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략 5살 때부터 엄마는 책을 읽어줬음. 어쩌면 그것보다 더 오래 전부터 그랬을 것 같지만, 내 가장 오래된 기억이 5살이라...

엄마의 품 안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그림과 귓속에 들어오는 이야기는 별천지나 다름없었음

가끔 엄마가 없을 땐 나보다 4살 많은 형한테 책을 읽어달라고 졸랐고, 그럼 형이 엄마가 책을 읽는 것처럼 힘껏 연기를 해가며 책을 읽어줬음

6살? 때인가 부터 글을 제대로 배운 것 같은데, 그때부터는 혼자서 집에 있는 수많은 동화책과 그림책을 독파함

그리고 초등학생이 되면서부턴 판타지 수학대전, 마법천자문, 보물찾기 살아남기 시리즈, 그리스 로마신화 같은 학습 만화를 엄청 읽었고

동시에 어머니가 사놓으신 시공주니어 아동문학전집도 읽음

로알드 달과 에리히 캐스트너를 이때 처음 읽었는데, 너무 좋아서 아직도 생각나면 이 작가들 책을 꺼내서 읽음

그리고 12살 때부터인가 역사가 좋아져서 역사책들을 읽었고, 역사 소설을 읽었고, 그러다 보니 집에 있는 소설들도 하나하나 읽어보게 됐음

여기까지 읽었으면 알겠지만,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건 100퍼센트 엄마 덕임.

엄마가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나와 형한테 이어진 거라고 생각함. 엄마는 우리 형제가 사달라는 책은 그게 뭐든간에 다 사줌. 유용하지도 재밌지도 않은 이상한 만화책들만 빼고.

그렇다고 만화를 싫어하셨냐 하면 그건 아니었음. 오히려 만화를 좋아하셔서 데즈카 오사무의 '나의 손오공', '20세기 소년', '몬스터', '미스터 초밥왕' 등 전집이 집에 있었음.

그래서 아주 아주 자연스럽게, 그냥 인지능력이 생길 적부터 책을 접하고 책의 재미를 느꼈고 그걸 계속 파고들게 된 거 같음

갤에 올라오는 글들 보고 추억에 잠겨서 좀 써봄.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