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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걱정 마세요! 부탁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총알은 장전해두었습니다. 지금 막 열두 시를 알리는 종이 울립니다! ,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로테! 로테, 잘 있어요! 안녕!”

-베르테르의 마지막 말


  독붕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작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필자는 이번에 이것을 과제로 읽게 되었다. 괴테의 이름이야 <파우스트>로 인해워낙 유명하고 친숙한 작가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작가가 괴테였는지는 이번에 필자는 처음 알았다.     

  베르테르, 작품이 쓰였던 시기의 문학사조 슈트룸 드 드랑(질풍노도)에 걸맞은 인물이다. 문제는 너무 걸맞은 나머지 거의 정신병자와도 같은 면모가 있다는 것이다. 알베르트와의 대화에서 볼 수 있는 자기 파괴적인 사상과 너무나 예민한 감수성, 그리고 자기 생각과 맞지 않으면 배척하고 거부하는 배타성까지. 흔히 말하는 싸가지 없는 신입사원에 조울증을 끼얹은 듯한 인물이다. 그의 모든 고통은 거의 그의 성격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될 정도다. 하긴, 이 작품의 제목 자체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니 예정된 수순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와 대비되는 인물이 두 명 있으니 바로 로테와 알베르트다. 실로 건전, 긍정적인 인물들로 로테의 경우 거의 성녀와 같은 존재감을 뿜는다. 만일 단테의 <신곡>보다 이 작품이 더 유명했더라면 문학계의 성녀는 베아트리체가 아니라 로테였으리라. 알베르트는 그런 로테의 약혼자로서, 정말 건실하고 훤칠한 당시대의 이상적인 젊은이를 그린듯한 모습이다. 로테만한 인물의 반려에는 어떤 사람이 어울리는지 작가 괴테도 잘 아는 모양이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요약하자면 이미 약혼자가 있는 몸인 로테를 사랑해버린 베르테르의 고통스러운 짝사랑 이야기다. 베르테르는 그녀의 곁에서 기뻐하기도, 열광하기도, 때론 좌절하고 도망치기도, 분노를 느끼기도 하면서 계속 그녀의 주위를 맴돈다. 마치 행성을 도는 위성처럼 말이다. 로테에 대한 마음을 끊어내기 위해 도시로 도망쳐 일하면서도 베르테르는 끝내 로테에 대한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로테 곁으로 돌아오고 만다. 이 과정에서 로테와 알베르트가 베르테르의 감정을 눈치 못 챘으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 점에서 약혼자 사이인 그들이 어째서 베르테르의 존재를 용인했는진 모르겠지만, 뭐 그건 그들이 대인배라서 그랬다고 하고 싶다.

  베르테르와 로테의 관계는 마치 촛불에 가까워지는 나방과도 같다. 베르테르가 로테에게 빠져 점점 더 가까워지고 마음을 빼앗길수록, 결코 로테와 이어지지 못한다는 자신의 처지로 인해 베르테르는 더욱 미치고 사랑에 갈증을 느낀다. 정말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인 부분은, 로테와 베르테르가 이어지는 일말의 가능성조차 없다는 것이다. 로테는 알베르트와의 결혼에 이견이 없고, 베르테르 쪽으로 기우는 듯한 기색도 없다. 로테에게 베르테르는 그저 말이 잘 통하는 친구일 뿐이다. 알베르트는 베르테르보다 훨씬 더 건실하고 성실한 청년이고, 인품도 나무랄 데없는 데다 로테를 깊이 생각해주고 있다. 베르테르가 로테와 이어지려고 시도하는 것은 이 이상적인 상황을 방해하려는 사보타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베르테르의 비극이고 슬픔이었다.

  필자는 예전 짝사랑해본 경험이 있는 입장으로서 이 작품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베르테르처럼 집착에 가까운 광기 있는 연심은 아니었기에 베르테르를 정신병자처럼 보는 시각은 변함이 없지만, 세상 어딘가에선 이런 고통스러운 짝사랑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짝사랑은 본인은 물론이고 주위에도 민폐다. 이 작품은 가상의 청자 빌헬름에게 베르테르가 편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내가 빌헬름이라고 생각하면 베르테르에게 진즉에 좀 작작 보내라고 편지를 보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정작 베르테르의 연심의 상대 로테에게도 피해가 돌아갔다는 게 가장 큰 실책이다. 정말로 로테를 사랑한다면 자신의 죽음으로 로테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지 생각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자신의 죽음으로 로테에게 자신이라는 잊히지 않는 기억을 남겨주려고 한 것인가? 둘 중 어느 경우라도 역시 이런 짝사랑은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랑만큼 비틀린 저주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 작품은 불행히도 그런 저주에 심하게 걸려버린 한 청춘의 위험한 질주와 질풍노도의 시간을 담고 있다. 만약 지금 청춘의 불안과 변덕에 고생하고 있다면, 아니면 베르테르처럼 애달픈 사랑을 하고 있거나 해본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