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회 조직입니다.
봄방학 과제고사는 영어, 수1, 수A, 현대문학, 고전, 지리, 화학 기초를 하루에 전부 칩니다. 7교시째까지 집중력을 유지시킨다는 것은 꽤나 힘든 일입니다. 테스트가 전부 끝났을 때는 모두 녹초가 되어 있었습니다.
1학년이 끝났을 때 담임선생님으로부터 2학년이 되면 수학이 더 어려워지고 사회과 과목은 외워야 할 양이 1학년 때에 비해서는 줄어들 것이라고 들었지만, 괜찮을까요. 지금부터 수업을 따라 갈 수 있을런지...
뭐가 됐든 간에 오늘부터 정상 수업이 시작됩니다.
“음-,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정상 일과표대로의 수업이 시작되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도록 합시다.”
아침의 담임시간. 선생님이 교단에서 여러 연락사항을 전달합니다. 나는 얌전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7교시째가 학급회의 시간이 됩니다만, 그 시간에 학급위원회와 교과 봉사 담당을 정하려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하고 싶은 것을 무엇이든 정해 둬 주십시오.”
위원회... 어떻게 할까. 1년간 한 번도 학급위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1학기나 2학기, 혹은 3학기 어느 쪽이든 반드시 한 번은 학급위원이 되어야만 합니다. 빨리 끝마쳐 두는 편이 나으려나?
“이가라시, 넌 어쩔 거냐. 학급위원 할 거냐?”
제가 멍하니 생각하고 있자, 이가라시 군의 앞에 앉은 아카하네 군이 뒤돌아보며 이가라시 군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이가라시 군은 하품을 하며 “뭐라도 상관없어.” 라고 대답합니다. 이가라시 군, 아까부터 줄곧 하품을 하고 있는데 밤이라도 새운 걸까요? 내 경우는 어제는 테스트가 끝나 안심해서 평소보다 빨리 잤지만...
“연락사항은 이상입니다. 그럼 수업에 늦지 않도록 합시다.”
선생님이 이렇게 말하며, 탁, 하고 노트를 닫고 교실을 나갔습니다. 그 순간부터 교실은 와글와글 떠들썩해졌습니다.
“츠바키 쨩, 학급위원회 말인데 어쩔 거야?”
카오리 쨩은 내 자리까지 와서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저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음... 어떻게 할지 망설이고 있었어.”
위원회로 할까, 교과 봉사 담당을 할까. 1교시째의 수업 준비를 하면서 말하자, 카오리 쨩은 이 쪽으로 몸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러면 같이 고전 교과 담당을 하자! 응? 할래??”
교과 담당이라... 나는 손을 멈추고 조금 생각했습니다. 확실히 특별히 뭔가 하고 싶은 것이 정해진 것도 아니니까, 학급위원은 2학기때 하면 되겠지. 나는 살포시 미소지어 보였습니다.
“응, 함께 하자!”
“그래! 우리 이외에 아무도 고전 교과 담당을 하고 싶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희망자가 겹치면 분명 가위바위보로 정해지겠지~?”
카오리 쨩은 이렇게 말하며 입을 삐죽였습니다. 분명 학급위원에 비해 교과 담당의 경쟁률은 높을 터입니다. 누군가와 겹치지 않으면 좋겠는데...
“방해되는데.”
갑자기 낮고 담담한 목소리가 우리들에게 들려왔습니다. 당황하여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보자 이가라시 군이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카오리 쨩이 길을 막아 버려서 이라시 군은 자기 자리에 앉지 못하게 되었던 모양입니다.
“아, 미안.”
카오리 쨩이 물러나면서 사과하자, 이가라시 군은 사죄에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가라시 군은 아무래도 말수도 많지 않은 것에 더해 반응도 담백한 모양입니다. 카오리 쨩은 내게 눈짓을 한 뒤, 조금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슬쩍 이가라시 군 쪽을 보자, 이가라시 군은 카오리 쨩의 모습 따위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습니다.
떠들썩한 남자아이의 상대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이가라시 군처럼 처음부터 이쪽과 얽히려들 생각이 없는 사람은 어렵거나 어렵지 않다거나 그 이전의 문제입니다.
이런 타입의 사람과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 일이 많습니다. 이가라시군이 나타나면서 이상한 분위기가 된 우리들이었지만, 여기서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왔습니다.
“네, 수업이 앞으로 3분 후에 시작됩니다. 준비하세요.”
“으, 응, 그럼 나 자리에 돌아갈게!”
카오리 쨩은 이렇게 말한뒤 째릿 하고 이가라시 군을 마지막으로 한번 보고 나서 자기 자리로 되돌아갔습니다. 다음부터 카오리 쨩과 말할 때에는, 이가라시 군의 자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만 하겠군요.
1교시는 영어 작문 수업. 선생님이 경례를 시키자마자 파일로부터 파삭 하고 종이 다발을 들어올렸습니다. ... 좋지 않은 예감입니다.
“여러분, 영어 I의 과제고사 수고했습니다. 과제고사를 치르지 않은 작문에서는 지금부터 1학년 때의 문법 복습 쪽지시험을 치르겠습니다. 그럼, 책상 위의 것을 정리해 주십시오.”
역시. 작문 선생님은 쪽지시험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으로, 이렇게 아무 예고도 없이 쪽지시험을 실시합니다. 이미 포기한 우리들은 추욱 어깨를 떨어뜨리며 책상 위의 노트나 교과서를 치웠습니다. 어제 시험을 막 치른 뒤이기도 하고, 괜찮으리라 생각됩니다만...
“시간은 5분. 자, 그럼 시작.”
나누어 준 종이를 보자, 전부 15문제. 빈 칸의 단어 메우기입니다. 1학년 때 배운 문법이 골고루 나와 있었으며, 단어도 '그러고 보니 이런 단어도 외웠던 기억이 난다'라고 생각할 듯한 단어가 군데군데 출제되어 있어서, 쪽지시험에 신경을 쓰는 선생님의 성격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음, 뭐 이 정도 풀 수 있다면 괜찮겠지. 다들 예고 없이 치르는 시험이니까, 그리 좋은 점수일 리가 없을 거야. 내가 샤프를 놓고 잠깐 멍하니 있자. 선생님이 세트시켜 둔 키친 타이머가 삐삐삣 하고 올려, 반 전체에 5분 지났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네, 그럼 채점하겠습니다. 옆자리 사람과 답안을 교환해 주십시오.”
응, 어라? 조금 놀랐습니다. 이건 반드시 선생님이 회수해서 채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옆자리라면... 쭈뼛쭈뼛 옆자리로 얼굴을 돌리자, 이가라시 군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앗,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도, 조금이지만 슬쩍 흔들리는 내 몸. 하지만 이가라시 군은 상관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이마이의 답지, 건네줘.”
이렇게 말하며, 이가라시 군은 자기 답지를 내게 내밀어왔습니다. 답지를 건네줘야만 합니다.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시험 채점을 받는다는 것이 조금 거북한 느낌이 듭니다. 어떻게 하지, 시험, 그다지 잘 치지 못했다면. '이 사람 영어 못하는구나'란 인상이 박혀버릴 듯합니다. 갑자기 그런 인상이 붙어버리는 건 부끄러울지도 모릅니다...
“아, 부탁할게...”
그렇게는 생각했지만, 옆자리 사람끼리 채점을 하지 않을 수도 없기에, 나는 선생님에게 들은 대로 이가라시 군에게 답지를 건냈습니다. 그리고, 이가라시 군의 답지를 받아들었습니다. 이가라시 군, 글씨가 희미하군요.
“네, 그럼 답을 말하겠습니다. 1번 문항의 답이 --- ...”
선생님이 차례로 답을 말하자, 우리들은 조용히 빨간 펜으로 채점을 했습니다. ... 이가라시 군, 영어는 잘 못 하는 걸까. 동그라미를 치고 있자, 뭐라고 할까 그렇게 생각되는 답안입니다. 마지막으로 우상단에 점수를 눈에 잘 띄지 않는 글씨로 써 두었습니다.
“네, 그럼 답지를 회수해 주십시오.”
선생님이 이렇게 말하자, 나는 이가라시 군 쪽을 슬며시 살핍니다. 이가라시 군은 '음.' 하고 내 답지를 내밀어 왔습니다. 나도 당황하여 이가라시 군의 답지를 돌려주고, 자기 답지를 확인합니다. ...아, 뭐, 이런 것이겠죠.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점수입니다.
“우왓”
옆자리에서, 작은 소리를 낸 이가라시 군. 응, 뭐지? 홱 이가사리 군 쪽을 돌아보자, 이가라시 군은 입을 손으로 감추고, 자기 답안을 지그시 살핍니다. 내 시선을 깨닫자, 이가라시 군은 확 고개를 들고, 그리고 조금 어색한 듯이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말했습니다. 아, 지금 자기 답안에 놀란 거죠?
“...”
담담한 모습의 이가라시 군의 조금 다른 일면을 보았습니다. 쪽지시험 점수에 동요한 모양입니다. 뒷자리에서부터 답지가 회수되는 가운데, 나는 조금 편안해진 기분이 되었습니다.
점심시간. 나와 카오리 쨩은 약속대로 함께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남자들 모두 미리 도시락 까먹었네.”
카오리 쨩은 브로콜리를 삼키면서 교실을 둘러봅니다. 우리 반 남자는 3교시가 마치자마자 모두들 도시락을 가방으로부터 꺼내 엄청난 속도로 먹었습니다. 그래서 4교시가 끝나 점심시간이 되자, 점심식사를 빨리 먹은 사람은 한꺼번에 반으로부터 나가서, 지금 교실 안에 있는 건 거의가 여자아이들 뿐입니다.
“모두들 어디로 간 걸까.”
내가 주먹밥을 먹으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카오리 쨩은 곧 “체육관이겠지.” 라고 대답합니다.
“빨리 가지 않으면 코트를 빼앗겨 버리니까. 1학년 때 반의 남자아이들이 말하는 걸 들었어.”
아하... 빠른 쪽이 이긴단 것이군요. 옆자리의 이가라시 군도 예외 없는 도시락을 빨리 먹는 부류로, 3교시가 끝나자 커다란 도시락을 허겁지겁 먹고 있었습니다.
“이가라시 군은 체격이 큰데, 운동은 잘 하니?”
영어는 좀 못하는 듯한 이가라시 군. 문득, 어떨까 하고 생각하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카오리 쨩은 젖가락을 든 손을 놓고 쓴웃음을 짓습니다.
“운동신경이 좋고 어쩌고를 떠나서, 아침 전교 조례에서 곧잘 표창을 받았잖니? 이가라시 군은 수영부의 에이스인 걸. 대회에서 기록을 경신하기 일쑤잖니. 츠바키 쨩은 듣지 못했어?”
... 전교조례는 공상의 시간으로 보내고 있기 때문에, 누가 표창을 받는가 따위 전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어. 아하... 그렇구나. 이가라시 군. 운동은 잘 하는구나. 나는 강낭콩을 크게 한 입 먹습니다.
“수영부였구나, 이가라시 군.”
“설마, 츠바키 쨩, 이가라시 군이 신경쓰이는 거니?”
카오리 쨩이, 조금 질렸다는 듯이 물어봅니다. 나는 꺄르르 웃습니다.
“설마, 그저 물어본 것 뿐이야.”
내 대답에 카오리 쨩은 “그렇겠지.”라고 다시 젓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미남, 우리들에게는 관계 없는 걸. 그런 남자는 아주 귀여운 아이 이외에는 흥미가 없을 이미지야.”
모두들 그렇다고는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만, 확실히 대부분의 경우는 그런 것이겠지요.
“그렇겠지.”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끄덕였습니다.
점심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조금 지나자 남자아이들이 교실로 되돌아왔습니다.
“더워-!!!”
“좋지 않은데. 엄청나게 땀 흘렸다구.”
“다음 수업 뭐였더라?”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큰 소리로 떠들어대는 남자아이들. 점심시간 동안에는 없었던 소란스러움이 점점 밀려옵니다. 기세가 대단합니다... 내가 수업 준비를 하고 있자, 이가라시 군도 교실에 되돌아왔습니다. 교복 상의를 겨드랑이에 끼우고, 무의식적으로 어깨로 땀을 닦는 이가라시 군. 뭘 하면 저렇게 땀을 흘리는 것일까. 이가라시 군은 소매를 걷어붙이며 덜컥 자리에 앉은 뒤, 아래를 향해 파닥파닥 부채질을 시작합니다. 팔의 근육의 힘줄이 대단합니다.
“이가라시 군의 슛, 너무 양심이 없다고~! 3점짜리 존에서 어떻게 그렇게 넣을 수 있어? 그렇다기보다 왜 농구부가 아닌 거냐?”
이가라시 군의 앞자리의 남자아이가 뒤돌아보며 분한 듯 입을 삐죽거립니다. 그 남자아이도 땀이 대단합니다. 이가라시 군은 밑을 향해 부채질하며 어깨를 움츠립니다.
“수영 쪽이 좋으니까. 앞으로 돌아가. 숨막힐 듯이 덥다고.”
“너도 땀투성이잖아!”
남자아이가 맞받아치자, 이가라시 군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지만 차가운 웃음을 조금 띄었습니다. 이가라시 군도 웃는구나. 어떤 일이라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한 태도를 보일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서 나의 흥미는 곧 새로운 교과서로 옮겨갔습니다. 즉, 이 때는 그 정도의 흥미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7교시. 아침에 선생님이 말한 대로 이 시간은 학급위원회와 교과 담당을 정합니다. 선생님은 칠판에 위원명과 교과 담당자 명을 주욱 나열하여 썼습니다.
“우선, 학급위원부터 정해나가겠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손을 들어 주세요. 겹치면 가위바위보로 정합니다.”
역시 가위바위보로 그 부분은 정해지는 것이겠죠. 나와 카오리 쨩은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마주보았습니다. 선생님은 칠판에 분필을 댔습니다.
“그럼, 우선 총무위원.”
갑자기 조용해지는 교실. 총무위원이라 하면 사회나 구령, 그 외 반의 대표적 역할을 한 손에 도맡게 되는 위원입니다. 때때로 총무위원 하고 싶어!! 라고 의욕에 넘친 사람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이 없을 경우 마지막까지 아무도 손을 들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입니다.
예상대로, 선생님이 잠시 기다렸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총무위원, 희망자 없습니까? ... 어쩔 수 없지. 우선 패스합니다. 다음, 보건위원.”
이건 즉시 한 여자아이가 손을 들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순서대로 위원을 정해나가며, 입후보자가 없는 위원은 뒤로 돌렸습니다. 그리하여, 한 바퀴 돌아 총무위원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네, 그럼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만, 총무위원이 되어도 좋은 사람.”
'되어도 좋다' 선생님의 이 표현에, 굳이 적극적으로 되려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전제가 슬쩍 보였습니다. 역시 조용해지는 교실. 모두들 가능한 한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는 중, 마침내 선생님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아무도 없습니까? ... 어쩔 수 없지. 남녀별로 나누어서 가위바위보나 무언가로 정하세요.”
... 가위바위보. 모두들 “우왓” 하는 얼굴을 하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봅니다. 가위바위보라니, 까딱 잘못하면 자기가 될 지도 모릅니다. 누군가 “그럼 내가 해도 좋아” 라고 말해주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며 주위를 돌아보았지만, 그런 분위기를 읽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모두가 할 수 없이 쭈뼛쭈뼛 일어나, 남녀별로 모였습니다.
카오리 쨩이 재빨리 내 쪽으로 다가와서 “정말 싫네.”라고 싫은 소리를 합니다. 총무위원은 싫은데... 총무위원이란 사람들을 총괄하거나, 모두의 앞에 서거나, 아무튼 눈에 띄는 역할이지...? 내게는 좀 무리입니다... 교실의 반대편에는 남자아이들도 어떻게 정할 것인가를 상담하고 있었고, 우리들은 노아 쨩의 그룹을 중심으로 상담이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마지막으로 확인할게? 총무위원 하고 싶은 사람!”
노아 쨩이 이렇게 말하며, 커다란 눈으로 여자아이들을 순서대로 보았지만, 역시 되고 싶은 사람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노아 쨩은, “그렇겠지~~~”라고 깔깔 웃었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무리의 중심에 설 수 있는 노아 쨩이야말로 총무위원에 어울린다고 나는 생각하지만요... 나는 구석 쪽에서 노아 쨩 그룹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어떻게 할까, 가위바위보로 할까?”
“응, 뭐 가위바위보로 좋겠지. 진 사람이 총무위원이네.”
“OK. 그럼 우선 두 사람씩 가위바위보 해서, 거기서 진 사람끼리 다시 해 나가는 식으로 하자.”
이런 식으로, 가까운 사람과 가위바위보입니다. 나는 가까이 있는 아이와 가위바위보를 해서 보기 좋게 졌습니다. 앗...
“츠바키 쨩, 나 이겼어. 츠바키 쨩은?”
옆자리에서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던 카오루 쨩은 이미 이긴 모양입니다.
“나 저버렸어.”
쓴웃음지으며 말하자, 카오루 쨩은 얼굴을 확 찌푸렸습니다.
“우왓, 졌어? 다음엔 열심히 해서 이겨! 함께 교과 담당 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고!”
카오루 쨩에게 응원받으며, 나는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가위바위보를 노력해서 한다고 한들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나는 가까이 있는 아이와 또 한 번 가위바위보. ... 또 졌습니다.
“츠바키 쨩 가위바위보 약한 편이야??”
내 가위바위보를 보고 있던 카오루 쨩은 명백히 낙담하고 있습니다. 가위바위보의 강함은 알지 못하지만, 내가 꽤 위험한 상태인 것은 알 수 있습니다. 남은 사람은 나를 포함하여 4명 뿐. 총무위원이 될 확률, 꽤나 높은 것 아닐까요...?
“남은 건 4명이니까 한번에 하면 되지 않을까?”
이미 이겨서 빠져나온 노아 쨩의 친구가 슬쩍 이렇게 말하자, 노아 쨩이 히익 하는 소리를 냈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나 위험하지 않니? 나 이럴 때 가위바위보 약하다고!”
노아 쨩도 계속해서 져 와서 남아버린 모양입니다. 그러자, 노아 쨩의 친구가 즐거운 듯이 노아 쨩을 슬쩍 놀려댔습니다.
“노아~~~ 총무위원 힘내!”
“그만둬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 그런 말 해서 정말로 되어버리면 어쩔 거냐고!!”
그만둬라고 말하면서도 즐거운 듯한 노아 쨩. 우리들은 그것을 조용히 보고 있습니다. 반의 중심은 틀림없이 노아 쨩이 있는 그룹. 그치만, 지금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걸. 우리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위바위보의 준비를 합니다. 노아 쨩은 우리들을 순서대로 바라봅니다.
“불만 없음. 알겠지? 가위-- 바위-- 보!!!”
가위, 가위, 바위, 보. ... 무승부입니다. 노아 쨩은 그 자리에서 방방 뜁니다.
“후아~~~ 위험해 위험해, 긴장돼~~~!!!”
그것을 보고 낄낄 웃는 노아 쨩의 친구들. 뭔가 즐거워 보입니다. 나는 두근두근합니다. 총무위원이 되지 않고 끝낼 수 있기를. 내게는 맞지 않은 일이니까. 노아 쨩은 방방 뛰는 것을 멈추며, 흠! 하고 기합을 넣었습니다. 모두들, 자연히 노아 쨩의 페이스에 맞춥니다.
“자, 그럼 다시 한 번 간다?! 가위-- 바위, 보!!!!”
에잇, 하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바위, 바위, 바위, 가위. 앗...
“됐어, 이겼다---!!!”
노아 쨩이 이번에는 기쁨으로 방방 뛰어오르는 가운데, 나는 자신의 손을 바라봅니다. 내가 낸 것은 가위. 나, 져 버렸어...?
“노아 이겼어?? 재미없어~!”
“뭐야 그거 너무해!! 사실은 나랑 교과 담당이 될 수 있어서 기뿐 주제에.”
“누가 그런 위험한 착각을. 노아 쨩에게 약 먹이라고~~~”
“잠깐만!!”
져서 총무위원이 된 나보다 들떠 있는 노아 쨩의 그룹. 나는 조용히 총무위원이 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총무위원이 되지 않은 채 끝낼 수 있어서 마음이 놓인 모양입니다. 카오리 쨩만이 내 제복을 꾹꾹 잡아당기며 뺨을 부루퉁하게 부풀립니다.
“츠바키 쨩~~~ 츠바키 쨩이 총무위원이 되면 나는 어떻게 하면 좋아---.”
“미안 미안.”
약속했지만 미안해. 카오리 쨩은 그다지 납득하지 못한 눈치였지만, 정해져 버린 일을 어쩌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이 타이밍에 선생님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네, 남자도 여자도 정해졌습니까? 정해졌다면 자리로 되돌아가 주세요.”
줄줄이 자신의 자리에 들어가기 시작하는 모두들. 노아 쨩이, 탁 하고 내 어깨를 두드립니다.
“츠바키 쨩, 총무위원 힘내!”
나는 미소지어 보였습니다. ... 총무위원, 싫은 데. 설마 자기가 정말로 되어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뭐라 한들 내가 될 리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짓고 있었는데. 총무위원 일은 어울리지 않아...
내가 자리로 되돌아가자, 남자아이들도 차례로 되돌아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남자 쪽은 누가 된 것일까요. 화려한, 스쿨 카스트가 구름 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어쩌지. 상대가 나라고 안 순간, 낙담하는 얼굴이 눈에 선합니다. 우울하네요...
“네, 그럼 총무위원도 결정되었군요. 여자는 누굽니까?”
선생님이 반을 둘러보자. 나는 쭈뼛쭈뼛 손을 들었습니다.
킥킥거리며 남자아이들이 얼굴을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싫다. 이렇게 손을 드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오그라드는 듯한 걸.
“여자는 이마이로군요. 네, 그럼 남자는?”
슬쩍 하고 시선을 위로 옮겼습니다. 그러자, 옆에서 이가라시 군이 조용히 손을 들었습니다. 이가라시 군이 총무위원...?
“이가라시, 실망하지 말라고.”
누군가 남자아이가 그렇게 말하여, 뭐가 실망하지 말라는 건지에 대해 생각하자 기분이 가라앉았습니다. 이가라시 군은 특별히 거기에 대해 아무 것도 반응하지 않고, 가만히 앞을 쳐다보았습니다.
“남자는 이가라시 군인가. 그럼 두 사람 다 힘내 주십시오. 그럼, 총무위원으로 정해진 것이니까 여기서부터의 진행은 맡기겠습니다.”
!
선생님은 정해진 지 수 초만에 일을 하라고 말해왔습니다. 어,어,어? 내가 이가라시 군 쪽을 어색한 듯 쳐다보자, 선생님이 손짓을 해 왔습니다.
“뭘 하고 있니, 앞으로 나오렴.”
여, 역시 앞에 나와야만 하는 걸까?? 망설이고 있는 내 옆에서 이가라시 군이 홱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기, 기다려... 당황하여 앞에 나오자, 이가라시 군이 나를 슬쩍 내려다보았습니다.
“이마이, 판서를 해 줘.”
판서? 아, 아하. 정해진 것을 칠판에 적으면 되는 거지? 팟 하고 분필을 쥐자, 이가라시 군이 담담히 사회를 시작했습니다.
“도서위원 할 사람. ... 네, 마츠키로 결정.”
조용히, 하지만 착착 정해져나가는 위원회. 교과 담당도 척척 정해져 나가자, 나는 칠판에 열심히 이름을 적었습니다. ... 이가라시 군, 내가 함께가 되었던 것이 특별히 반응은 없었지만, 뭘 생각하고 있는 걸까. 아, 손해 보는 제비를 뽑았구나. 같은 걸 생각하거나 한다면 참 싫겠지만, 그것을 확인할 만한 능력도 없으며, 확인한다 한 들 좋은 일은 없을 테지.
학급위원회나 교과 담당이 정해지자 이가라시 군이 자리에 되돌아가는 것을 보며, 나는 작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가라시 군이 자리에 앉으며 슬쩍 어깨를 으쓱하며 역시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시선을 떨어뜨리며, 팔짱을 끼고 있었습니다. 뭔가, 주눅드는 느낌입니다.
내일은 첫 학급위원회가 있는듯 합니다. 나는 남은 학급회의 시간 동안 정말로 우울했습니다. 왜 총무위원 같은 게 되어버린 것일까...
“차렷, 경례.”
물론, 조회와 종례 때의 호령도 총무위원의 일입니다. 이가라시 군은 “어느 쪽이 할래?” 같은 상담을 특별히 해오는 일도 없이, 마음대로 호령을 붙여옵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조금... 인사가 끝나자 재빨리 이가라시 군은 교실을 나갔습니다. 나는 가방 속에 교과서를 넣으며 입술을 깨뭅니다. 이가라시 군,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뿐, 총무위원이 된 게 정말 싫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가방을 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빨리 부활동 가자...
“츠--바키 쨩!”
뿅 하고 노아 쨩이 갑자기 내 앞에 뛰어드렁옵니다. 노아 쨩의 가볍게 떨리는 입술에 왠지 눈길이 갑니다.
“노아 쨩.”
“츠바키 쨩, 이가라시 군이랑 함께구나. 잘 됐네!”
슬쩍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노아 쨩. 잘 됐네, 라고 말하는 것일가요.
“그런 거야?”
내가 머리카락을 귀에 걸며 쓴웃음짓자, 노아 쨩은 안 그래도 커다란 눈망울을 더욱 동그랗게 했습니다.
“그치만 이가라시 군, 초 미남인데다 일도 잘 해주지 않니! 어차피 위원을 할 거라면 미남이 함께인 쪽이 좋지 않니? 그치?”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며, 장난스럽게 웃는 노아 쨩은 정말로 귀엽습니다. 미남이라거나, 미남이 아니라거나, 내게는 그다지 관계가 없는 듯합니다. 나는 가방을 책상에 놓으며 작게 웃음짓습니다.
“나는 그런 걸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냐. 노아 쨩 같은 귀여운 아이 쪽이 이가라시 군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되기도 하고...”
“츠바키 쨩, 너무 어두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츠바키 쨩!! 괜찮잖아. 운이 좋은 거니까 기뻐하라구! 그리고, 이가라시 군은 나 같은 타입은 아마도 좋아하지 않을 거야~ 얼굴에 '시끄러운 여자는 싫습니다'라고 써 있는 걸.”
깔깔 하고 명랑하게 웃는 노아 쨩은, 정말로 태양과도 같습니다.
“노아, 갈 거야~!”
내가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채 쓴웃음짓고 있자, 노아 쨩의 친구들이 노아 쨩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나, 기다리게 만들어버린 걸까?
“미안, 노아 쨩, 친구들 기다리게 만들었지?”
그러자, 노아 쨩은 활짝 웃는 얼굴로 미소짓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지금부터 노래방에 갈 거야! 정말이지, 정말 저 녀석들 감당하기 힘들다니까!? 엄청나게 춤 춰대지 분위기에 따라가기 힘들어!!”
이렇게 말하면서도 노아 쨩은 깔깔 웃습니다. 노아 쨩의 '분위기에 따라가기 힘들다'는 분명히, '곧잘 따라갈 수 있다'에 해당하는 것이겠지요.
나는 노아 쨩과 바이바이를 한 뒤 교실을 나왔습니다. 그러자, 거기에는 카오리 쨩이 있었습니다.
“츠바키 쨩, 부활동 가자?”
나는, 이 쪽이 마음이 놓입니다.
미술부는, 당연하지만 미술실에서 활동을 합니다. 부원은 그다지 없기에, 모두들 제각기 생각나는 대로 그림을 그립니다. 나는 가방을 놓자 자신의 캔버스와 유화 도구 세트를 미술준비실에서 가져오기 위해 나갑니다. 미술실의 독특한 냄새는 꽤 좋아합니다. 왜 이런 냄새가 될까라고는 조금 생각해본 일도 있지만, 분명 이런저런 그림 도구라거나, 그 외의 도구라거나, 오래된 미술의 참고서라거나, 그런 것들이 합쳐져 이런 냄새가 된 것이겠지요.
나는 언제나 앉는 창가의 자리에 캔버스를 놓고, 유화 도구 세트를 열었습니다. 유화 도구의 냄새도 처음에는 조금 싫었지만, 익숙해지자 좋아지게 되었습니다. 기름을 넣는 작은 병이라거나, 붓이라거나, 팔레트라거나, 잘 손질해두지 않으면 정말 심한 상태가 되어버리니까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역시 착실히 '사용하고 있다는 감각'은 들고 있어서, 그것이 역으로 애착을 불러일으킵니다.
사용감이 있는 도구란 뭔가 동경하게 됩니다. 내 도구는 아직입니다만. 유화는, 슬쩍 칠한 것만으로는, 그림에 무게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색을 덧입혀 칠합니다. 그렇게 하면 입체감이 드러나는 느낌이 듭니다. 나는 내 캔버스에 눈을 돌립니다. 르네 마그리트의 '피레네의 성채'의 모사입니다. 공중에 떠 있는 커다란 바위에는 정상에 성이 있으며, 배경에는 하늘이 펼쳐져 있고, 바위 아래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바위의 질감, 하늘의 파랑과 구름의 하얀 색, 파도치는 바다. 모두 표현하기엔 어려운 것으로, 조금씩 색을 입혀가며 마음에 드는 그림으로 만들어갑니다. 팔레트에 물감을 짜면서 슬쩍 밖을 쳐다봅니다. 아래쪽에서 운동부의 사람들이 운동장을 돌고 있으며, 벚꽃이 만개해 있습니다. 열린 창문으로부터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뭔가, 마음이 놓입니다. 이것이 내게는 딱 좋습니다.
다음 날 아침. 오늘은 드디어 위원회가 있습니다. 나는 빨리 학교에 도착하여, 꽃병의 물을 갈았습니다. 선생님이 가져온 한 송이의 튤립. 가능하다면 오랫동안 예쁘게 있어줬으면 하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을 갈고, 나는 그것을 교실에 가져가면서 어떤 사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 쉬는 시간, 이가라시 군에게 말을 걸어보려 합니다. 그치만, 이대로 이가라시 군이 점점 호령이라거나 하는 것을 혼자서 해버리기 시작한다면 면목이 없습니다. 확실하게 일 분담을 정하지 않으면 역시 안 되겠지요. 그러니까, 내 쪽에서 힘내서 이야기를 걸어보려고 생각한 것입니다. 꽃병을 교실의 정위치에 놓고, 나는 몸을 쭉 폅니다.
괜찮을 거야, 인사를 하고, 이렇게 하면 반드시 자연스럽게 말을 걸 수 있을 거야. 우선은 인사. 괜찮아. 나는 혼자서 기합을 넣고, 자기 자리로 되돌아갑니다. 옆자리인 걸, 인사 정도는 자연스럽게 가능할 거야? 카오리 쨩이 오기 전까지 나는 영어 예습을 하려고 했습니다만, 그다지 집중이 되지 않습니다. 이가라시 군이 온다면, 이가라시 군이 책상에 가방을 놓는 타이밍에 “안녕” 하고 말하는 거야.
단지 그것뿐인데도, 왜인지 긴장되어 옵니다. 점점 교실에 클래스메이트들이 들어옵니다. 나는 교실 입구 쪽을 흘낏흘낏 쳐다봅니다. 이가라시 군, 오는 시간대가 늦은 타입이었던가? 그렇게 생각하며 전자사전을 달깍 하고 연 순간, 이가라시 군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터벅터벅 하고 교실로 들어왔습니다. 왔다...!
“이가라시 군, 안녕!!!”
“이가라시 안녕!!”
이가라시 군이 오자마자 반 아이들이 차례로 인사하기 시작하여, 이가라시 군은 느긋이 “안녕.”하고 한 마디. 나도 인사를 해야만 하는데...!
이가라시 군은 졸린 듯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인사...
“저기...”
인사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룻록, 말을 걸 타이밍이 보이질 않습니다.
지금은 하품을 하고 있고, 지금은 가방 속을 보고 있고, 지금은 스마트폰을 체크하고 있고, 지금은 다른 사람이 말을 걸고 있고, 오히려, 이렇게까지 기다려서 이 타이밍에 갑자기 '안녕'이라는 건 뭔가 이상하겠지요? 이런 걸 생각하고 있으려니 시간은 차츰 가 버리고,
“웃.”
내가 인사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을 때, 이가라시 군은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말을 걸지 못했다. 내 마음에 생겨난 것은 말을 걸지 못했다는 안타까움과 함께, 이가라시 군이 사라져버린 것에 어쨌든 말을 걸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는 안심감. 여기서 안심해버리는 자기가 점점 글러먹었구나 하고 생각됩니다.
“안녕, 츠바키 쨩.”
내가 복잡한 생각을 품고 있으려니, 카오리 쨩이 교실에 들어옵니다.
“앗, 안녕.”
“어라, 영어?? 벌써 거길 예습하고 있니? 빠르네, 그만두라고~!”
카오리 쨩은 내 책상 위에 펼쳐진 영어 노트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했습니다. 나는 작게 웃어두었습니다.
“차렷, 경례.”
결국, 아침 구령은 이가라시 군이 내게 뭔가 상담하는 일 없이 이가라시 군이 당연한 듯이 했습니다. 이대로라면 나는 일 전부를 이가라시 군에게 맡겨버리는 게 되어 버릴 거야. 구령이 끝나 착석한 이가라시 군을 봤지만, 이가라시 군은 내 쪽을 신경쓰는 일 없이 담담한 모습으로 팔을 괴었습니다. 나, 의지할 구석이 없어 보이는 걸까. 그다지 도움이 되어 보이지 않는 느낌일까나.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 하는 것이 귀찮으니까, 차라리 혼자서 해 버리자라는 느낌일까.
대화가 없으면, 이것저것 억측을 해 버리는 것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츠바키 쨩, 분필가루가 교복에 묻어 있어!”
생각한 결과, 나는 수업 후의 칠판 지우기를 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이거라면 이가라시 군이 움직이기 전에 칠판 지우개를 쥐기만 하면 되는 일. 높은 곳을 지우면 분필가루가 떨어져서 짙은 감색 소매에 흰 점이 점점이 붙어버립니다. 그것을 본 카오리 쨩이 분필가루를 털어내 주었습니다.
“총무위원이란 게 큰일이구나. 이가라시 군이 칠판 지우게 하면 안 되니?”
카오리 쨩은 도와주려 하는 듯, 칠판지우개에 손을 뻗었습니다. ... 이가라시 군에게는 아무것도 부탁받은 일이 없어.
“말을 들어서 하는 쪽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몰라...”
내가 슬쩍 말한 말은 카오리 쨩에게는 닿지 않았습니다. 우선, 나는 내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려 합니다. ... 오늘 위원회, 조금 우울합니다.
“카오리 쨩, 나, 손 씻고 올게.”
카오리 쨩이 도아주는 것도 미안하기에, 나는 카오리 쨩이 지우려 하기 전에 칠판 전체를 깨끗이 지웠습니다. 분필가루가 묻어 손이 더러워졌습니다. 나는 서둘러 교실을 나와 화장실에 가 손을 씻었습니다. 슬쩍 고개를 들자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 뭔가 불안해 보입니다.
“웃...”
심하게 고개를 흔든 뒤, 나는 화장실을 나왔습니다. 기분을 바꾸자. 아침엔 말을 걸지 못했지만, 위원회 때는 얘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의외로 얘기해 보면, 평범하게 대화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이마이!!”
멀리서부터, 선생님에게 불렸습니다. 무엇일까요.
“네, 무슨 일이세요?”
선생님이 있는 곳까지 달려가자, 선생님은 안고 있던 학습지의 산을 내게 내밀었습니다.
“이거, 지금부터 쓸 고전 수업의 학습지다. 이마이 반의 몫이니까 옮겨서 나눠 둬.”
“...네, 알겠습니다.”
나는 1학년 때부터 이런 잡일을 부탁받는 일이 많았습니다. 부탁받으면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인 탓에, 아마도 상대로부터도 부탁하기 손쉬운 사람일 테지요. 학습지의 산을 맏아들자, 보던 바와 달리 무거워서 슬쩍 팔에 부담이 갑니다.
“이마이, 괜찮니?”
“괜찮습니다. 옮겨두겠습니다.”
조금 비틀거리면서, 어쨌든 우리 반으로 향했습니다.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자, 앞쪽에서 남자아이 3명이서 옆으로 늘어서서 복도를 걷고 있었습니다. ... 오른쪽 두 사람, 우리 반 사람인가? 아, 그래. 시업식 때, 이가라시 군과 이야기했었던 카미오 군이다. 가장 왼쪽 사람은, 우리 반 사람은 아닌 듯한데... 왼쪽 사람은 추욱 어깨를 떨어뜨린 채 카미오 군 일행과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정말 최악이야. 제비뽑기로 총무위원이 되어버렸다고. 내 제비뽑기 운 위험하지 않니?”
“뽑기 운 최고로구만, 축하해.”
“시끄러워. 카미오 군네는 누가 됐나??”
“사다리타기로 이가라시 군. 이가라시 군의 운 없음은 위험하다고~~~”
껄껄 웃는 카미오 군. 내가 뒤를 걷고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한 듯합니다. 이가라시 군, 사다리타기로 총무위원이 된 거구나... 왼쪽 사람은 흥 하고 머리를 긁었습니다.
“이가라시인가. OK. 상대는?”
“아- 이마이라는 녀석.”
“그거 누구야, 모르겠는 걸-”
뭔가, 부끄러움이 밀려옵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듣지 말아야 하는데 듣지 않을 수도 없어서. 내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카미오 군은 껄껄 웃었습니다.
“나도 같은 반 될 때까지 전혀 모르는 여자애였지만, 얘가 전혀 우리들과는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수수한? 그런 애인 듯해. 이가라시 재앙이구나~ 이마이랑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아, 그렇다기 보다 말을 하는 일이 없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꾹 참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되받아치는 것조차 무서우니까요. 무거운 학습지가 더욱 무겁게 느껴집니다. 왼쪽 사람은 낄낄 웃었습니다.
“정말이냐~~~ 이가라시 정말 큰일이구만. 내 쪽이 차라리 다행인가. 상대가 타카기인 걸.”
“엣~! 부럽네, 타카기 귀엽지, 밝지, 오히려 럭키인 걸.”
“솔직히, 상대가 타카기라고 알았을 때 조금 기분 좋아졌다고.”
즐거운 듯 대화하는 셋. 비참합니다. 아무것도 반박할 수 없는 자기 자신에게도 갑갑한 느낌이 듭니다. 뭔가, 미안합니다.
방과 후, 청소당번을 마친 뒤, 나는 총무위원회가 있는 교실로 향했습니다. 자리는 학년별, 반 순서대로 정해져 있어서, 나는 자기 자리 쪽을 보았습니다. 이가라시 군이 먼저 와 앉아 있습니다. 나는 살짝 자리에 가 앉았습니다. 이가라시 군은 내가 와도 별로 반응은 하지 않고, 턱을 괸 채입니다.
나는 필통에서 샤프를 꺼내들고, 책상 위에 놓인 종이를 봤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시간이 가지 않는 걸요.
<제 1회 총무위원회> 이런 타이틀이 붙은 종이에는 그다지 읽든 읽지 않든 중요하지 않는 내용이 써 있습니다. ... 빨리 부활동 가고 싶어.
“여어~ 이가라시!”
이가라시 군을 부르는 밝은 목소리. 내가 불린 것도 아니지만, 거기에 이끌려 고개를 들자 아까 카미오 군과 이야기하고 있던 남자아이와, 그 옆에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부풀린 경단 모양으로 말아올린 귀여운 여자아이가 있습니다. 저 아이가 분명 타카기. 두 사람은 우리들 뒷자리에 앉았습니다. 아마도 2학년 2반의 총무위원인 듯합니다.
“이가라시도 총무위원이라고 카미오한테 들었지만, 사다리뽑기로 정해졌다며? 힘내라고!”
남자아이가 툭툭 이가라시 군의 등을 치자, 이가라시 군은 작게 한숨을 쉽니다. 그리고 조용한 목소리로 “위원회 때문에 부활동 가는 게 늦어져서 정말 싫다고.” 라고 말했습니다. 호오... 그런 것이군요. 이가라시 군이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은 처음 듣습니다. 내가 입을 다물고 있자, 타카기가 몸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가라시 군이다! 아, 수영으로 언제나 표창을 받고 있지! 아, 나 타카기 리리코라고 해! 좋을 대로 불러 줘! 전교생 집회라거나 그런 데서 매번 이름 불리고 있으니까 나 대단하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이가라시 군을 반짝반짝 빛나는 큰 눈으로 올려다보는 타카기. 달콤하고 여자아이다운 향기에, 교복을 귀엽게 입었습니다. 그렇지, 함께 한다면 이런 귀여운 아이 쪽이 좋겠지.
'어차피 위원을 할 거라면 미남이 함께인 쪽이 좋지 않니? 그렇지?'
노아 쨩이 말했던 말. 남자아이 쪽에서 보더라도 같은 것을 말하겠지요.
“하아... 나, 오카무라 군보다 이가라시 군과 함께 위원 하고 싶었다고! 오카무라 군 일 안 할 것 같아. 이가라시 군이라면 곧잘 함께 일을 해줄 것 같은 걸.”
타카기가 이렇게 말하며 장난스럽게 웃자, 카미오 군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던 이 오카무라 군이라 하는 듯한 남자아이가 '이봐' 하고 즉시 반격을 해 옵니다.
“아니, 나도 일 한다고!!! 나 정말 일 잘하는 남자라니까!! 그렇지? 이가라시도 내가 됨됨이가 된 녀석이라고 알고 있지??”
“어떨까.”
“이가라시...~!!!”
이가라시 군과 오카무라 군의 말싸움을 타카기는 꺄하하 하고 웃으며 보고 있습니다. 즐거워 보입니다만 뭔가 나는 소외된 기분이 강합니다. 그러니까, 이미 몇 번이나 눈길을 주었던 책상 위의 종이를 읽는 척을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점점 비참한 기분이 되어버리니까.
“그럼, 1회째의 총무위원회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위원회는 시작되었습니다.
“1학기 동안, 위원장을 맡게 된 사카이입니다.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만 잘 부탁드립니다.”
사카이 선배는 이렇게 말한 뒤 종이를 1장, 1학년 쪽으로 나누어주었습니다.
“지금부터 명부를 나누어줄 테니, 내가 설명하고 있는 동안 명부를 돌려서 자기 학년과 반의 란에 이름을 적어주십시오. 그럼...”
사카이 선배가 위원회 이야기를 하는 중 돌려지는 명부. 1학년 1반부터 순서대로 명부가 쓰여져 갔고, 2학년은 뒷반인 5반부터 명부가 돌려졌습니다.
“타카기, 내 이름도 써 줘!”
뒷자리에서 오카무라 군이 타카기에게 부탁을 합니다. 타카기가 “에엣~”하고 작은 소리를 냅니다.
“정말이지---, 자기가 쓰면 될 걸 갖고, 어쩔 수 없으니까 써 줄게.”
“고마워!”
이 두 사람, 이야기가 정말로 자연스러워서 좋구나. 이렇게 농담이라든가 서로 할 수 있어서 즐거워 보여. 내가 뒤돌아보며 종이를 받으려 하자, 타카기가 툭툭 하고 이가라시 군의 어깨를 쳤습니다.
“이가라시 군, 이가라시 군, 이가라시 군의 이름도 써 줄게! 이가라시 군, 이름 글자 가르쳐 줘.”
아... 나, 너무 서둘러 버렸구나. 질문을 받은 이가라시 군은 슬며시 뒤돌아봅니다.
“됐어, 내가 쓸 테니까.”
“괜찮아! 내가 쓸 거야. 가르쳐 줘?”
타카기는 살포시 웃으며 볼펜을 돌립니다. 그 손가락의 손톱은 아름답게 빛나도록 손질되어 있어서, 여자력이로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이가라시 군은 조금 시선을 떨어뜨리며, 입에 손을 대었습니다. 그리고.
“마모루, 호위(護衛)의 [위(衛)]라는 글자에, 마모루.”
담담히, 낮게, 침착한 목소리로 말한 이름. ... 마모루. 나도 처음 알았습니다.
“마모루 군이라고 하는구나?? 뭔가 그럴싸해! 이가라시 군에게 어울려!”
타카기는 이렇게 말하며 명부에 이가라시 군의 이름을 적습니다. 여자아이다운 귀여운 동그란 글자. 나는 저렇게 쓸 수 없습니다. 타카기는 '衛'라는 글자를 귀엽고 정성들여 쓰고는, 내게 슬쩍 종이를 건네려 했습니다.
“타카기, 이가라시만 적는 거야? 차가운 걸.”
여기서, 오카무라 군이 건들거리며 타카기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타카기는 여기서 처음으로 내 얼굴을 보았습니다.
“아, 아아, 그렇구나 미안해. 이름 가르쳐 줘.”
이가라시 군에 대한 태도와는 명백히 다릅니다만, 뭔가 그것도 어쩔 수 없지라고 자기 스스로도 생각합니다. 그치만, 나와 이가라시 군이라면, 가치가 전혀 다르니까.
“으음, 츠바키.”
여기서, 풋 하고 뿜어버린 타카기. 에...? 타카기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곤란한 듯이 눈썹 끝을 내려뜨렸습니다.
“미안하지만, 성씨도 모른다니까(笑)”
뭔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이름만을 말한 내가 심하게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오카무라 군도 키득키득 웃었습니다.
“헤에... 츠바키라고 하는구나. 이름 '은' 귀엽네~~ 츠바키 쨩이라고 불러 줄까??”
아무것도, 되받아칠 수가 없습니다. 빨리 이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도할 뿐. 아, 시간을 되감아줬으면 좋겠어. 그러면 이름만을 말하거나 하는 얼빠진 짓은 하지 않았을 텐데.
“이마이, 에요.”
작고 갈라진 목소리로 이름을 말하자, 오카무라 군과 타카기가 얼굴을 마주보며 키득키득. 어째서 이럴 때 웃는 것일까. 내 기분을 생각한 끝에 웃고 있는 것일까. 사소한 것으로 비웃음당하는 쪽의 기분을 생각한 적은 있는 것일까.
“태도가 나빠.”
조용히, 하지만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놀라서 고개를 들자, 이가라시 군이 팔꿈치를 괸 채, 이 쪽을 보고 있습니다. 태도가 나쁘다, 라고...
“엇, 이가라시.”
오카무라 군이 반쯤 웃는 얼굴로 이가라시 군의 얼굴을 봤습니다. 하지만, 이가라시 군은 웃지 않은 채, “뭐.” 이가라시 군의 압력이 대단합니다. 그러자, 타카기가 당황하여 내게 말을 걸었습니다.
“에, 이마이. 미안해?? 별로 나쁜 생각은 없었다고? 그건 알고 있지?”
“...응, 괜찮아.”
이제 와서 따져 본들 의미가 없기 때문에, 신경을 쓴다 한들 어쩔 수 없는 걸. 내 대답에 타카기는 안심하고, 이가라시 군의 얼굴을 봤습니다. 이가라시 군은, 이미 앞을 향해 보고 있어서, 이쪽은 보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가라시 군...
위원회는 특별한 문제 없이 진행되어, 정시에 끝나게 되었습니다. 인사 후 차례로 자리를 뜨는 주위 사람들. 타카기도 내게 “응~~~ 담에 또 봐 츠바키 쨩.”이라고, 마치 헤어지는 것을 아쉬어하는 듯한 목소리로 인사를 해 왔습니다. 그것이 도대체 누구에 대한 어필인가는 내게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인사로 답해두었습니다. 내게 인사를 해두고 싶었다, 라고 할 리는 없겠지요. 타카기는 이가라시 군에게 “이가라시 군도 또 봐!” 라고 인사를 하고는, 오카무라 군의 뒤를 쫓아서 교실을 나갔습니다.
“...”
슬쩍 이가라시 군을 보자, 이가라시 군으 언제나처럼의 모습으로, 아까 전의 박력은 없습니다. 책상 위를 정리하자, 이가라시 군이 자리를 떠서 교실을 나가려고 했기에, 나도 당황하여 교실을 나왔습니다.
되돌아가는 교실은 똑같은 2학년 1반. 이가라시 군과의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둔 채, 나는 걸었습니다. 나 따위와 같이 돌아가는 것은 이가라시 군에게 있어서 즐거운 일이 아닐지도 모르니까. 그러니까...
“저기 말야.”
이가라시 군이 슬쩍 멈추어서서, 이쪽을 뒤돌아보았습니다. ...응?
“아, 네.”
“저럴 때 정도는 뭔가 되받아쳐 주라고. 응수 말이야.”
“저기,”
“보고 있는 이 쪽이 기분이 나빠질 정도였다고.”
이가라시 군은 담담히, 하지만 차갑게 말했습니다. 기분이 나쁘다...
“저기, 미안해.”
기분을 나쁘게 해서, 미안합니다. 내가 사과하자, 이가라시 군은 한순간 미간에 주름이 잡힌 채, 그리고 나서, 다시 앞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가쿠란을 입고 있는 등이 넓고 키가 큰, 조금 다가가기 힘든 아이. 나는 입술을 깨문 채, 이가라시 군에게 다가갔습니다.
“잇... 이가라시 군.”
처음으로 스스로 말을 걸어본 것일지도 모릅니다. 옆에 서자 이가라시 군의 키가 크다는 것을 강하게 느끼면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올려다보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이가사리 군은 약간 입술을 벌린 채, 살짝 이쪽을 옆눈질하며 내려다보았습니다.
“뭐니.”
담담한 반응. 역시 말을 걸기 힘든 분위기입니다. 나는 꿀꺽 침을 삼켰습니다.
“저기, 이가라시 군, 거의 모든 일을 해주고 있어서, 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서, 뭔가, 분명 나 같은 것보다도 노아 쨩이라거나, 그런 아이와 함께 일하는 쪽이 이가라시 군도 일하기도 쉬웠을 테고, 즐거웠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저기, 나, 말을 들으면 일 잘 할테니까, 이것저것 말해 줘도 괜찮으니까 말해 줘.”
하라고 말하면 할 테니까. 적당히 부려먹어도 괜찮으니까. 이가라시 군은 조금 놀란 채, 그리고 나서 작은 한숨을 토해냈습니다.
“내가 언제 그런 걸 말했니?”
... 어라? 내가 이가라시 군을 바라보자, 이가라시 군은 이쪽을 질린 듯한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언제 이마이랑 함께라면 일하기 힘들다고, 다른 여자아이 쪽이 즐겁다고 말했니?”
“아... 그렇게 들은 건 아니지만...”
내가 띄엄띄엄 말해자, 이가라시 군은 나로부터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 이가라시 군은, 내가 말한 것과 같은 것은 특별히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일까요.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가운데, 이가라시 군의 생각을 추측해보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
내가 입을 다물고 있자, 이가라시 군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그렇다기보다, 칠판 지우고 있고, 일하고 있지 않니.”
칠판...!
“보고, 있었니?”
쭈뼛쭈뼛 묻자, 이가라시 군은 조금 인상을 쓰며, “봤거든.” 담담히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가... 나는 무언가 어쩌면 좋을지 몰라서, 손을 쭈뼛쭈뼛하고 있었습니다. 이가라시 군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복도에 저녁 해가 비쳐, 길쭉히 늘어진 그림자. 이가라시 군의 야무진 얼굴이 비추어집니다.
“그것 정도만이, 남은 일 중에 생각이 나질 않아서... 이가라시 군, 착착 혼자서 일을 해 나가니까, 저기, 무리하지 말아 줘, 나, 곧잘 해낼 테니까.”
“서투르지 않니?”
에...?
내가 팟 하고 눈을 뜨자, 이가라시 군은 담담하고 조용히, 그리고 짧게 말했습니다.
“이마이, 사람들 앞에서 눈에 띄는 걸 싫어하는 듯하니까, 호령이라거나 내 멋대로 했어.”
확실히, 싫어합니다. ... 눈치채고 있었던 걸까요?
“어째서 알고 있었던 거니?”
내가 무심결에 묻자, 이가라시 군은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은 채,
“그 정도야 알지 않니.”
라고만 한 마디. 나, 그렇게 노골적으로 쭈뼛쭈뼛하고 있었던 걸까요. 그리고 이가라시 군은 내게 신경을 써 주고 있었던 거군요.
“...그렇구나.”
내가 무심코 중얼거리자, 이가라시 군은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잠깐...
“이가라시 군.”
무심결에, 불러세웠습니다. 그러자, 이가라시 군은 홱 이쪽을 뒤돌아보았습니다.
“총무위원의 일 분담을 내일 함께 정하자.”
이것만 말한 채, 먼저 교실로 되돌아갔습니다. 이것은 내가 맘대로 생각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전혀 의지가 되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분담하는 것으로 비로소 함께 위원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조금, 기뻤습니다.
“...나도 부활동 갈 테니까.”
나는 조금 밝은 기분이 되어, 교실로 되돌아가 부활동을 갔습니다.
다음 날 아침, 학교를 가서 언제나처럼 꽃병의 물갈이를 했습니다. 오늘은 문고본을 읽으며 카오리 쨩이 오는 것을 기다립니다. 하나, 그리고 또 하나씩 클래스메이트가 교실에 들어오는 중, 이가라시 군이 어제와 거의 같은 시간대에 교실에 들어왔습니다.
“이가라시, 안녕”
“이가라시 군, 안녕~~~!!”
모두로부터 인사를 받으며, 이가라시 군은 담담히 “안녕” 하고 인사를 합니다. 터벅, 터벅하고 자리에 다가오는 이가라시 군. 털썩 하고 책상에 가방을 올려둡니다. 지금이다...!
“아, 저기, 안녕!”
말했다...! 내가 인사하자, 이가라시 군은 조금 당황한 얼굴을 했습니다. 하지만, 곧 언제나의 침착한 표정으로 되돌아와, 덜컥 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 그리고
“안녕.”
인사를 해 주었습니다. 뭔가, 아침부터 조금 기쁩니다. 오늘은 인사를 할 수 있었어. 어제 조금이지만 이야기를 했던 덕인 것일까. 인사하는 것만으로도 뭔 큰일이라도 되는 양 구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내게 있어서는 큰 진전이었습니다.
“안녕, 츠바키 쨩, 어라,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조금 뒤에 온 카오리 쨩은 나를 보고 신기한 듯이 말했고, 나는 밝게 웃어보였습니다. 총무위원회,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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