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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역사를 논하려면 어떤 사건에 대한 가치 판단이 반드시 전제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얼마나 신중해야 할 일인가? 이 책은 분명 재밌다. 실제로 인간이 벌인 흑역사에 대해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소소한 부분에선 정말 '이런 일이 있었다고?' 라고 생각하며 웃을 부분이 많다.


하지만 몇몇 사건에선 흑역사만 들춤으로써 저자가 내내 언급하는 '편향적인' 시각을 갖게 만들 위험이 크다. 저자는 인간이 흑역사에 빠지는 게 확증편향을 비롯한 각종 편향적인 시각 때문이라고 언급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 때문에 독자들은 편향적인 시각으로 빠질 위험이 크다.


한 예로 본문에서 언급되는 오스만 제국의 술탄, 무라트 4세는 담배를 싫어하고 애주가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다가 간경화로(?) 사망한 폭군으로 나온다. 실제로 그가 저지른 짓은 실로 악랄한 부분이었지만, 그에 못지 않게 건축, 법체계 정비 등에서 업적을 남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이를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그의 흑역사에 편향적으로 집중할 뿐이다.


또다른 예로 아즈텍 제국의 황제가 침략자 에르난 코스테스를 귀빈으로 맞이한 게 어리석은 선택이었다고 표현한다. 물론 아즈텍 제국의 황제 입장에서는 흑역사가 맞을 것이다. 하지만 아즈텍 제국이 주변 부족들에게 수백 년의 악행(조직적인 식인, 인신공양 등등)을 행한 사실은 흑역사로 언급하지 않는다. 단순히 원한을 샀다고 한 줄로 표현하고 넘어간다. 어찌 보면 주변 부족들과 화합을 이루지 못해서 겨우 수백 수천의 침략자에게 통째로 무너진 것이야 말로 더 큰 흑역사가 아닌가?


이 모든 사실들에서 누군가는 필자처럼 책의 내용에 의문을 품고 반대 사실을 찾아보며 중립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저 무라트 4세는 폭군이구나. 아즈텍 제국은 그냥 멍청이라서 당했구나... 라고 편향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발견한 것만 해도 이런데, 혹시 더 편향적인 내용이 없다고 어찌 장담하랴.


모든 부분에서 중립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건 당연히 어렵다. 나 역시도 편향적인 시각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인간의 흑역사를 책으로 논하려면, 편향적인 시각을 말하려면, 독자가 편향적인 시각에 빠지는 흑역사를 만들지 않도록 근거를 더 보충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결론적으로 흥미본위로 읽기엔 나쁘지 않으나, 그 내용을 끊임없이 의심할 필요가 있는 책이다. 역사에 대한 가치판단은 쉽지 않다. 그것이 흑역사라면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