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왔다. 엄마였다. 현관문 앞에 비닐봉지를 둘테니 집에 놓으라는 말을 했다. 대답하기도 전에 끊어진 전화기는 잠시 반짝였다.
나체 상태였다. 안방으로 가 서랍장을 열어 팬티를 꺼내 입었다. 3년 전에 산 츄리닝 바지도 함께 말이다.
밖엔 아무도 없을 거란 생각에 윗도리는 입지 않았다. 나와 엄마가 살고 있는 빌라엔 말 그대로 나와 엄마만이 살고 있다.
생각없이 현관문을 열었다. 비닐봉지는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 숨긴건지. 알고 싶었지만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문을 닫고 방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비닐봉지 없는데?'
답장은 금방 왔다. '사각지대'
아차. 나는 엄마의 문자에 대한 답장을 보내지 않고 현관문을 열었다. 밖으로 나와 벽과 문 사이에 놓인 비닐봉지를 주웠다.
아침 댓바람에 젖꼭지가 서늘해졌다. 그 기분이 불쾌해서 얼른 집으로 들어왔다.
비닐봉지를 열어 안을 보았다. 세정제가 들어있었다. 두 개.
평소와 같았으면 햄버거나 도시락 같이 내가 먹을만한 음식이 들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어쩌면 많이 달랐을지도.
흰색 플라스틱은 새하앴다. 밖으로 나가지 않아 창백함을 지닌 내 피부만큼 말이다.
'잘지워 세정제'는 읽기 쉽게 밝은 녹색으로 새겨져있었다.
세정제의 이름을 보자 불안함보다는 이제 때가 된건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세정제가 담긴 비닐봉지를 방구석에 놓았다. 의자에 앉아 엄마 말곤 연락이 오지 않는 전화기를 계속 만지작거렸다.
그 때 문자가 왔다. '찾았니? 두 개 샀으니까 저녁까지 먹어'
난 답장을 보낼 수 없었다. 그러기엔 하고 싶었던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그 생각을 가져야 삶에 대한 애착이 생기는 걸까.
알고 싶었지만 계속해서 전화기를 만지작거리고 싶었다.
구림
세정제 먹고 자살하라고? - dc App
묵은때 같은 너를 지워낸다는 의미냐
햄버거 패티에 세정제를 끼얹은 것도 아니고, 통째로 놔두고선 뻔뻔하게 잘먹으라고 문자하고.. 설마설마하던 엄마가 드디어 미쳤는데 이쯤되면 나도 죽을 때 된거구나 이런 느낌임. 속아주는 척 먹어줄 것인가 말 것인가. - dc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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