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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감상
저자 이원하|문학동네 |2020.04.10
시의 제목들이 길다. 마치 라노벨 제목 같다.
아싸 감성과 연약함이 시에서 전달된다. 시들 대부분이 마음에 든다. 친해지고 싶은 시인이다. 시집이 완전 내 취향이다. 그래서 곤란하다. 필사해둘 시가 너무 많다. 마치 전성기 시절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의 엔트리를 발탁하는 것 같다. 행복하지만 괴로운 고민거리다. 하라는 원고 작업은 안 하고 AKB48 덕질해서 벌 받은 것 같다.
아는 분께서 필사하지 말고 암송하라는데 새집에 이사 온 지 다섯 달이 되어감에도 집 주소를 외우지 못한 절망적인 내 기억력으로는 힘들다.
소심한 시인이 제주라는 섬에 갇혀 나오지 못하고 사는 것 같다. 폐쇄적이며 내성적인 성향과 고립된 섬(이라고 하기엔 제주가 큰 섬으로 알고 있으나)이 뒤섞여 지금의 시인과 시들을 탄생시킨 것 같다. 그런데 제주가 고향이 아닌 듯하다. 섬에 갔단 얘기가 시에 들어간 걸 보아하니 일부러 제주에 가서 사는 듯하다. 자처한 섬 생활이다. 제주라는 지역과 동화된 시와 시인이다.
그나저나 시인의 필력을 내가 가지고 싶을 만큼 정말 좋다. 나도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다.
시인의 이력이 시집에 적혀 있지 않아 더욱 내성적인 기질이 전달된다. 작가 이재야처럼 신비주의가 아닐까 싶다. (응?)
아무래도 시인님께서 섬에 들어가 사시는 게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이렇게 좋은 시들을 꾸준히 쓰시려면 계속 섬에서 사셔야 할 것 같다. 술도 안 마시고 친구도 안 만나고 연애도 안 하고. 마치 나처럼. (응?) 미안하다. 이건 시인님께 사죄해야 할 것 같다.
시의 분위기는 연약한 듯하나 시어에서 힘이 넘친다. 외유내강의 느낌이다. 시어 하나하나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시인이 실험하듯 쓴 몇몇 산문시나 짧은 시를 제외하고 시집에 수록된 시들의 구성이 전체적으로 비슷하다. 자신만의 시 세계가 확고하다. 시인에게 시를 배우기보단 감성과 사색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2018년 등단한 경력이 짧은 신인인데 이 정도의 기량을 선보이시다니. 대한민국 시의 미래가 밝다. 나도 시인을 따라 섬에 가 살고 싶어지는 시집이다. 시인의 정신을 내 머릿속에 주입해 글을 쓰고 싶어질 만큼 마음에 든다. 그리고 이런 기분 나쁜 독자를 보고 시인께서는 ‘히익!’ 소리를 지르며 섬의 더 깊은 곳으로 숨어들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더 좋은 시를 쓰실 수 있을 테고……. 미안하다. 망상이 지나쳤다. 안 그래도 할 일이 쌓였는데 새 원고 작업도 못 하고 필사도 못 하고 집필 관련 자료 정리도 못 하고 원고 구상 문제로 비틀즈 노래들도 들어야 하는데 못 듣고 AKB48 신곡 뮤직비디오도 못 보고 멘탈 붕괴 직전이다. 이해해 달라.
지금 동시에 여러 일 함께 하느라 정신 없다. 퇴고 제대로 안 했으니 양해 바란다.
왜 하필 에케비는 이 시기에 신보를 내서...하...
되게 좋았나보네 오호 - dc App
ㅇㅇ 올해 읽은 최고의 시집이다
이 시집이 그 신형철 평론가님이 추천하신 책인가요?
그건 잘 모르겠다
제목만 보고 너무 간질간질투라 싫었는데 찍먹해보ㅓ야지
추천한다. 예상보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