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글쓰기는 (책으로) 배울 수 없다 ← 보통 글쓰기 중에서도 소오설 같은 창작예술에 긍지를 가진 분들이 많이 하는 얘기인데, 구체적으론 1글쓰기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라 노오력한다고 글을 잘 쓰게 되지 않는다던가, 2다른 사람의 글을 모방하면 안되고 자신만의 글을 써야 한다던가, 3치열하게 읽고 쓰고 고민해봐야지 책을 읽는다고 글을 잘 쓰게 되지 않는다던가 하는 식임.


셋 다 개소리인 건 마찬가지인데, 1재능 없는 사람이 노오력해봤자 재능 있는 사람만큼 글쓰지 못한다고 해서 글 잘 쓰려고 노오력하는 게 의미 없는 게 되지 않고, 2표절이 아닌 이상 남의 글을 읽고 모방한다고 해서 꼭 자신의 개성이 사라지는 것도 아닐 뿐더러, 3다른 사람의 글이나 작법서를 읽는 것과 치열하게 읽고 쓰고 고민하는 건 서로 모순되는 게 아니기 때문임.


1. 글을 잘 쓰려면 좋은 글을 가져다 여러번 필사해봐야 한다. ← 특히 '문장력' 운운하는 사람들이 이런 주장을 많이 펼치는데, 백이면 백 필사든 암송이든 단순 반복읽기든 반복할수록 글이 마음 깊이 새겨지고 그 효과가 배가 된다고도 함. 하지만 좋은 독자가 꼭 좋은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닐 뿐더러, 어떤 일을 배우든 간에 변화를 주지 않고 똑같이 반복하는 건 득보다 실이 많은 학습방법임.


여기서 누군가는 그냥 무지성 필사하는 게 아니라 문장구조와 그 안에 담긴 뜻을 분석하면서 필사해야 한다, 매번 똑같이 읽는 게 아니라 읽을 때마다 전에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어쩌구 저쩌구하는데, 그걸 꼭 필사나 암송이나 재독을 통해서 해야 하는지, 아니 그전에 필사암송재독하는 사람들이 진짜 그런 걸 생각하면서 읽긴 하는지 의문임.


2. 글을 잘 쓰려면 좋은 글을 읽고 '직접' 분석하고 정리해봐야 한다. ← 위에서 이어지는데, 글쓰기가 아니라 어떤 공부를 하더라도 책에 밑줄을 긋거나 내용을 정리해보는 건 그 효과가 들쑥날쑥한 방법임. 왜냐하면 초보자는 글에서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이 밑줄긋고 정리한 내용에 얽매여서 어떤 부분을 놓쳤는지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임. 초보자라면 직접 좋은 글을 분석하기 보단 해당 분야를 잘 알고 피드백도 줄 수 있는 사람에게 배우거나, 하다못해 좋은 글을 분석한 작법서를 찾아 보는 게 좋음.


둘째로 좋은 글을 '깊이' 읽는다고 해서 꼭 글 쓰는데 도움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임. 지식과 기술은 다르고 모든 지식과 기술은 맥락의존적이기 때문에(암만 서로 비슷한 게 있어도 결국 케바케라는 소리), 아무리 좋은 글이라 해도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이 아니라면 꼭 다른 사람의 글을 꼭 하나하나 따져보고 분석하면서 읽을 필요는 없음. 작법서 읽을 때도 마찬가지.


3.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고 많이 써봐야 한다. ← 정확히는 일단 많이 읽다보면 문리가 트인다던가, 일단 써봐야 는다던가 하는 조언들인데,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처럼 어느정도 실력이 만족할 정도의 수준이 되면 경력이 쌓이고 시간이 지나도 실력이 향상되지 않고, 오히려 실력이 떨어지기도 하는 건 다양한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임. 실력을 향상시키려면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은 뭐고 실력을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획적 체계적으로 고민하고 개선해야 함.


4. 글을 잘 쓰려면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 ← 보통 맞춤법이나 구체적인 문법 알려주는 책들이 이런 선동질을 하곤 하는데, 꼭 맞춤법이 아니라도 어떤 글쓰기 규칙이나 계획에 맞추어 글쓰는 건 좋지 못한 습관임. 전문가든 초보자든 글쓰기는 계획이나 규칙에 맞춰서(가령 주제선정  개요 짜기 → 내용생성  → 내용조직 → 고쳐쓰기)한 번에 완벽한 글을 써내는 게 아니라, 눈의 초점을 맞출 때처럼 점진적으로 내용을 구체화하고 변형하고 개선해나가는 과정임. 꼭 처음부터 헛점 없이 완벽한 글을 쓰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말.


책 이야기 : '논증의 탄생'은 시카고 대학 글쓰기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조셉 윌리엄스와 그레고리 콜럼이 지은 책이다. 저자들은 툴민 모형을 변형한 논증 모형을 통해 논증과 비판적사고, 글쓰기를 통합해 가르치고, 저자와 독자의 관계와 같은 글쓰기의 수사적 측면이나 글을 작성하는 과정(검색하기, 읽기, 정리하기, 개요짜기, 퇴고하기 등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