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을 싫어하진 않는데, 아쉬운 점이 크게 2가지 정도는 있음


첫 번째는 리얼리즘이 너무 많다는 건데, 이건 그래도 차차 나아지고 있음. 문제의 원인은 국문학이 세계문학의 흐름에 비해 느리게 발전하고 있는 것 때문인 듯

아마도 분단의 영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세계문학에서 모더니즘의 등장이 1920년대인 걸 감안하면 1930년대 국문학 모더니즘 열풍은 그리 늦지 않은 출발이었음

문제는 분단 이후 세계문학 흐름을 따라가지 못 했음. 국문학의 현대문학 출발이 1960년대인데, 세계문학 흐름에 비하면 몇십년이나 느렸지

1960년대에 세계문학은 포스트 모더니즘 열풍이 불 시기인데, 국문학은 모더니즘도 만개하지 못한 채 분단 문학을 쓰고 있으니 모더니즘, 포스트 모더니즘, 환상문학 등의 장르 넓히기는 꿈도 못 꿈
1990년대에 들어서야 하일지, 이인화 등의 포스트 모더니즘 작가가 등장하긴 했다만 너무 늦어버림

2000년대 이후 아방가르드가 늘고 있는데, 이건 곧 여러 장르들이 나왔다는 증표겠지. 좋은 현상이나 젊은 작가들이 기본기 없이 시도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도 많아 지켜볼 여지가 있음

두 번째는 단편이 많아도 너무 많음. 애초에 소설의 근본이 장편이고, 단편은 장르 소설의 하나 정도로 평가받던 게 얼마 안 된 일이라서 단편 소설이 많은 건 절대 좋은 현상이 아님

현대에도 앨리스 먼로가 단편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사례 등을 보면, 여전히 단편에 대한 평가는 장편보다 덜 하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장편에 비해 사유의 제약이 있다던가 하는단점들도 존재함

이 쪽은 갈수록 더 심해질 것 같다고 생각함. 김승옥 '무진기행'이나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처럼 예전에도 단편들은 많았지만, 2000년대 이후 활동하는 작가들은 아예 장편을 쓸 생각 조차 안 하는 작가들도 보임

2000년대 등단 최고 인기 작가 중 한 명인 김애란도 장편 하나 말아먹은 후 쭉 단편만 쓰는 신세니, 2010년대 등단 작가들은 더 심하지

애초에 현대 국문학 즐겨읽는 독자 대부분이 장편보다 단편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여서 앞으로도 단편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임

독갤에선 국문학이 망했다고 하지만, 난 국문학의 미래가 그리 어두워 보이지 않음. 이번 부커상 후보에 오른 것처럼 국문학이 세계문학 시장에 점차 돌입하고 있고, 분단 이후 한국 얘기에 머물러 있던 주제들이 다양해지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