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에 대한 스포가 매우 와장창이니 안 본 사람들은 돌아가길
-0-
기승전결이 딱 나뉘어져있는데 반전이 치명적이고,
반전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생각할 꺼리를 던져두며 현실로 독자를 끄집어내 버린다.
'책 읽었으면 생각 좀 해봐 이새끼야'하고 말이다.
-1-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야 작중 흑막 중 하나로 평가받던 '부우 왕'이 나오는데
이 부우 왕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긍정하는 인물이다.
"실정은 정치의 본질이다."라고 말하는 그는 인간의 폭력성과 비합리성마저 긍정하며,
그 운명을 긍정한다.
그렇기에 그는 최후의 왕의 후보 중 하나인 것이다.
최후의 왕의 후보라는 것도 웃긴데
부우 왕의 군대가 다 작살나고 나서야 문을 열어준다. 일종의 시험이고, 혼자서도 변함없이 오만한 부우 왕은 시험을 통과한 것이다.
그렇다, 그는 '리얼리스트'인 것이다.
-2-
반면에 나우시카는 대놓고 '이상주의자'이다.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그는 이상적이기만 하며,
그 이상의 수준은 질과 양 모두 작중의 인물을 모두 포용할 정도의 압도적인, 영웅이다.
하지만 신의 힘을 가진, 따라서 파괴신이라 할 수 있는 거신병을 만나, 영웅은 '현실'의 도전을 받게 된다.
감당할 수없는 현실의 강력한 힘, 즉 신의 힘에 영웅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번민하며,
그 번민의 정점에서 '왕의 후보' 중 하나로 선택된다.
-3-
묘소는 신인류를 잉태할 때까지 세계를 보존하려고 드는 시스템이며
마침내 그는 리얼리스트와 이상주의자를 왕의 후보로 선택함으로써 인류의 미래를 호소한다.
사실 호소의 탈을 쓴 수여식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문제는 리얼리스트가 좆까라고 한 건 알겠는데,
이상주의자도 좆까라고 한다는 것이다.
-4-
이상주의자 나우시카는 인간의 불완전함을 긍정하면서도
마침내 그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류의 파멸이라 할지라도.
파멸을 무서워하지 않는 이상주의자,
-5-
묘소의 죽음에서 부우왕은 나우시카를 구하며
'마음에 들어! 너는 파괴와 자비의 혼돈이다!'라고 말한다.
부우 왕이 파괴의 혼돈이었다면, 나우시카는 자비의 질서여야겠지만
나우시카 또한 혼돈이며, 동시에 '자비'까지 겸비하고 있을 뿐이다.(분명히 힌두교 영향 있었을 듯)
그러니 파괴는 '파괴와 자비'를 위해 본인을 희생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그것은 더 완성된 리얼리스트의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체 게바라가 말했듯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진 리얼리스트'인 것이다.
-6-
이 여파인지, 부우왕은 크샤나에게 괴상한 유언을 남긴다.
'너는 지옥에 있게 될 것이며, 한 명을 죽이면 나머지도 죽이게 된다. 그러니 시작을 하지 마라'
본인의 후계자에게 본인이 가지지 못했던 '이상'을 주문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크샤나는
끝내 '왕의 대리'로 남게 된다고 한다.
-7-
왕은 누구인가?
말할 것도 없이 나우시카일 것이다.
그와 작중 다른 주인공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그는 두렵고도 혐오하는 것을 가여워하며 이름을 줄 수 있는 자이다.
두렵고도 혐오하는 거신병에 이름을 붙이자
거신병은 '조정자'로 탈바꿈되어 나우시카와 상호작용이 가능해지게 된다.
두렵고도 혐오하는 것들의 대표는 죽음이라 할 수 있겠고 불완전성이라 할 수도 있겠고,
가여워하며 이름을 준다는 것은 그 존재와 함께 살아감을 의미하는 것이니
영웅은 영웅이되 신과 대화하는 영웅이라 할 것이다.
-8-
그러나 마지막 문장이 의미심장하다.
훌륭한 연출의 연속 끝에 갑자기 소드마스터식 야마토의 결말을 보여주듯
'앗 묘소의 주인의 피는 오무의 피와 같군! 이건 우리끼리의 비밀!'하며 끝나기 때문이다.
신화적 영웅서사시의 마지막에
'네가 책 읽으며 정한 선과 악의 본질이 같다 이새끼야'하며
'책 읽었으면 생각 좀 해봐라 이 오타쿠 새끼!!'라며 내쫓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그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9-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그것만이 우리가 파괴의 신, 우리의 운명이라 할 수 있는 것과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라고.
누벨바그 갤러리로 - dc App
만화책도 있어요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