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닉 쓰지 않고, 유동으로 아이피도 다른데 어떻게 동일인인 걸 알아볼 수 있음?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그냥 스윽 봐도 아이피 숫자가 다 외워져서 아이피마다 누군지 자동으로 식별이 된다고 하던데, 아이피가 바뀌는데도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 것? 지난번에 독갤에서 나를 ㅇㅇ갤 유동이라 알아본 사람이 둘이나 있어서 매우 놀랐음. 그 이유는, 추측컨대 내가 쓰는 글의 길이와 문단 쓰기 방식이 디시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형식이어서 튀다 보니 식별이 가능한 것 같음. 그런데 튀어서 좋을 일 하나도 없고…(표적 되어 고로시당하기 딱임)
나 또한 닉세탁을 하거나 유동인 존재들의 본체를 알아보게 되는 경우가 있긴 함. 항상 그런 건 아니고, 관심 있거나 흥미가 가는 캐릭터들이 있을 때, 그의 취향의 패턴, 반복해 언급하는 고유명사, 계속 되풀이하는 테마와 관련된 단어들, 사고가 흘러가는 과정, 말버릇처럼 자주 쓰는 어휘들, 글에 드러나는 고유한 리듬이 하나의 데이터로 저장이 됨. 그래서 글로 그 글을 쓴 사람을 알아볼 수 있음.
예를 들면, 몇 년 전에 ㅇㅇ갤에서 병맛 연재 소설로 념글에 오른 A의 글을 읽고 바로 XX갤의 B라는 걸 알았음. B가 자주 쓰던 단어들(취향을 드러내는 고유명사)이 있었고, B가 강박적으로 붙들려 있던 테마가 그 글에서도 반복되었기 때문. A, 곧 B는 자기를 알아보자 굉장히 놀랐는데, 정신세계가 너무 색이 강해서 알아보기 쉽고 자기를 잘 못 숨기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음. 책을 읽는 독갤러들이라면 여러 정보들을 받아들여 이런 식별은 너무 쉬울 것 같긴 한데, 식별 자체에 신경을 안 쓸 것 같다만, 그럼에도 글만 보고 글 쓴 사람이 식별이 된다면 어떤 요소들로 알아볼 수 있는 것? (1번 질문)
그렇다면 자기 최애 작가가 필명이나 가명으로 글을 써도 알아볼 수 있을까? (2번 질문) 실제로, 작가들 중에 다른 이름, 가명과 필명으로 책을 냈다가 다른 사람들이 먼저 알아본 사례가 있던가? 페소아는 수많은 이명으로 글을 썼지만 들킨 적이 없는 것 같고, 로맹 가리도 에밀 아자르란 필명으로 썼지만 생전에 들키지 않았고(의혹도 없었을까?), 조앤 롤링은 로버트 갤브레이스란 가명으로 추리소설 냈는데 들키기도 전에 로펌 변호사가 아내 친구한테 ‘로버트 갤브레이스의 정체는 조앤 롤링이다’라고 말했다가 유출 폭로되었다는데, 다른 이름으로 책 냈다가 독자나 평론가들한테 들켰단 얘기는 내가 과문해서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사례가 있다면 알려줘.
그리고 이렇게 겨우 책 얘기로 끝냈다!
헤르만 헤세는 에밀 싱클레어란 가명으로 데미안을 냈다가 들켰음
헉.. 여태 몰랐다. 독자들이 먼저 알아냈구나. 디시 했으면 다중이짓 절대 못 할 작가네 ㅋㅋㅋㅋㅋ
빌드업 좋네
칼삭하려고 왔다가 책 얘기 있어서 배신감 느낀 완장? ㅎ
가명 사례는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 후속작 <쿠쿠스 콜링>에서 드러남. 사례에 관한 정보는
https://estimastory.com/2013/07/15/cuckoo/
참고.
둘러싼 네트워크(에이전트, 출판사, 편집자)와 롤링 특유의 설정, 라틴어가 문제였군 ㅎㅎㅎ 다중이짓 하고 싶은 작가들이 참고할 만하다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는 소금의값이란책을 클레어모건이란 가명으로 책을냈는데 알음알음 하이스미스가 쓴거다라는 얘기가있었다고 하더라고 나중에야 작가본인이 개정판내면서 책이름바끄고 본인이름으로 바꾸긴했지만 - dc App
오호,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도 헤세처럼 닉변해도 티 확 나는 고닉이었겠구나. 사람들은 뭘 단서로 해서 하이스미스가 쓴 거라고 추측했대?
하이스미스 특유의 분위기라고해야하나 특징적인게 있는데 소금의값 중반부였나 중후반브에서 그런게 느껴지더라고 - dc App
이건 내느낌이고 당시 사 람들이 어떤걸로 추측했는지는 잘 모르겠음 - dc App
글에 글 쓴 사람의 흔적, 분위기가 유독 진하게 묻어나는 사람, 그리고 그걸 유독 잘 캐치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핀천 가명도 알아내려는 사람이 있던데
덕들의 집념은 끝이 없다!
이 좋은 봄날 아침부터 놀리면 미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