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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솔아 - 초파리 돌보기

초파리 연구하는 알바를 하다가 병을 얻은 이원영과 그런 엄마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려는 딸의 이야기다. ‘소설을 쓰는 소설’, 즉 메타소설이며, 이 소설을 어떻게 끝맺어야하는지 고민하는 내용이 주가 된다. 과연 엄마의 병은 어디에서 온 것이며, 해피엔딩을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소설가 딸은 어떻게 다뤄야할 것인가. 제법 읽을만 했으나, 문제를 뭉뚱그리며 끝내는 결말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단편 분량의 한계랄까.



김멜라 - 저녁놀
레즈비언 커플 사이의 딜도를 화자로 한 알레고리 소설이다. 무엇에 대한 알레고리인가. 다름아닌 인셀(비자발적 순결주의자)에 대한 알레고리가 아닐지? 인셀은 곧 여성들이 필요로 하지 않는 남성이며, 이에 불만을 품고 스스로 여성을 거부하는 유형의 남자들을 일컫는다. 레즈비언 커플에게 쓸모가 없어 버려질 위기에 처하며, 도리어 그 여자들을 혐오하기 시작하는 딜도의 모습은 인셀에 대한 알레고리로 보기에 충분하다.

흥미로운 점은, 폐기물 박스에 들어간 딜도 모모가 그곳에 같이 있던 니체, 쇼펜하우어, 루소, 아도르노의 저작을 접하며 동족(남근)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한다는 데 있다. (이 단편의 제목 <저녁놀>은 니체의 <아침놀>에 대한 패러디로, 남성성의 몰락을 의미하는 듯하다.) 남성들의 지식세계를 폐기물 박스에 버리고 레즈비언의 쾌락에 집중하는 이 소설은 그야말로 문제적인, 달리 말해 ‘불온한’ 소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과 재작년 젊작에서 주로 여성들만의 이야기(+퀴어 남성의 이야기)에 집중했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아마 이는 요새 화제가 된 이대남-반페미니즘 담론을 의식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남성성을 가차없이 조롱해버리는 이 소설을, 독갤에선 그다지 좋게 보지 않을 것이고 나로써도 받아들이기 힘든 구석이 꽤나 있다. 그러나 성인용품을 알레고리로 활용한 구성은 제법 마음에 들며, 그 참신함은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남성성을 어떻게든 우습게 표현하려 하는 이 소설의 기본전제는 논란이 될 법하다. 대상작을 두고 <초파리 돌보기>와 경쟁했다고 하던데, 아마 <저녁놀>이 대상으로 뽑히지 않은 것은 이 작품이 지나치게 공격적인 탓이 아니었을까 싶다.


김병운 -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퀴어 소설을 쓰는 작가의 씁쓸한 연애담. 이 작품의 가장 중심에 오는 대사는 “쓰면 좋겠어요. 우리에 대해 쓰면 좋겠어요.”라는 말. 김봉곤 카카오톡 무단도용 사태를 의식하고 한 말이 아닌가 추측해본다. 김봉곤의 그 사건이 ‘소수자가 자신이 실제 겪은 일을 진술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문제’로 이어졌다면, 애당초 당사자의 허락을 받은 이 작품은 윤리적으로 무결한 작품이 되는 것이니까. 오토픽션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표명으로 읽힌다.


김지연 - 공원에서

  내연남의 집을 향하던 중, 공원에서 남자와 시비가 붙어 ‘개처럼’ 맞은 여자의 이야기. 작품 전체적으로 화가 나 있는데, 작가 스스로도 그것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분노’라는 키워드에서 김사과가 떠올랐지만, 그만큼 능숙하게 잘 다뤄내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후반부 ‘개 같다’라는 의미를 돌이키며 일상적으로 쓰이는 언어에 담긴 차별적 인식을 언급하는데, 어쩌면 (과한 추측이긴 하지만) 작년 젊작에 실린 ‘한.남’ 발언 논란을 의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김혜진 - 미애

남편과 이혼해 홀로 딸을 양육하는 미애의 이야기. 젊작에 실린 작품 중 가장 현실적이었고, 가장 암담했다. 묵은지 소설 특유의 굶주림이 살아있어, 일반적인 겉절이 작품과는 다른 감성으로 다가왔다.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것은 곧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음이며, 추상적인 이상을 말하기에 앞서 당장의 생계문제에 혈안이 되어야 한다는 게 아닐까. 그 점에서 김혜진은 ‘젊은 작가상’을 능가하는 ‘성숙함’을 갖고 있다.



서수진 - 골드러시

호주에서 일하는 한국 남녀의 냉담한 결혼생활. 환상성은 없으나 하루키의 소설을 읽는듯한 터프함 내지 무심함, 그런 게 느껴졌다.




서이제 - 두개골의 안과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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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새로 변하는 질병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어느 세계의 이야기. 상당히 전위적이다. 중간에 흑백사진을 배치하는 데에선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가 떠오르기도 하고, 알아듣기 힘든 문장을 구사하는 방식에 있어선 이상우의 <두 사람이 걸어가>가 떠오르기도 한다. 모더니즘 좋아하는 독붕이들에게 최적화된 단편으로, 드디어 젊작에도 이런 아방가르드한 작품이 실리기도 하는구나 감탄했다. 다만 ‘전위를 위한 전위’로도 느껴져, 내 취향하곤 좀 거리가 있긴 했다.


*총평

  나쁘지 않았다. 20, 21, 22 중에선 이번이 제일 괜찮았고, 김애란의 <물속 골리앗>이 수록된 11년 젊작, 임현의 <고두>가 수록된 17년 젊작과 비교해도 크게 손색없다는 느낌이다.

  대상작 자체는 평범하다는 느낌도 있으나, 김혜진의 <미애>, 서수진의 <골드러시>는 일반적인 소설의 재미를 놓치지 않은 작품이었고, 서이제의 <두개골의 안과 밖>은 영락없는 아방가르드 소설로 젊작의 반경을 넓힌 느낌이었다. 김멜라의 <저녁놀>은 상당히 문제적인 작품으로, (다소 욕먹을 각오하고) 소설 구성의 참신함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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