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읽는 소설들이 다 밋밋해
내가 소설에서 중시하는 포인트 중 하나는
등장인물의 다층성, 다면성, 입체성인데
스테레오 타입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보면
기깔나게 흡입력 있는 이야기거나 감탄할만한 문장들의 연속이 아닌 이상
보다 흥미가 떨어져서 읽다가 말게 됨
근데 도끼는 읽을 땐 좀 지치는 면이 있고,
과연 등장인물들이 입체적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들긴 하지만,
일단 작가가 등장인물의 표층에서 깔짝거리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심연까지 독자를 끌고 간다는 면에서 확실히 대체불가한 매력이 있음
그래서 소설을 좀 읽다보면 도끼빠가 되는 건
결국 거쳐야 되는 한 단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요즘 들어 하고 있음
어릴때 도스토예프스키에 열광하지 않았다면 가슴이 없는거고 성인이 돼서도 도스토예프스키에 열광한다면 머리가 없는거다
이건 왜그럼? 난 대학때 읽은 까라마조프는 별로였지만 나중에 다시 읽었을때는 훨씬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는데..
???
뭐래?
이거 진보 보수 명언 따온 그거자나
센스 후지네
이거 마르크스 이야기네
이거 도끼를 사회주의로 치환한게 원본이었나? 머였더라
그럼 귀결이 아닌거 아님?
도끼 다음 단계는 뭐냐? 여기 갤 상주하는 독창인생들 취향 반영된 소돔의120일 같은 뒤틀린 관음증의 극단인가?
모르지 난 그냥 거쳐가는 단계라길래 귀결이 아닌 거 아니냐고 물어본건데
걍 도끼의 위대함을 알게된다는 뜻에서 하나의 귀결점이 되지 않을까? 거기서 다시 어떤 방향으로 뻗어나갈지는 개인의 취향과 가치판단에 따라 달라지겠죠
너의 synthesis, Anti-thesis로 대체되었다.
다층성, 다면성, 입체성만 따지면 도끼보다 나은 작가도 많을텐데. 도끼나 러시아 작가들은 플롯이나 서사에 집중하진 않으니까. 차라리 영미권 작가들, 윌리엄 포스터, 디킨즈, 코맥 맥카시나, 세르반테스부터 미겔 데 우나무노, 마르케스, 바르가스 요사 같은 스페인어권 작가들이 좀 더 님이 말한 요건에 맞지 않나
도끼는 플롯보단 심리 묘사, 소설 속 관념, 분위기 같은 묘사 좋아하는 사람이 훨씬 좋아할 것 같은데. 도끼 좋아하는 사람들이 플로베르나 헤세 많이 좋아하더라
맥카시나 스페인어권 작가들 좋아하긴 함. 플로베르나 포스터는 아직 안 읽어봐서 모르겠다.
사실 도끼에 나오는 등장인물이 서사과정 중에서 성격이 변한다거나(입체성), 여러가지 면모를 보여준다거나(다면성) 뭐 그런건 아니지만, 각 등장인물이 어떤 성격과 어떤 생각과 어떤 심리상태를 가지고 있고, 그런 것들이 등장인물의 행동을 어떤 식으로 촉발하는지를 도끼만큼 다층적으로 깊게 보여주는 작가는 드물다는 소리를 하고 싶었음
사실 도끼 소설 속 인물들은 전체적으로 목소리나 성격이 비슷한 면이 없잖아 있지. 도끼의 진면모는 죄와 벌, 백치들처럼 심리 묘사의 깊이감에 있다고 생각함. 님이 말한 인물의 다양성/다층성은 마르케스같은 군상극에 더 어울리지 않으려나
그런 의미에서 묘사의 끝판왕은 누군가. 도끼보다도 깊이있는 심리묘사를 읽고싶다면 프루스트로 가야하려나.
님이 말하는 심리묘사의 깊이감을 난 "다층성"이라고 부르는 것 같아.
도끼빠의 단계를 거쳐서 호메로스빠로 다시 돌아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