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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는 페이크,


진짜는 돌봄에 있지.


그걸 믿었음? 돌봄조차 페이크,


진짜는 '주부'라는 여성이 겪게 되는 아픔과 치유가......


한줄요약


그럴듯한 소재와 클리셰를 뻔뻔하게 저지른 한심함



대망의 2022 젊작상이다. 솔직히 2021을 마지막으로 볼 일이 없는 줄 알았다. 적어도 그때 총집편 리뷰하면서 이걸 다시 하면 뭐 한다고 했더라. 암튼 그런 공수표를 남발할 정도로 안 좋아했다. 그런 똥믈리에가 왜 또 뻔히 알면서 7천원 념글티켓을 샀느냐.


똥믈리에의 본능을 얕봐선 안 된다. 사람은 호기심이 있기에 죽고 사는 거다. 그리고 사놓고 안 읽을 수도 있는데 리뷰 보고 호평으로 가득하니까 Hoxy...?하는 마음에 들춘 것도 있다.


결과는...... 솔직히 말해서 혐오스러웠다. 물론 머리로는 이걸 왜 호평했는지 알 것 같다. 한편으로 이해해도, 다른 한편으로는 철저히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용? 난 초파리 얘기를 계속 해서 그걸 소재로 계속 풀어나가나 싶었다. 아니다. 이 단편에 나오는 주요 소재인 '초파리'는 도구에 불과하다. 하나의 메타포, 비유, 은유에 불과하다. 굳이 초파리인 이유는 소재의 참신함. 특이함. 딱 그정도. 초파리란 소재 자체도 딱 초등학교 때 실험으로 키웠던 거에서 착안해 조금 찾아보고 이용한 것 같았다.


그래서 초파리가 특이하고 흥미를 끌었던 것에 비해 내용과 주제의식은 초파리가 아니어도 좋았으니, 마냥 도구로만 쓰인 초파리가 불쌍하고 아까울 뿐이었다. 하긴, 초파리가 아니라 개나 고양이, 혹은 대중에게 친숙한 애완동물이었다면 관심도 못 끌고 젊작상도 수상 못 했을지도. 초파리라서 살았다!


하는 얘기도 결국 50대 주부이자 여성인 '원영'이 얼마나 서럽게 살았는지, 얼마나 참고 살았는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그간 받았던 상처를 치유받고, 딸은 그걸 이해해주는 모녀서사다. 모에 좀 더 집중한. 그래서 중간에 원영이 딸에게 소설 소재라면서 얘기하는 부분만 보고 "음~ 주부는 이렇게 희생하는 존재구나~" 하고 교과서적인 깨달음을 얻은 후에 "흑흑 우리 엄마는 우리를 위해 희생하셨던 거야. 우리가 이해해줘야 해."하고 눈물 닦으며 효심 채우면 주제의식과 내용의 70-80은 먹고 들어간다.


서사 자체는 정말 무난하다. 솔직히 말해서 이 정도 평범함을 젊작상에서 보니까 어색하기까지 하다. 아니면 내가 너무 겉절이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이걸 평범하다고 여기는 걸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서사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 하나하나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닌다. 어떻게 보면 겉절이에 익숙하면 "겉절이가 그렇지 뭐~"하고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1. 대놓고 남성 배제

원영의 남편이 아예 언급도 없으면 그건 그거대로 남편 뭐함...? 할 텐데 남편이 딱 한 번 언급된다. 근데 그마저도 딱히 의미 없음. 그냥 이 인간 과부 아니라는 정도의 언급이다. 모녀 서사니까 남편은 당연히 빠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소설이 너무 작위적으로 변한다. 원영이 아파 뒤지는 동안 남편은 뭐함? 헉 설마 고도의 남편 고로시라서 남편은 원영이 아파서 머리 빠지고 헬쑥해져도 무관심했다는 암시??? 50대 주부로 헌신한 여자에 대한 가부장적 남성의 여혐적 무관심이 이렇게 표현된 건가???


2. 희생 소재 때려박기

이건 원영이 딸에게 "이거 소설 소재니까 넣으셈"하면서 자기 얘기 풀어내는 파트인데, 여기에 원영이 그간 고생했던 거 희생했던 거 다 얘기한다. 문제는 이때'만' 얘기한다. 전에도 언급 없고, 이후에도 잘 없다. 그냥 훅 들이붓고 끝난다. 원영의 병과 증세가 이런 사소한 희생이 쌓여서 그렇다는 암시가 있는데(사실 딸이 연구소 땜에 그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더 합리적이지만) 그걸 한두 페이지에 때려박고 끝내니까 어쩌라는 거지 싶다. 보여주기가 아니라 설득하기가 되어버렸다.


3. 2013년 정권교체 언급

이건 진짜 왜 있는지 모르겠다. 원영이 일하던 연구소가 2013년 정권교체 되면서 연구지원금 끊겨서 폐쇄됐다고 한다. 그래서 원영은 봉급 높고 환경 좋은(그 전의 직장은 넘 여성혐오적이고 열악했음. 물론 20대 여자랑 50대 여자가 다니던 곳들이었고) 직장을 잃어버렸다. 나는 왜 2013년을 특정하면서 정권이 바뀌니까 지원금 끊겨서 연구소가 폐쇄됐단 식으로 언급했는지 알 수 없다. 적어도 작중 내용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그냥 정말로 그게 끝이다. 정권이 바뀌니 직장이 사라졌어요! 어쩌라는 걸까? 박근혜가 잘못했다고? 성향이 너무 뻔히 보인다.


이 얘기가 사실이건 아니건 불편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게 중요한 게 아닌데 쓸데없이 구체성을 띄기 때문이다. 여태 '소설'임을 빙자하던 이야기가 갑자기 "이거 현실임"이라고 낯짝을 들이민 꼴이랄까.


4. 암튼 그 사소한 것들이 더 문제임

사실 소설이니까, 순문이니까 원영의 희생과 헌신이 원영의 병을 만들어냈다는 건 부자연스러운 게 아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다. 나도 처음엔 납득했다. 근데 그 희생과 헌신이 진짜 원인이라고 강조한다치고 대조군으로 내세운 게 합리적인 의심이라면, 나는 작가가 감성에 매몰됐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뭐랄까, 딱 느낌이 '이성적으로 판단하느라 감성적인 부분을 캐치 못하는 합리성 vs 진짜 답을 알고 있는 감정' 구도다. 그리고 작가는 당연히 감성덩어리이므로 후자의 말대로 감정이 해소되니 증세는 절로 낫는다. 이딴 구도에 유사과학 건강요법 묘사하니까 이게 50대 주부 고증인지 작가가 감성에 함몰된 건지 분간이 안 간다.


5. 사람 이름이 어떻게 치온

얜 왜 있냐 진짜. 모녀 서사에 딸 지인(비즈니즈 관계)으로 나오는데, 주인공이 원영이고 원영을 중심으로 딸이 서포트하는 형식이라 사실 치온보다 원영 지인인 미선이 더 비중 있어야 했고, 무언가 역할이 있어야 했다. 원영과 치온은 전혀 관계가 없고, 작중에서 치온이 하는 역할도 별로 없다. 차라리 미선이 딸과 만나서 원영에 대해 얘기하는 편이 소설이 엇나가지 않고 일관성을 얻어 완성도라도 챙겼을 것이다. 근데 어떻게 사람 이름이 치온?인 것만 남기고 하는 것도 없다.



작가노트는 그냥 엄마 이름이 창피했고 엄마도 창피해서 가명 썼었다는 썰풀이랑 감성적 마무리가 끝이다. 글 마무리짓는 거 보고 4번이 괜한 게 아니구나 싶었다. 해설은 그냥 무난하게 해설해줬다. 딱히 볼 필요 없다. 그냥 읽으면서 아 우리 엄마가 희생 많이 했구나~ 하고 이해하면 작가가 하고 싶은 얘기 다 이해한 거다.


이게 대상인 이유를 내 입으로 설명하라고 하면, 이후 6개 작품들은 이것보다 맵거나 이상하거나 퀄리티 딸려서 이걸 간판으로 내세워야 안 부끄럽기 때문일 것이다. 딱히 이 작품 자체로 대상일 이유는 없다. 심사위원들에겐 차고 넘치겠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