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그대가 이미 끝내놓았으니) 너는 이 세계를 읽을 수 있는가? 언제나 이야기되던 것과 같다. 수많은 민족들과 민족들. 세켈 은화 한 닢.

그들은 살았고 웃었으며 사랑했곤 끝났기에 남겨졌다, 죄를 위하여.

그대의 왕국은 메디아인과 페르시아인에게 나누어지리라.

-조이스, 피네간의 경야


경야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단이다


물론 경야의 가장 첫번째 부분, 1장 중간 부분에 해당되기에 가장 가까운 부분 아무 곳이나 찍은 게 아니냐고 할 수 있어도, 애초에 경야의 1장은 전체의 요약과도 같기에 경야의 핵심적인 내용이기도 하다.


주석에 따르면 '우리'와 '그대'는 꾸란 구절의 패러디라 각각 알라와 무함마드를 의미하고, '너'는 이걸 듣는 무슬림을 의미한다지만, 사실 몰라도 저 의미를 즐기기엔 문제 없을 것이다.


우리와 그대가 이미 끝내놓았기에 이제 읽는 우리는 과연 이 세계를, 경야를 읽을 수 있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모든 이야기들과 같으므로 당연하다. 수많은 사람들, 수많은 민족들의 이야기가 그랬듯 당연히 읽을 수 있다.


이야기는 모든 이야기들의 원형처럼 간단하고, 또 상징적이다.


그들은 살고, 웃으며 사랑하고, 이야기가 끝나도 그들의 삶이이어지기에 독자가 책을 떠나도 책 속에서 계속 살아가면서도 남겨진다.


죄를 위해, 원죄는 그냥 종교적인 알레고리다.


하지만 이어지는 문장은 그러한 모든 걸 깨는 듯하다.


성경 다니엘 서에서 벨사살의 연회 중 예언이 내려진 장면을 패러디하며 '너의 왕국은 메디아와 페르시아인들에 의하여 나뉘어진다'는 예언이 내려온다.


중간에 엉성하게 낀 '세켈' 은화나 다른 단어들의 일부 발음 자체가 히브리어로 쓰여진 이 예언의 음차를 나타내고 있었으므로 사실 이 문단 자체가 어떤 의미론 예언과도 같다.


물론 이는 경야의 전체 내용을 관통하므로 결말까지의 복선과도 같다.


그들은 사랑했고, 끝났기에 남겨졌다.


이러한 세세한 문단 하나하나를 읽다보면 그 자체로 읽는 재미와 이야기를 선사하는 것, 그것이 분명 경야 읽기의 즐거움이다.



그대는 이 세계를 읽을 수 있는가?


그런 의미에서 다 함께 피네간의 경야 읽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