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게도, 일본과 같은 식으로 한자로 배양되어 온 한국의 언어문화는, 특히 학술용어의 세계에서는 반세기 이상을 거친 지금, 한자 없이는 공부해내기 어렵다는 탄식의 말이 종종 들려온다. 때로는 한자를 버렸기 때문에, 한국의 학술, 문화의 수준이 크게 후퇴했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생각이 토로될 때마다, 일본의 문화인들은 마치 자기 편을 얻기라도 했다는 듯, "그럴 테지. 한자 없이는 해나갈 수 있을 리가 없어." 라고 맞장구를 친다. 그러한 일본인들은, 얼마나 일본어의 자립을 위해 노력해왔는가를 반성해보는 편이 좋다.
적어도, 겨우 한자권으로부터 독립을 위해 고난의 길을 걸어오며, 마침내 성공을 거두려 하고 있는 한민족의 언어적 독립의 발목을 잡는 듯한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이 때,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같이 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정도 전, 베이징 공항에서 지도의 서울이 있는 위치에 '한성(漢城)'이라고 쓰인 것을 봤다. 그 이름은, 조선이 중국 문화에 지배되어온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었다. 이를 대신하여 청 왕조로부터 조선을 넘겨받은 일본은 '경성(京城)'이란 이름을 붙였다. 경성이 안 된다면, 그럼 한성은 괜찮은 것인가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어로 부르는 고유의 이름은 '서울' 이다. 그 서울은 한자어가 아니니까 한 번도 한자로 쓰인 일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쓸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의 중국에서 부르는 이름도, 역사적인 '한성' 이외에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도 정부도, 일본인이 서울을 '경성'이라고 부르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한쳥(한성)'이라고 부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 사리에 맞는 이야기인 것이다. 들은 바에 의하면, 중국정부는 한국으로부터의 항의를 받아들여, '한성'이란 표기를 그만두고, 대신 '서우어루' '서우얼'이라는 등의 안을 제시했으나, 최종적으로 후자가 채택되었다. 한국으로부터는 '써우얼(首烏爾)' 등의 요구가 있었다고도 한다. 이것은, 중국의 외국어 고유명사 표기에 있어서, 집념을 갖고 조사해온 이토 코스케 군의 보고에 의한 것이다.
일제히 한자를 폐지하고 한글 전용을 법률로 정해 실행한 결과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우선 이것에 의해 글자를 읽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사라졌다. 그야말로, 한글이야말로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을 들어 세계에서 가장 교양이 있는 민족의 하나로 끌어올린 문자인 것이다. 그때까지는 한문이라는 외국어를 스스로 출세의 무기로서 이용해 왔던 관료에 의해, 공적 언어세계가 지배되어 왔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모어에 의한 읽고 쓰기 생활을 해오지 못했던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에게 문자를 읽을 수 있게 한 한글의 위대한 성과를 모조리 잊어버린 채, 한자 없이는 과거의 문화유산에 손이 닿지 않게 되어, 학술용어의 대부분을 점하는 한자 지식이 떨어졌기 때문에 한국의 학술은 쇠퇴헀다는 등, 나와 같은 세대의 학자들은 비웃는다. 그리고 역시, 일본과 같이 한자를 부활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등이다.
그것에 대해 나는 이렇게 주장한다. 지금부터는 한자에 의존하지 않는, 한자와 손을 끊은, 한국어 독자의 문체를 만들어나가면 되지 않는가. 물론, 500년이 걸린 질병으로부터 빠져나오는 데는 500년은 걸릴 각오를 해야만 할지도 모르겠지만.
최근 일본에서는 점점 한자 편애 - 그 중에서도 아이들의 이름에 간단하게는 음을 떠올릴 수 없는 글자를 집어넣고 거기에 발음기호(후리가나)를 다는 취미가 점점 일본어를 비뚤어지게 하여,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인명은 개인적인 것이기는 하나, 동시에 극히 사회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풍조는 대단히 민폐이며 반사회적으로, 말이라는 것에 대한 본질적인 통찰을 결여한 취미인 것이다.
한국의 권위주의적 지식인이, 한자를 쓰지 못하게 된 것을 얼마나 탄식한다 하더라도, 한글이라는 문자생활은 완전히 정착해버렸다. 이것은 이미 원래대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되돌려서는 안 되는 국민적 성과가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인가. 더욱이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한국이 선진적인 기업활동으로 경이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은, 이 또한 한글이 가져온 업적에 다름아니라는 사실인 것이다.
출처 : <漢字が日本語をほろぼす>(한자가 일본어를 멸망시킨다.)
헐 좋은 글이다. 추천
저 글 저자 이름은 어떻게 돼?
田中 克彦(다나카 가쓰히코)
키라키라네임?인가 한자어에 전혀 상관없는 발음 쓰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 그사람이 말해주기 전까진 이름을 어떻게 부르는지 알 수가 없다는 얘기 듣고 문제가 있구나 생각하긴 했는데 여기서도 언급되는거보니 문제가 심각하긴 한가보네
그 문제는 원래부터 있긴 했는데 사실 일본어 호적법에 인명용 한자만 정해놨지 읽는 법은 맘대로 붙여도 되는지라... ㅇㅇ
펄럭
뭐지 이 뜬금없는... 깃발의 펄럭임은 플러터 현상의 예라는 유툽 영상 보다가 오니까 이런 게 눈에 들어오네
글 잘 썼네... 한글전용은 정착해 버렸고 원래대로 되돌아 가지 않을거라는 주장만 써놨지만 그건 우리 입장에선 딱히 논거도 필요없는 직관적 사실이긴 함. 한자혼용론이 이제 다들 깊게 생각해 보지도 않는 넌센스가 된 시대라는건 평균적 언어감수성을 갖춘 사람은 누구나 동의하겠지
한자 교육은 모를까, 국한문 혼용은 이미 불가능하고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 - dc App
이제는 국한문혼용이나 한자병기 말고, 한자교육 필요성 가지고 말들이 가끔 나오는 중인 듯. 남들이 뭐라건 나는 기회되면 한자공부 마무리 짓고 싶은데... 초딩시절과 대학저학년 시기에 조금씩 한 걸로는 부족함을 많이 느낌.
한자 교육 자체는 교양으로서 유용하다고는 생각해. 근데 한문 전문적으로 할 것 아니며 한문교육용 기초한자 1,800자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 dc App
한자공부는 필요에 의해서만 주먹구구식으로 했지, 각잡고 한 적이 없어서 아마도 1800자를 밑도는 수준이라... 독음정도야 읽긴 하겠지만
사실 손글씨로 못 써도 읽고 의미만 알아도 족하다고 생각은 됨. 손글씨 자체가 쓸 기회가 잘 없는데 하물며 한자는 ㅋ - dc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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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반자이 - dc App
근데 이거 번역서임? 일본어 번역한거면 번역가 해도 될 정도인듯
고어도 제대로 못 하므로 아직 멀었음 - dc App
일단 번역은 안 된 원문을 조악하나마 직접 옮겨 봄 - dc App
한글전용이 분명 문맹율의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은 맞지만, 일본과 문맹율이 비슷한 현재 시점에서는 한글전용을 유지해야 할 합당한 이유라기엔 힘들다고 봄
그럼 국한문 혼용이 맞는다고 생각함? - dc App
난 국한문혼용을 지지하지 않음.
한글 전용이 잠시 학술 언어의 후퇴를 불러왔던게 사실이긴 한데, 20-30년쯤 지난 지금은 최소한 인문학계(상당부분)에서만큼은 다 극복이 된 듯. 뭐 이 시점에서야 도로 국한문혼용이 되면 도로 후퇴가 일어날듯.
그와 별개로 한자/한문 교육은 좀더 강화를 하는 것도 좋겠다 싶기는 한데, 기회비용(예. 코딩교육)을 고려하면 또 사실 그것도 모르겠다.
이름 이상하게 지어도 메이와쿠 ㅋㅋ
마지막 두번째 문단 보면 도큔네임인가? 그거 일본에서 확실히 심한갑네
한글 만세! 펄~럭! - dc App
다른 언어 배울까 고민하다 보는데 관점에 따라 입장이 다르니까 신기하네 한글이 완전히 정착하긴 했다. 2015년 쯤인가 신문에 한자가 3분의 1이던 시절도 있었으니까. - dc App
2010년이었나? 가물가물 하다, 그때는 어렸으니., - dc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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