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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약간 문제가 있다. 물론 예일대의 지성사 강의는 맞다. 하지만 보통 XX대 강의연하는 류의 책들에서 기대하는 교양서보다는 확실히 난이도가 있는 책이다. 나쁜 책이라는 건 아니지만 보통 사람들이 과연 서술에서 당연하게 깔고 가는 철학적, 정치적 어휘들에 얼마나 익숙할지는 잘 모르겠다. 난이도가 학술서 수준으로 높은 것까지는 아니긴 하다. 최소한의 배경 지식만 있다면 그리 문제 없이 흐름을 따라가며 루소에서 시작해 유럽을 바꿔놓은 사상들이 어떤 식으로 발생하였고 우리가 현재 생각하는 것과는 어떤 식으로 달랐는지 느낄 수 있을 테다.



어떤 식으로 달랐는지가 사실 핵심이기는 하다.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인 인권이라는 개념이 우리가 현재 막연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생각보다는 나이가 어린 개념이듯, 우리는 수많은 사상들을 현재의 모습을 통해 판단하곤 한다. 어쩌면 현대에 살아가고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바라보는 방향성 있는 역사관 덕일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고전 경제학이나 자유주의가 현 시점에서 어떻게 '완성'되었는지를 늘 염두에 두고 과거의 이것들이 주장하는 바를 그 방향에 따라 어느 정도 편향적으로 취사 선택해서 해석하는 식으로 말이다. 실제론 그렇지 않은데. 마치 현대라는 거대한 자석이 수많은 쌍극자들을 하나로 확 모아버리는 것 같다.



다만 저자 프랭크 터너가 그렇다고 이 수많은 사상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데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그 다양한 사상들이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만큼 일관적인 것은 아니다만, 그럼에도 현대에 이 모든 흐름을 종합하여 봤을 때 어느 정도 간추릴 수 있는 큰 흐름 자체는 존재한다. 저자는 그 흐름을 루소와 주체성에서 찾는다. 현재의 타락에 대한 비판과 자기 자신에게서 해답을 찾는 주관적 인식에 대한 영향이 넓게 퍼지며 약간의 경사를 만들었고, 그 이후의 사상들은 미미하게라도 새로운 해답을 제시함에 있어서 그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점차 구세대의 기틀을 해체하고, 발전하면서도 현재에 회의하며 세계의 타락을 염려하던 사상은 결국 니체라는 인물까지 다다른다.



그리고 지성사 관련 서적을 볼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것들이 도대체 어떻게 현대를 이룩했는지는 도저히 믿기질 않는다.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