 덧붙여, 그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역사라는 것은 시간이 흐른 뒤에는 정말 하나의 농담이라는 듯이 그 존재를 감추어버린다는 것도, 그리고 그 탓에 이 모든 것들은 수없이 반복된다(코스트카와의 대화 속에서 나온, 칼뱅의 말이 곧 법처럼 떠받들여지던 중세 유럽에서 처형된 청년의 이야기만 들어보아도 알 수 있듯이)는 것 또한. 그렇다면 그 반복되는, 거대한 농담들이 파괴하고 지나간 잔재들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이겨나가야, 살아나가야 하는가? 만약 그에 대한 방도가 없다면, 우리는 그저 그 농담들에 순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일단 두 번째 자문에 대해서 자답하자면, 내 생각에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인간은 끊임없이 처음 목표했던 것에 도달하려 하지만, 거대한 의지는 그것을 번번히 틀어막고 다른 방향으로 틀어버리고는 만다. 그리고 그 꺾여버린 방향 속에서도 끊임없이 적응하고 투쟁하며 살아나가는 것. 결국엔 처음에 목표했던 방향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끊임없이 살아가는 삶의 아이러니. 그게 진짜 삶이 아닌가. 그것이 삶의 본질이 아닌가.
첫 번째 자문에 대해 답하고 싶다. 루드비크는 그 파괴된 잔재 속에서 올바른 방향을 잡지 못했고, 십수년간 그 방향으로 생각했던 것이 십오년 전의 역사의 거대한 의지를 대표하던 존재, 제마네크에 대한 증오였다. 그리고 그 증오는 헬레나와의 불륜을 통한 제마네크에 대한 복수로 구체화된다. 그렇다면 루드비크는 그 복수를 완수하였는가? 그럼으로써 자신을 뒤덮고 있던 그 파괴의 흔적을 떨치고 일어났는가? 그렇지 않았다. 그 복수를 마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루드비크는 깨닫는다. 자신이 증오하였던 그 십오년 전의 제마네크, 역사라는 거대한 농담을 대표하던, 백여 명의 자신을 비난하던 당원들 앞에 당당하게 서서, 그들을 대표하여 자신에 대한 비난을 퍼붓던 그 존재는 그저 시간 속에 뒤덮여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는 예전의 농담처럼. 지금의 제마네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을. 자신이 십오년 전의 루드비크와는 정말 다른 존재인 것처럼. 그 순간 루드비크가 느끼는 것은 허무였다. 그러고는 자신이 복수하기 위해서 농담처럼 했던 헬레나에 대한 일련의 사건들을 문장 몇 마디로 정리하려 한다. 이는 다시 헬레나를 파멸로 이끈다-마치 십오년 전의 자신이 한 농담으로 인해 파멸한 것처럼-이번에 파멸시킨 것은 자신이 아니라 타인. 이번에는 제마네크가 아닌 자신이 그 역사의 거대한 농담의 표상이 된 것이다. 이 아이러니조차도, 결국 삶이 아닐까.
다시 돌아가서, 루드비크는 그 허무감 속에서 무엇을 택하였나? 자신의 가장 오래되고 친한 친구인 야로슬라프에 다가가서, 그가, 냉소주의적인 태도로 ‘원래’ 민속 예술이 향하여야 하는 것들을 주창하며 야로슬라프의 악단의 행보를 비난해대던 그가-재미있는 것은 야로슬라프 또한 그 시점에서 민속 예술 축제의 초라해진 모습을 보고 회의감을 느꼈다는 것. 과거의 그 찬란하던, 결핍을 느낄 수 없었던 그 순수한 축제의 모습을 그리워하며, 지금의 축제는 죽은 것이라는 것을. 자신이 최후의 왕임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역시 삶은 아이러니의 연속인 듯하다-야로슬라프에게 부탁한 것이다. 자신도 야로슬라프의 악단과 함께 연주하게 해 달라고. 그리고 루드비크와 야로슬라프는 연주하며 가장 오래된 것들에 다가선다. 역사에 휘말리지 않았던, 가장 근원적이고 오래된 기억과 가치. 다른 모든 것들은 제쳐두고, 오로지 본인들만을 위해 연주하고자 했다. 루드비크와 야로슬라프의 이 연주에는 목적이 있었는가? 없다. 그저 그들은 허무함 속에서 자신들의 내면에 자기 자신들을 의탁했을 뿐이다. 예술이라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해방하고자 하는 행위이다. 예술을 통하여, 인간은 비로소 긁혀서 상처나고, 이내 부딪혀서 깨지고, 사방으로 퍼지고 튀어버린, 그 잃어버린 것들, 자신의 가장 근원적인 것들에 다가선다. 외부의 모든 문제들을 그 순간에는 잊음과 동시에.
정말 오랜만인지 아니면 처음인지, 아무튼 간만에 정말 마음을 울리는 작품을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베스트셀러에 밥먹듯 오르내리는 이른바 ‘요즘 감성’, ‘요즘 트렌드’를 담은 책만 읽었던 것 같은데, 얼마나 많은 시간들은 안경도 쓰지 않은 채 뿌연 시야 속에서 보냈던 건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의 기억에 강렬히 남아있는 것들은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담고 있기에 남아있는 것이라는 것을 왜 몰랐을까. 여러모로 내 시야를 트이게 해 주어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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