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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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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이 왜 유명하고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는지 알겠다. 스토리에는 근현대사가 스며들어 있어서 깊이감이 있다. 사회 비판적 메시지도 있으니, 보수적으로 뚜렷한 사상이 있거나 하지 않고서야 황석영 소설을 부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교양 소설이라고 할까? 한국 소설의 기준이라고도 말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기에 황석영의 가장 큰 특기는 인물들의 대사다. 황석영의 문장은 걸쭉하고 구성지다. 이문구 만큼 매니악하지 않고 딱, 대중적인 수준에서 발효가 적당히 된 된장이랄까? 이문구는 좀 너무 가서 매니아들만 찾아 먹는 청국장이라면.




강남몽은 강남 개발을 근현대사의 맥락에서 해석한 책이다. 어느 기사를 보니 이 책이 강남 개발의 전부를 설명하진 못한다고 비판조를 걸던데, 나도 물론 그렇게 생각한다. 이건 단지 황석영의 시각이다. 근데 내가 볼 때 이 책에서 그가 써낸 논리는 대중적으로 호응을 얻기에 무리가 없다. 다른 시각으로 강남 개발을 해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도 있고, 더 재밌을수도 있다. 펜 잡은 사람이 한 명인 이상 역사란 것도 어차피 사적 기록일 뿐이다.




황석영은 이 책에서 강남이 부촌으로 된 원인을 설명하면서 일제 강점과 한국 전쟁을 가져온다. 중요한 개념은 적산이다. 해방 나면서 일제들이 한국에 두고 간 재산을 적산이라고 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적산은 아무래도 친일을 했던 이들에게 대물림 됐고 그것을 등에 업고 출발해서 지금은 재벌이 되고 대기업이 된 사례가 많은 걸로 안다. 일제 청산은 이미 불가능해졌다.




적산의 개념은 대성 백화점이라는 현실로 구체화된다. 대성 백화점은 삼풍 백화점을 가리키는 것이다. 나도 삼풍 백화점 붕괴를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 콘텐츠에서 직접 만난 적은 없었다. 흔히들 삼풍 백화점 붕괴와 성수대교 붕괴를 묶어서 개발 독재의 종말이라고 본다. 새로운 시대로 가는 통과의례라고 하려나. 성수대교 붕괴는 두 번 정도 접한 기억이 있다. 하나는 정윤철 감독의 단편 '기념 촬영'을 통해서고, 두 번째는 김보라 감독의 '벌새'를 통해서였다. 두 작품 다 여학생의 시점으로 그려진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두 거대한 붕괴가 있던 년도는 1995년이다. 90년대 중반. 지금은 장성한 많은 한국의 MZ 세대가 이 즈음에 태어났다. 이들에게 이 사건은 특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삼풍 백화점이 붕괴되던 당시는 어땠을까? 이 소설에서는 그때의 공기도 다루지만, 사실 많은 분량이 그 이전 시기, 왜 이런 사단이 낫는지를 말하기 위해 역사를 거스르고 있다. 그래서 백화점 붕괴 이후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플롯은 다섯 명을 통해 펼쳐진다. 이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에 휘말리게 된 이들이다. 첫째는 박선녀라는 화류계 인물로 그녀가 어떻게 이 바닥에서 성공해서 강남의 부동산을 넘보게 됐는지다. 다음은 그녀와 얽힌 인물로 가장 근현대사가 형체화된 존재인 김진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친일파에서 우익 정권을 거쳐 권력과 부를 거머쥔 실세로 나온다. 다음으로는 뭐랄까... 약간 기회주의적인 지식인의 모습으로 심남수라는 부동산 업자가 나온다. 그도 세월 잘 만나서 한 몫 챙기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인물이었다. 여기 나오는 인물들 중에 그나마 가장 안정적으로 살아남은 셈이다.




다음은 가장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홍양태라는 인물이다. 그는 전라도 출신의 건달로 서울을 휘어잡은 전설적인 주먹이다. 나중에는 정치에 이용 당한 뒤 쓸쓸한 말로를 맞는다. 영화 '친구'를 떠올리게 하는 전형적인 조폭의 비참한 결말. 근데 이 인물에 대한 서사에는 논란이 있었다. 표절 의혹이다. 신동아에서 어느 기자가 쓴 조폭에 관한 르포를 황석영이 배꼈다는 건데, 작가 본인도 인정했다. 읽어보고 싶어졌다.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 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르포였다.




르포를 배낀 만큼, 사실적인 디테일이 살아있다. 조폭들의 폭력 수법이라거나 속어, 은어 같은게 생생하게 묘사된다. 어떻게 세력 다툼이 발생하고 정리되는지도 이해하기 쉽게 나타난다. 조폭들의 세계에서는 돈도 돈이지만, 명분과 체면이 더 중요하다. 다른 조직과 라이벌 구도일 때는 피튀기는 전쟁이 펼쳐지고, 그리하여 한 세력이 어느 지역을 점하고 나면 태평성대가 오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의 서열 다툼, 내분이 일어난다. 그 틈을 타 이번에는 제3의 세력이 몸집을 키운다. 일종의 악순환이다.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주로 박정희-전두환 두 군사 정권 시절이다. 조폭들의 얘기는 박정희 때부터 시작해서 전두환 정권의 '범죄와의 전쟁' 시기로 절정을 맞고 뒤로는 기세가 약해진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이 다 격동의 근현대사라는 배를 탄 군상들인데, 가장 흥미진진 하게 읽었던 것은 조폭들의 얘기였다.




마지막으로 임정아라는 인물의 이야기로 소설은 끝난다. 그녀는 이 땅을 어렵게 일궈낸 노동자의 딸로 백화점 직원이다. 불행히도 대타를 뛰러 출근한 바로 그날 백화점이 무너져 갇히고 마는 참사를 겪게 된다. 박선녀와 임정아 두 사람이 백화점에 갇힌 채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설이 시작되고 다시 두 사람의 시제로 돌아와서 끝난다. 결말에서 박선녀는 죽고 임정아는 구조되는데 여기서도 다시 한 번 황석영의 건전함과 교양이 나타난다.




임정아 스토리에서 중요한 지점은 바로 광주 대단지라는 사건이다. 이건 얼마전에 다녀온 용두동의 청계천 박물관에서 본 내용과 연결되는데, 박정희 정권때 종로-청계천 일대의 빈민들을 싹 몰아다 이주시킨 일이 있었다. 그들을 몰아낸 자리에 청계천을 복개하고 고가도로를 세웠던 것이다.




이주민들이 도착한 곳이 경기도 광주였다. 마치 그곳으로 이주하면 빈민층들의 파라다이스가 보장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많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채로 그 허허벌판에 천막집을 짓고 살게 된다. 소문과는 달리 정부의 대책은 없었다. 임정아의 부모도 이 세월을 겪는다. 소설에서는 당시의 열악하고 처참했던 상황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곳은 현재의 성남시가 된다.




돌이켜보면 백화점 붕괴의 원인이 되는 인물이 김진. 그리고 미인계로 권력자에게 빌 붙어서 한몫 챙긴 박선녀. 세월 잘 만난 기회주의적 지식인 심남수. 전설적인 깡패였지만 정치인들에게 이용 당하고 비참한 말로를 맞은 홍양태까지, 임정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물들은 이 책에서 부정된다.




바톤을 주고 받으면서 인물들의 이야기는 서로 얽혀 있다. 다 읽고 나면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이 모든 상황을 정리하는 또 하나의 플롯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일종의 에필로그 느낌이랄까? 먼 길을 돌고 돌아 왔는데 매무새를 잘 잠그지 않은 느낌이 살짝 들었다.

그래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술술 잘 넘어가는 재미있는 책. 황석영의 책은 좀 더 읽어볼 생각이다. 그의 찰지고 걸쭉한 문장을 좀 배우고 싶다.




실제 지명과 가게 상호가 등장하는 점도 재밌었다. 메모해가면서 봤고 오래된 노포 같은 곳은 나중에 들러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