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중에 간혹 그런 책들이 있는 것 같음.
처음 볼 때 엄청난 흡입력이 있어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게 만드는 그런 책들.
예전에는 그런 책들이 좋았음.
이런 표현을 쓰기는 싫지만, 시간 때우기 좋은, 그러니까 현실에 대한 것을 잊게 만들고 그 책을 읽는 순간 만큼은 내가 나 이상의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을 줬기 때문임.
그런데 지금은 그런 책들이 싫음.
이유는 여러 가지임.
일단 금단 현상 같은 그 기분이 싫었음.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허겁지겁 먹은 다음에, 텅 빈 아이스크림 통을 보며 다이어트를 실패했다는 것을 느끼는 기분이랄까.
책이 재미있고 이야기가 흥미로운 만큼 그렇지 않은 내 삶이 너무 비참하게 느껴졌음. 그렇기에 현실을 잊기 위해 또 다른 흥미로운 책을 찾고 또 찾았음.
서적 중독이라는 표현도 크게 틀리지 않았다 생각함. 만약 그때 모바일 게임이 널리 퍼졌다면 모바일 게임 중독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
또 다른 것은 남는 게 없다는 거임.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책 중에 현재 내 책장에 꽂혀있는 것은 드래곤 라자를 비롯한 이영도 소설들, 월드워z 종말일기 등 좀비 아포칼립스 소설 몇 권, 메트로 시리즈, 꿈꾸는 책들의 도시 정도밖에 없고 그나마도 이영도 책 가끔 보는 거 말고는 펼쳐보지도 않음.
이유를 생각해보니, 서사를 다 알기 때문에 굳이 볼 이유가 없다는 거였음.
몇 년 전에 읽었지만 여전히 대략적인 줄거리가 다 기억이 나고, 책 어딘가를 펴서 읽으면 그 전 이야기와 그 뒤 이야기까지 다 알 것 같은 기분이 듬. 그래서 허무함.
그리고 그런 허무함 때문에 더더욱 비슷한 책을 찾아보지 않게 되는 것같음.
마지막으로는 좋아하는 책들의 기준이 바뀌어서 그런 것같음.
최근 읽고 있는 안나 카레니나를 예로 들겠음.
이 책은 꾸준히 읽기는 너무 힘듬. 장 하나 장 하나를 넘길 때마다 내 가슴의 감정이 너무 요동침. 한 두장 읽고 감정을 추스릴 수가 없어 책을 덮는 경우도 있음.
책을 덮고 나면 생각에 빠짐. 내가 저 상황이면 어땠을까, 등장 인물들이 행동을 조금만 달리했다면 저 상황에 처하지 않았을까,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등.
그리고 이런 사색을 통해 나 자신의 생각을 다시금 정리하는 그 느낌이 좋은 것같음.
안나 카레니나, 롤리타 같은 책들은 정말 불편한 책임.
이야기가 아름답거나 영웅적이지 않고, 감정의 불유쾌한 부분을 건드리기 때문임.
그렇지만 그 감정, 내면 속 깊은 감정을 건드리기에 오히려 더더욱 찾아보게 만드는 것같음. 불편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요즘은 이런 사색적인 요소가 없거나, 내면의 깊은 감정을 건드리지 않는 책은 눈길이 안 가는 것같음.
재밌는 책은 정말 재밌지만, 그렇기에 재미 외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생각함.
이건 개인적인 감상이고, 내가 재미를 붙이지 못한 책들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비난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님.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움.
그러므로 '사양'은 모든 라이트 문예, 로맨스 소설을 뛰어넘는 갓소설이고,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ㅋㅋ 나중에 시도해보겠음 지금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많아서;
노인과바다 읽자
모비딕이 이거였나? 나중에 시도해볼게 허밍웨이 글도 읽고싶긴함
이영도는 작품에 철학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