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읽은 책에서 인용합니다.


<서서히 파멸의 길을 걷는 정신분석>


그때는 몰랐겠지만, 존 케이드가 환자인 W.B에게 처음 리튬을 투여했을 때 그는 정신분석에 사형 선고를 내린 셈이었다.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염이 불과 수 주 만에 조증을 완치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수년간 치료해도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는 프로이트학파의 정신분석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떻게 정신의학계의 수많은 의사들이 족히 50년 동안 프로이트학파의 사이비 이론에 넋을 잃고 끌려다닐 수 있었는가 하는 의문은 20세기 지성사에서 가장 진기한 사건 중 하나다. 이러한 일이 얼마나 모욕적이었는지는 에드워드 쇼터가 기술한 라파엘 오셔로프의 예를 통해 생생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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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프로이트학파의 몰락은 널리 인정되는 사실이다. 그 가장 큰 실책은 합리주의(정신분석은 '마음의 과학'이다)라는 외피 아래에서 정신질환의 근원을 이성이 미치지 못하는 어린 시절 초기의 갈등에서 찾으려고 한다는 터무니없는 비합리성에 있다. 그러나 정신분석을 파멸시킨 것은 약물만이 아니었다. 또 하나의 요인은 정반대되는 개념인 인지 요법이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신경증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정신분석학자들의 주장이 크게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정신분석과 달리 인지 요법은 수년이 아니라 수 주간에 걸쳐 진행되는 단순하고 명료한 치료로 무엇보다 환자 스스로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파악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인지 요법은 범불안장애, 강박반응성 장애, 공황 장애, 광장공포증 그리고 우울증에 효과적이다.


세계 대전 후 정신의학은 실로 '획기적 성공'을 거두었으나 동시에 그 상황은 매우 모순적이기도 하다. 정신분석이 허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은 신경증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인간 이성의 '승리'를 상징하지만, '실제로 효과를 나타내는' 약들이 우연히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정신질환에 대한 지적인 이해와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 현대의학의 거의 모든 역사 (제임스 르 파누/강병철 옮김) p.592-5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