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쯧, 쯧! 왜 그래요, 험상궃게 찌푸린 이맛살 좀 피세요. 깔보는 듯한 눈초리도 거두시구요. 그건 주인이시고 왕이시고 지배자이신 자기 남편을 해치는 짓이에요. 그리고 서리가 목장을 망쳐놓듯 당신의 고운 얼굴을 더럽히는 짓이죠. 회오리 바람이 아름다운 꽃봉오리를 뒤흔들어 놓듯이 당신의 이름도 격하시키는 거예요. 

 

어느 모로 보나 여자답지 않고 상냥스럽지 못해요. 성난 여자는 흐려놓은 샘물같아요. 흙탕물에 보기도 흉하고, 탁하고 또 불결해 보이거든요. 그렇게 되면 아무리 목이 마른 남자라 해도 한 방울인들 입에 댈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겠어요? 남편은 우리들의 주인이요 생명이자 보호자며 머리요 군주이십니다. 우리들을 걱정해주며 우리들이 편안히 생활할 수 있도록 바다에서 육지에서 힘든 일을 도맡아 하시잖아요.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밤에도 안 주무시고 살을 에우는 듯한 추위도 마다 않고 일해 주시는 덕으로 우리들이 집안에서 따스하게 편하게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러면서도 우리들에게 뭣을 바라던가요? 사랑과 상냥함과 순종을 바랄 뿐이지요. 그토록 큰 빚에 비하면 우리의 지불은 너무나 미미한 거예요.아내가 남편에게 빚진 의무는 신하의 군왕에게 대한 의무와 같은 것입니다. 그러니 아내가 고집 부리고 짜증내고 퉁명스럽고 깔쭉대면서 남편의 착한 심정에 순종치 않는다면 어진 군왕에 반역하는 간악한 신하와 같을지니 배은망덕한 배신자가 아니고 뭣이겠어요?

 

전 여자의 좁은 소견머리가 부끄럽기 그지없답니다. 평화를 위해서 무릎을 꿇어야 할 경우에 되려 전쟁을 선포한다든가, 봉사 사랑 순종을 바쳐야 할 경우에 우위와 지배권을 요구하니 말입니다. 왜 우리 여자의 육체가 부드럽고 연약하고 매끄러워 가지고 세상의 노고와 고생을 견디는 데 적합치가 않은 걸까요? 그건 우리들의 체질과 감정이 외양과 똑같게 부드러워서 그런 게 아닐까요?

 

네 그렇습니다, 당신들은 콧대만 세지 별 것도 아닌 존재들예요! 저도 지금까지는 당신들처럼 마음이 거만하고 간은 부었고 제 이성이 꽤나 까다로워 일일이 말대꾸를 했고 이맛살을 찌푸렸죠. 그러나 이젠 우리들이 휘두른 창이 기실 지푸라기에 불과했고 우리의 힘은 약하디 약하고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깨려는 우를 범하고 있었던 거예요. 아무리 우리가 강한 체한들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알아야 해요. 그러니 오만함을 버리세요, 아무 짝에도 못쓰는 거예요.

 

그리고 남편의 발밑에 손을 놓고 엎드려요. 전 남편이 원한다면 순종의 표시로 언제든지 남편 앞에 손을 집고 무릎을 꿇겠어요. 그로써 남편이 기쁘게 여기시길 바랄 뿐예요.




영남소추 셰익스피어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