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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학은 나한테 맞지가 않다. 소세키, 오사무, 겐자부로, 유키오 다음으로 하루키 이렇게 읽게 됐는데, 그래도 많이들 좋아하는만큼 기대를 걸고 있었다. 혹시 실망하지 않을까 책을 펴기 힘들기도 했고.

일문학은 대체로 작은 사건을 마치 자기 인생의 모든 것을 다 뒤바꿔버린 가슴 아픈 사건처럼 묘사하고, 그래서 내 성격은 남들과 다르게 변해버렸단 식으로 풀어가는데 그 과정을 주인공은 매우 쿨하게 받아들인다. 근데 그런 태도가 어딘지 오글거린다고 해야하나, 유치하다는 느낌을 계속 받게 됨. 지나치게 자기 연민에 찬 느낌도 별로고.

예컨대, 주인공은 늘 난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며 드러나지 않게 난 아주 비극적이며 섬세한 사람이지만 이런 아픔쯤은 참아내는 쿨한 인간이다, 를 주장하지만 까보면 할아버지가 죽었다든지, 키우던 개가 죽었다든지 그런 거 뿐임. "아니 얘는 별로 아프지도 않은데 왜 아프단 거야." 이런 생각이 자꾸 듦.

사실 일문학으로 쳐야하나 싶긴 하지만 가즈오 이시구로는 재밌게 읽었음. 어렸을 땐 오사무도 괜찮게 읽었었는데 이게 참 나이가 드니 취향이 바뀐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