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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2년 6개월 전, 나는 한 대학원의 면접장에 앉아 있었다. 그리 많은 준비를 해오지 못한 나는 신문 사설에서 손쉽게 주울 수 있는 이슈들과 과거 기출문제에 나온 논제들만 머리에 놓고 들어갔고, 놀랍게도 내 손에 쥐어진 문제지는 ‘방탄소년단의 병역 특례에 대한 찬반’ 이었다. 10분간의 짧은 준비 끝에, 총 20분이 소요되어야 할 면접시험은 8분만에 끝나게 되었고, 나는 나와 같은 조들 중 제일 먼저 시험장을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교수님들이 선견지명이 있으셨던 것인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예언이라도 한 듯이 방탄소년단 분들의 병역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병역특례에 대한 역사는 깊다. 몇 년 전, 손흥민 선수님의 올림픽 메달을 걸고 온갖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관심을 보인 적도 있었고, 30년 전 국수 이창호 기사님의 병역특례를 위해 온 나라가 떠들썩 한 적도 있었다. e-스포츠 계에서는 올해 열리는 아시안 게임에서의 하스스톤, 리그오브레전드의 국가대표가 누가 될것이냐는 논쟁이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인구가 필연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학력과 신체에 의한 병역면제의 허들이 비인도적일정도로 높아지고있는 과정에서, 그리고 현재 한국의 병든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형평성’의 문제가 맞물려 신체적으로 ‘멀쩡한’ 사람들이 군대를 면제받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도저히 참기 힘든 불평등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병역특례 문제가 병역특례의 형평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 손흥민은 되고 방탄소년단은 되지 않는가? 왜 e스포츠 선수들에게까지 병역 면제를 주려하느냐? 모두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냐라는 싸움으로 한창일 때, 가장 중요한 문제인 ‘병역의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 병역문제의 해결은 오직 병역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 병역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는 심신에 의한 전투력을 제외하고서는 그 어떠한 사유로도 병역의 회피는 있을 수 없다. 즉, 병역 외의 부분에서 병역면제의 사유를 억지로 끌어오는 ‘특례’ 가 논점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국위선양을 한 사람중 체육과 음악은 되고 연예는 안된다는, 이미 선을 벗어난 영역에서 굳이 선을 그으려는 어긋난 형평성 문제는 굉장히 부차적이고 의미없는 논쟁이다. 너무나도 소모적이고 너무나도 안타깝다.
사실 이 책의 주요한 주제는 경제적 불평등이다. 2010년 전후의 경제 대공황은 1%와 99%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그 1%는 도덕적 해이속에서도 자신의 이득은 모두 챙겨갔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한 파탄은 99%의 것이 되었다. 그럼에도 내가 왜 이 책을 보고 이러한 서평을 남기는 이유는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99%의 절망, 시시각각 사회의 불평등과 정의의 상실에서 '아직 정의는 살아있다' 라고 외치고 외쳐야 하고 외침으로 끝나지 않아야 할 존재들이 있다는 것이고, 그들은 바로 '국민의 종' 이라는 이름을 가진 정부와 국가라는 것이다.
왜 우리는 올림픽에서 선수들의 발군적이 모습에 유머를 섞어 ‘면제로이드’ 라고 부를까? 왜냐하면 체육국가대표들의 병역면제가 우리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명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우리는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가? 과거 수많은 정책가들과 정치가들 속에서도 이러한 규정이 살아남아 끝내는 국민들의 머릿속의 한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국민들의 정서와 상식은 입법자들의 입법에서 출발한다. 때로는 반발하고 때로는 넘어가면서, 그들이 만든 규칙이 국민들의 사회상규와 여론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형평성 이전에 국방과 병역의 본질을 망각한 규정은 다시 국민들의 심판대에 오르게 되었다. 만약 이창호 기사의 병역 문제에 ‘병역의 예외를 두지 않는다’ 는 입장을 지금까지 고수했다면? 형평성의 문제 이전에 병역의 본질을 지금까지 강조해왔다면? 방탄소년단들의 엄청난 업적에도 ‘그래도 나라는 지키고 와야지’ 라고 하지 않을까? 이 모든 소모적인 논쟁을 만든자들, 잘못된 정책과 규정으로 형평성이라는 가짜 논쟁거리를 일으킨 자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들이야 말로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수 있고, 당연히 해결해야하는 자들이 아닌가?
누군가는 병역특례에 찬성할 수 있다. 그들은 그 누구로도 대체불가능한 빛나는 존재들이다. 어쩌면 제2의 방탄소년단, 제2의 오징어게임은 우리역사에 다시는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들은 정이 휴가나가면 부가 하고, 근무한명 더 메꾸는 소총수 1명과는 다르게 세계인들을 상대로 한국을 알리는 존재들이다. 중국인, 일본인이 아닌, 사우스 코리아라는 국민들이 있구나를 각인시켜주는 존재들은 어쩌면 정부가 아닌 이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9시가 되면 휴대폰을 반납하고 오늘도 남은 병역을 세고, 추위속에서 언 총을 잡고 철책을 오르는 수십만의 용사들도 대체불가능한 존재들이다.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가족, 태어난 것만으로도 위대하고 누군가의 행복이 되어준, 그리고 곧 피어날 존재들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피어난 존재들을 위해 피어날 존재들을 아직 피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본질을 망각하면서까지, 이 모든 사태를 중재하고 해결해야하는 존재들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창호 이전에는 그의 스승 조훈현의 병역 문제가 한일 간의 지대한 관심사가 된 적도 있었음. 조훈현이 현역 공군으로 입대하자 그의 스승 세고이 겐사쿠 선생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면서 실의에 빠져 자살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