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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도스토예프스키 컬렉션을 사면서 처음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책이 여러권 있으니 무엇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였는데 발매 연도 순으로 읽는게 좋겠다 싶어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처녀작인 가난한 사람들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가난한 사람들은 마카르라는 가난하고 나이든 하급 문관과 똑같이 가난하지만 젊고 병든 바르바라라는 여자가 편지를 주고 받는 형식으로 쓰여져 있는 서간체 소설이다. 내가 처음 읽어본 서간체 소설인데 21세기에 태어난 나로써는 편지라는 매체가 참으로 어색하여 서간체 소설을 지금까지 피해왔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번에 가난한 사람들을 읽으며 서간체 소설의 장점을 몇가지 느꼈는데 내가 실제로 그들의 편지를 찾아서 읽는 것 같은 사실감, 또 편지를 쓴 사람의 심중이 투명하게 보였다.

가장 좋았던 것은 보통 소설에서는 인물의 어투로 인물의 성격이나 학식등을 유추할 수 있는데 대사가 없는 서간체 소설에서는 문체로 하여금 인물의 성격이나 학식을 유추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역자인 석영중 교수의 말마따나 마카르가 편지를 주저리 주저리 길게 쓴것은 배운게 없어 글솜씨도 없을 뿐더러 바르바라를 열렬히 사랑하기에 한자라도 더 쓰고 싶어서였을것이다. 반면 바르바라는 짧고 간결한게 편지를 썼는데 마카르 보다 배운게 많고 덜 사랑하기에 문체도 깔끔하고 필요한 내용만 써서 보냈을 것이다. 편지 내용 외에 이러한 부수적인 묘사로 인물상을 알기가 더욱 쉬웠다.책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바르바라를 열렬히 사랑하는 마카르가 바르바라를 도와주고 또 때로는 도움받으며 서로의 고민,걱정,일상등을 편지로 나누다가 가난에 지친 바르바라가 마음에도 없는 늙은 부자와 결혼해서 마카르 곁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당시 너무나 궁핍 했던 마카르가 자신의 처지를 불쌍하게 여긴 상사, 각하에게 100루블을 받고 악수까지 나누었는데 100루블을 받은것 보다 각하가 자신과 악수를 해주었다는 것에 더 기뻐하던 장면이다. 상식적으로는 옷에 단추 달돈도 없던 마카르이기에 돈이 생겼다는데에 더 기뻐했어야 했다.

이 장면을 읽으며 예전에 보았던 웹툰 ‘송곳’의 한장면이 떠올랐는데 하등 잘난거 없는 노조원이 자신이 군생활 할때에 사단장의 취향과 악력을 줄줄 외우고 다녔다. 그걸보고 노무사가 “저 양반은 자신이 만나본 사람중에 제일 높은게 사단장이다. 자기 마누라 생일은 모르면서 사단장 약력은 줄줄 외운다.” 라고 말했다. 자신은 못났으니 자신의 주변에서 잘난 사람을 자랑하며 자신의 권위를 높이는 것이다. 마카르의 경우에는 자신의 권위를 높이고 싶은게 아닌 권위있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했다. 못배우고 가난한 마카르는 편지에서 항상 자기자신을 낮추고 비하하면서도 자신이 맡은 바 소임은 다 한다는걸 주위 사람들을 알거라며 내심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보였는데 상이나 승진이 아닌 각하가 베푼 악수 한번으로 그 욕구가 충족된 것이다. 못난 자신의 손을 잘난 각하가 잡아주었다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마카르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 가난에 대한 부끄러움,바르바라에 대한 사랑,자기 곁을 떠나려는 바르바라에 대한 불안감, 바르바라가 결국 자기 곁을 떠나자 느끼는 절망감과 같은 지극히 평범하고 개인적인 감정과 동냥하는 소년이나 자신보다 더 가난한 고르시코프를 불쌍히 여기는 이타심 즉 타인을 위한 감정이 잘 어우러져있는 인물이다. 이러한 감정들로 미루어 보아 마카르는 모든 감정을 바르바라에게만 쏟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카르를 알 수 있는 유이한 수단이 서로가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이기에 일견 바르바라만 바라보고 바르바라가 없으면 안되는 사람같지만 실제로는 바르바라에 관련된 일 이외에도 관심을 쏟으며 그일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때로는 행동으로 옮기기도 한다. 바르바라가 떠날때에도 적극적으로 행동을 통해 그녀를 막지않고 편지 (실제로는 보내지 않은 편지)로써 자신의 슬픔만 피력한다.이처럼 바르바라는 마카르에게 아주 큰 것이지만 마카르의 전부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마카르는 내심 가난하고 병든 바르바라가 부자에게 시집가는게 바르바라에게는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마카르는 바르바라에게 느끼는 사랑이 부성애적 사랑이라고 주장하지만 첫편지에 나온 커튼 인사법이나 바르바라에 대한 집착, 보내지 못한 편지의 절규 등으로 보아 부성애가 아닌 연애감정이라고 짐작된다. 바르바라는 마카르가 열렬히 사랑했던 여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카르는 얼마간은 떠나간 바르바라를 그리워하겠지만 결국은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되돌아갈 것임에 틀림없다. 훗날 마카르의 기억 속에서 바르바라와 나누었던 사랑은 가슴아픈 추억 정도로 남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