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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밝은 세상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와 성찰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하루의 나머지 절반인 밤. 어둠 속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는 연구된 바가 적고, 그것에 대한 자료 역시 극히 부족하다.

인간이 어둠이라는 신비로움을 조명으로 쉽게 벗겨낼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근래의 일이다. 산업혁명 이전, 고대부터 근대 초까지 인류는 어두침침하고 흔들리는 양초 불빛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다. 그랬던 그들에게 어둠이란 우리가 아는 것과 매우 다른 것이었고, 절대적인 것이었으며, 낮과 분명하게 구분되는 또다른 세계였다.

아름다운 노을, 황혼은 경탄의 대상이라기보단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어둠은 가난한 이들에겐 좀도둑질의 기회를 제공했고, 윗사람에게 억압 받는 수습공이나 젊은 남녀들에겐 일탈과 방종의 때를 보장해줬다. 어둠은 권력자들을 평민적으로 만들었으나, 평민들에게는 개혁과 투쟁을 벌일 수단이자 기회가 되어 주었다.

공권력의 감시가 무색해지고 낮의 규율로부터 자유로워진 밤 시간에 얼마나 많은 노래들이 외쳐지고, 애환들이 감내되고, 폭력들이 벌어지고, 따뜻한 음료와 술, 그리고 사랑이 나누어졌으며, 얼마나 깊고 깊은 성찰이 이루어졌던가!

'밤의 문화사'는 어둠과 빛이라는 두 양분된 세계에서 어둠을 조명해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인공조명의 발전으로 어둠이 '조명'됨에 안타까워한다. 오늘날의 우리가 밤을 더욱 가치있게 활용하려 하기 보다는 오직 밤을 몰아내는 우를 범하고 있음을 우려한다.

신비와 경외의 대상이던 밤하늘이 이제 은하수도 별자리도 없는 텅 빈 공간이 되었음을 새삼 배웠다. 책을 덮는 지금 천장의 전구등이 따갑게 느껴지고,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 이리저리 흔들리는 촛불 불빛에도 아랑곳 없이 책을 탐했던 과거 사람들의 노고와 열정에 부끄러워지는 밤이다.

오늘밤은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다.
수많은 옛사람들이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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