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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박민규의 소설을 처음 접한 게 10년도 넘은 거 같다.
당시 나는 한국고전 문학을 독파하고 있었는데...
너무나도 재미없어 몸부림을 치고 있을 때였다.
그때 내게 영광을 가져다준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2010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탄 '아침의 문'이었다.
아침의 문을 읽고 놀라웠던 것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문장 구사법에 있었다. 나는 처음에 이 소설을 읽을 때, 이게 문장 줄갈이를 편집부가 잘못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문장 나열이 기존의 소설이라고 볼 수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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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아랫배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그녀는 그저 멍하니 앉아 있다.
지금 이 순간
어떤 미친 인간이 나타나 편의점 주변에 휘발유를 뿌린다.
-아침의 문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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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알겠지만, 문장이 중간에 끊긴 것도 모자라 단락을 띄고 그다음에 문장이 이어진다.
이렇게 되는 형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처음에는 뭐야? 이거? 하면서 읽다가 나는 점점 소설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이것은 박민규만의 하나의 문체가 되었다.
흔히들 문학 소설이라 하면 장르소설에 비해 굉장히 보수적이고 변화를 두려워할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문학 소설도 고유의 정통을 지키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를테면 대사를 쓸 때 "(큰따옴표)를 사용하지 않거나,
지문 안에 대사를 집어넣는 경우가 있다.
예시1) 따옴표 사용하지 않는 경우
지혜야 밥 먹었어?
응. 나 남자친구랑 먹었지
뭐야, 치사해. 나랑 약속 해놓고.
예시2) 지문 안에 대사 넣는 경우
지혜는 미영을 보고 말을 걸었다. 지혜야 밥 먹었어? 응. 나 남자 친구랑 먹었지. 뭐야, 치사해. 나랑 약속 해놓고. 지혜는 입을 샐쭉 내밀었다.
이처럼 예시에 따라 읽는 느낌이 많이 달라진다.
예시 1번은 건조한 느낌을 줄 때 작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예시 2번은 지문과 대사를 한 문장 안에 같이 넣다 보니 읽는 재미를 준다. 이게 지문인지 대사인지 추리하는 맛을 준다고 할까?
이처럼 작가가 소설에 어떤 분위기를 줄 거냐에 따라 문장 형식이 바뀌게 된다.
2019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탄 윤이형의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는 예시 1번과 2번을 섞어버렸다.
그런가 하면 196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작 전상국 작가가 쓴 동행(同行)에도 센세이션 한 문장이 있다.
지금으로 치면 이모티콘이나 채팅 언어 아니냐고 할만한 문장이 말이다.
바로 이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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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허탈하게 웃어 댔다
그러면서 그는 느닷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ㅎ ㅎ ㅎ ㅎ ㅎ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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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 문학 소설 지문에 ㅎㅎㅎㅎ 라던가 ㅋㅋㅋ라고 쓴 글을 읽어 본 적이 없었다. (요새 잘 안 읽은 탓도 있지만;)
지금으로 치면 신춘문예 저런 문장을 썼다가 광탈할 것 같은 저 자음을...
전상국은 1963년도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쓴 것이다.
다시 박민규의 아침의 문으로 넘어가겠다.
박민규의 아침의 문은 자살을 하려는 어느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자살을 하려고 사람들과 모여 모텔에서 약을 먹지만, 어찌 된 건지 남자만 번뜩 눈을 뜬다. 그리고 자위를 한다. 홀로 살아남아 바깥으로 나간다.
이게 도입 부분이다. 이후는 임신한 어느 여자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여자는 시발 시발 거리며 애를 낳지 않으려고 몸부림친다.
똥을 싸면서 자기도 모르게 애가 빠져나갔으면 한다.
그러면서 시발 시발 거린다.
그 이후는? 읽어보면 알게 된다.
남자와 여자 간의 이야기를 말이다.
이 소설은 문장이 난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뭔가 헷갈릴 수도 있다.
아침의 문 문장은 그렇게 쓰였기 때문이다. 처음에 이해가 되지 않아도 이해가 되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이 오면 신세계가 열린다.
내가 처음에 아침의 문을 읽었을 때 그랬다.
처음에는 뭔 소리여 하다가, 어느 순간 소설 속 장면이 머리에 그러졌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파격적인 문장과 함께, 파격적인 장면,
아침의 문이라는 의미.
이상문학상에서 대상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누군가 단편소설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나는 아직도 박민규의 아침의 문을 제일 먼저 꼽는다.
오히려 장르소설은 대중에게 어필하려다 보니 전개방식이 보수적인 면도 있지
전상국 60년대에 초성체 사용한건 좀 충격적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