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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대 중반 이후로 ‘○○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너무 매달리지 않으려 하는 편이다. 흔히들 그런 질문을 던지면 답은 얻지 못하더라도 해당 주제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런 질문들은 오히려 질문자를엉뚱한 방향으로 이끌기 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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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이란 무엇인가’라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무지개를 놓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파란색인지 찾으려는 가련한 구도자를 상상해본다. 파란색의 경계를 찾다 실패한 그는 불현 듯 깨달음을 얻고, “파란색은 어디에도 없다”든가 “모든 색이 파란색이다”라고 외친다. 그 기발한 발상에 사람들은 감탄해서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정말 필요한 질문은 어떤 염료를 써야 파란색을 제일 잘 낼 수 있느냐 하는 것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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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세상을 바꾼다고? 세상은 사람들이 바꾼다. 사람들은 책 없이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글자를 다루면 다룰수록 글자로 할 수 없는 일을 명확히 알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글자에 매달린다. 거기에 홀려서. 왜인지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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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마루야마 겐지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목적’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궁극의 소설. 이 책 하나만 있으면 다른 소설은 필요 없는”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 말을 ‘먼바다에 나가 빠져 죽겠다’는 이야기로 들었다. 그즈음 정지돈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상’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걸작을 쓰고 싶다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 말도 ‘먼바다에 나가 빠져 죽겠다’는 이야기로 들었다.

그렇게 경솔하게들 자기 야심을 드러내다니…… 경쟁자가 얼마나 많은데. 실은 선장들의 은밀한 공동체는 마냥 훈훈하고 연대감이 넘치는 곳만은 아니다. 우리는 거친 뱃사람들이라. 뭍에서 쉽게 맛보지 못하는 고독과 경이를 한 번씩 체험하고 ‘내가 이 짓을 왜 하는 걸까, 이번에는 정말 망했다’는 생각도 꽤 자주 해본 인종들이라.

내가 더 멀리서 죽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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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저자란 무엇인가>라는 짧은 에세이를 띄엄띄엄 가져와 봄.

요즘 오랜만에 장강명 작품들을 쭉 다시 보고 있는데 역시나 재밌다

난 이 시대의 고전이라는 게 정말 존재한다면, 그것은 마루야마 겐지나 정지돈이 아닌 장강명의 손에서 나올거라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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