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하지만 이 나라에서는 어떤 종류의 글이든, 특히 시의 경우에 일종의 스타일 게임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아한 분위기가 뭐 그런 것들을 지닌, 아주 멋지게 쓰는 아르헨티나의 많은 시인들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과 대화해보면, 평소에는 그저 음란한 이야기만 하거나 다른 사람들처럼 정치 이야기를 할 뿐입니다. 그들에게 글쓰기는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지요. 체스나 브리지 게임을 배우는 것처럼 글쓰기를 배운 겁니다. 진짜 시인도 아니고 작가도 아니지요. 글쓰기는 그저 재주이고, 그들은 그걸 철저하게 배운 것 뿐입니다. 그들은 글쓰기를 아주 능란하게 해냅니다. 하지만 몇 명을 제외한 대부분은 삶에 시적이거나 신비로운 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걸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지요. 글을 써야 하는 순간이 왔을 대만 갑자기 슬퍼하거나 아이러니한 태도를 취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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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소설의 대가이고, 소설작법이나 문학의 진정성 같은 걸 거의 유희적인 태도로 다루었던 작가가 문학에 대해 이런 입장을 가지고 계실 거라곤 예상하지 못함. 딱 50년 전에 했던 이야기가 요즘 한국 문단의 문제를 거의 정확히 지적하고 있는 부분도 재미있고. 


작품처럼 살고, 그 삶이 작품이 되는 작가에 대한 생각은 언제부터인가 촌스러운 환상 비슷한 것이 되었다. 그런데, 문학이 삶의 문제를 정통으로 다루지 못하는, 그냥 예쁜데 쓸모없는 글로 하는 공예, 혹은 곡예가 되어버린 시점도 대략 그때쯤이 아닐까 싶어짐.


한때 작가를 꿈꾸었던 내가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하게 된 것도 이 따위 세상의 모습이 당연하게 느껴진 시점부터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