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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붕이들은 이즈미 교카라는 작가를 들어보았는가? 나쓰메 소세키, 미시마 유키오 등 다른 쟁쟁한 일문학 작가들보단 한국에서 인지도는 덜하지만, 이즈미 교카 역시 본토에서는 꽤 이름 높은 작가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일본이 낳은 가장 일본적인 작가라는 말로 그를 고평가했고, 앞서 언급했던 미시마 역시 그를 천재라고 부르며 교카의 높은 문장력을 칭송했다. 필자가 교카를 접하게 된 것도 미시마에 대해서 알아보다가 그토록 그가 칭찬했던 교카라는 작가가 어떤 작가일지 궁금해서였다.

  그래서 이번에 필자가 읽은 책은 문학동네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 <고야산 스님&초롱불 노래> 편이다. 교카의 대표적인 두 작품을 묶은 이 책을 운 좋게 빌릴 수 있게 되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로서 기대를 많이 하기도 했고, 필자는 미시마의 작품도 재밌게 읽었기에 그가 칭찬한 이 작가에 대한 기대도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나 이즈미 교카는 그런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켰다.

  <고야산 스님>은 주인공이 스님과 함께 묵으며 스님의 젊은 시절 경험담을 듣는 내용이다. 젊은 시절 스님은 길을 가다가 장애가 있는 한 남자를 돌보는 여인의 외딴 오두막에서 묵게 되는데, 여인과 지내며 일어나는 신비롭고 괴이쩍은 일들에 대해 의문을 가지던 스님은 결국 여인의 집에 왕래하는 노인에게 여인의 정체를 듣고는 목숨을 간신히 건진 것에 안도하며 도망친다. 사실 여인의 정체는 인간이 할 수 없는 요술을 부리는 요물로, 스님은 쌓아온 수행 덕에 목숨을 건졌던 것이다. 어찌 보면 굉장히 괴담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이즈미 교카의 작품의 특징이다.

  이즈미 교카는 당시 일본 문학계에서 유행하던 모더니즘과 서구화에 대해 무척이나 반발하던 작가였다. 그는 오히려 일본 고유의 이야기, 기담들에 파고들며 자신의 작품 역시 그러한 성격을 띄게 하였다. 그래서 교카의 작품들은 굉장히 토속적이며 옛날 일본 이야기들 특유의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띤다.

  <초롱불 노래>는 교카의 작품 중 최고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그에 걸맞게 심층적인 액자구조 속 여러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섞여 자아내는 맞물림이 무척이나 오묘한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이 작품은 기본 모티브로 에도시대의 작가 짓펜샤 잇쿠의 <도카이도 도보 여행기(도카이도추 히자쿠리게)>를 깔고 있다. 주인공인 영감과 노인은 <도카이도 도보 여행기>의 두 주인공의 흉내를 내며 하카타의 어느 료칸에서 묵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 격인 인물 떠돌이 악사는 주인공 일행이 탄 인력거가 지나가는 걸 보며 우동 가게 앞에서 하던 민요 연주를 멈추고 추위를 조금 녹이고자 우동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전반부에는 하카타의 고즈넉한 겨울 일상을 보여주며 무척이나 서민적인 분위기를 풍기던 작품은 두 주인공이 술자리를 가지며 게이샤 오미에를 부르고, 악사가 우동 가게에서 안마사에게 안마를 받으며 분위기가 반전된다.

  춤과 노래를 하지 못하는 게이샤 오미에와 한때는 촉망받는 공연자 집안의 자제였던 떠돌이 악사의 기구한 사연은 작품에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듯한 긴장감을 조성하고, 개별적으로 보이던 인물들이 사실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 서로 엮여있다는 사실은 독자들로 하여금 반전의 카타르시스를 주고 심층적인 작품의 스토리에 감탄하게 만든다. 필자도 모든 이야기가 후반부에 딱딱 맞물려 떨어지는 것을 이해하고는 작가 교카의 역량에 대해 감탄했었다. 그리고 이런 숨겨진 이야기가 풀리며 결국엔 떠돌이 악사가 지었던 죄, 자살한 소잔에 대한 죄책감이 해소되면서 작품은 끝이 난다.

  음악과 춤, 공연으로 엮인 등장인물들의 내막에 대한 반전, 하카타의 향토적인 분위기와 악사의 과거에서 묻어나오는 전래 동화적인 몽환성은 이 작품이 왜 교카의 대표 작품인지 알게 해준다. 추리소설이나 복잡하고 깊은 스토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