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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히가이시 조 summer 라는 음악을 듣게됐다.
영상 속의 그는 너무나도 해맑은 웃음으로
오케스트라와 함께 합을 맞춰 연주하고 있었는데

왜 그런건지 몰라도
여름 풍경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하복을 입은 학생이 쏟아지는 햇빛 속에서 낡은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서행하고 있는 사랑스러운 풍경이었다.

어떻게 문자나 영상이 없는 소리만으로 이런 구체적인 여름의 풍경이 떠오르고 이토록 감각적일 수 있을까?
단숨에 그의 앨범 2장과 에세이를 구입했다.

그 책이 바로 이것이다.
그간 에세이에는 별 관심을 주지않고 살았는데
이토록 망설임 없이 에세이를 산건 처음이었다
에세이는 덕질의 영역인가보다.

그는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추구하는건 근본적으로 모두 똑같다고 말한다.
하나의 목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

모두에게 인정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불안도 느끼지 않을 것 같아보였지만
그는 매 공연마다 항상 불안하고 긴장된다고 한다.

지휘를 하는편이 큰 기술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뭔가 음악가스러운 일을 한다는 느낌을 줘서 좋다고ㅋㅋㅋ

자신이 직접 피아노를 치게되는 순간이 오면
실수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 때문에 공연 전날에 10시간을 오직 피아노 연습에만 몰두한다고 한다.

영화음악을 만들때 그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겠다던가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일절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직 영상과 어울리는 음악인가를 골몰한다.

그래서 총감독의 의견에 절대 맞추지 않는다고 한다.
만든 음악을 영상감독에게 들려준 뒤 좋은 반응이라면
최종적으로 상영때도 좋은 평가가 돌아온다고 한다.

작곡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체험해서 내 피와 살을 만들었는가 하는 것이 95%
번뜩이는 직감이 5%라고 말한다.

그는 책의 절반가량을 통해 "직감"의 중요성을 말했다.

첫 순간에 다가오는 이미지나 감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처음 느낀 이미지를 메모해두고
그것을 조금씩 변형시켜가며 곡을 만든다고 한다.

실제로 곡을 만들때 미로에 빠진 듯 헤매고 허우적 대다가
결국은 첫인상에 가까운 결과에 도착하는 일이 많다고.

"좋은 작품을 만들자" 라는 쓸데없는 관념에 지배당하지 말고 처음 느꼈던 가장 순수한 느낌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괴테도 말하지 않았던가?
"감각은 속이지 않는다. 속이는 것은 항상 판단이다!"

그래도 가장 놀라웠던건 한국에 대한 언급이었다.
<웰컴 투 동막골> 음악을 작업하게 되어 영화의 성공과 더불어 한국에 초청받은 경험을 언급한다.

「역사적으로만 보면 한국은 일본인인 나에게 상을 주고싶지 않았으리라. 그래도 그들은 내 음악을 높이 평가해주었다.
(중략)
나는 태평양전쟁 이후에 태어났지만, 일본이 전쟁 중에 아시아에서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는 알고 있다. 그것에 대해서 나는 너무도 무기력하다. 나 하나의 힘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일본의 과오에 대해 숨기지 않고 정면으로 들이받아버리는 그의 강단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놀라움을 느낀 직후에는 아주 빵터지고 말았는데
그가 베이징에 방문했을 때의 일화이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저작권 의식이 없다. 천안문광장 근처의 가게에서 dvd와 비디오테이프 복사본을 파는 것을 보았다. 모든 제품이 해적판인데도 숨기기는 커녕 당당하게 팔고있었다. 」

하지만 웃겼던 것도 잠시였고
다음 페이지를 읽을때는 이내 부끄러움이 들이 닥쳤다

「한국은 아시아 중에서는 나은 편이지만, 저작권 감각이 그리 높지않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해서 그런지 복사에 대한 권리의식이 매우 희박하다.

미국에서는 내 곡을 사용하면 JASRAC(일본음악저작권협회)를 통해서 사용료를 지불하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흐지부지되기 일쑤이다.」

그는 예전에 나이를 먹는게 두려웠다고 한다.
50살이 넘어버리면 사람들이 "히사이시 조"를 필요치않다고 생각할거라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 나이를 넘겨보니 당치도 않은 생각이었음을 깨닫고 더욱 열의 가지고 작곡에 임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은 아직도 할일이 너무나도 많고 창작의 샘은 마르지 않았다고 했다.

나도 그가 90이 넘도록 음악을 만드는걸 보고싶다.
영화관에서 또 한번 그의 음악을 듣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