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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오한기의 "산책하기 좋은 날"을 읽고 쓴 글임

* 스포일러 약간? 사실 스포일러가 의미가 있는 소설인가 싶긴 함

* 인스타에 올렸던 건데 독갤에도 올려보고 싶어서 올림

* 시간차를 두고 쓴 걸 합친거라 이상할 수도

* 좀 길어서 지루할 수도 있음

* 사설이 많으니 책 얘기 하면 3, 4번만 봐도 ㄱ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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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책하기 좋은 날 (읽기 전)

  인터넷에 정지돈을 검색했다. 정지돈 좋아하면 오한기도 재밌을거임,이라는 글을 봤다. 그렇게 오한기를 알게 되었다. 또 다른 글은 오한기 신간 싸인 이벤트를 알려주었다. 마침 날도 풀려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싶던 터였다. 책 제목이 [산책하기 좋은 날]이길래.
  난 책을 사기 전에 상품규격정보를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가성비를 따지는 건지 보관할 장소를 생각해서 그러는건지... 아무튼 명확한 계기가 있다면 을유의 "러셀 서양철학사"를 산 뒤였을 거다. 살면서 그렇게 두꺼운 책은 처음이었어서...

[산책하기 좋은 날] : 144쪽, 11700원(10%할인가)

  가격에 비해 쪽수가 적은건지 쪽수에 비해 가격이 비싼건지 여튼 그런 생각을 했지만 끌리는 걸 막을 정도로 큰 금액은 아니라 그냥 샀다.
  사실 이 책을 산 결정적인 이유는 책 소개에서 내가 사는 동네를 봤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그 동네를 가지고 무슨 얘기를 할까, 하는 호기심. 궁금한 건 못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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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산책하기 좋은 날 (글 쓰기 전)

  책을 읽은 게 3월 말, 지금은 5월 5일. 읽은 지 한 달 반 정도 뒤에 쓰는 독후감은 어떤 글이 될 것인가... 책이 내 생활 범위와 워낙 겹쳤던 탓에 (이 정도면 내가 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할 수 있는 말은 이렇게 저렇게 많지만, 내 얘기를 해야 될까 책 얘기를 해야 될까 고민이 돼서 쉽게 시작할 수가 없다. 1. 책과 나의 이야기 2. 책 이야기 이렇게 나눠서 써볼까 싶기도 하고...

  책을 읽을 때 간략하게라도 기록을 해놓는 편이라 당시에 썼던 뭔가가 있진 않을까 찾아봤다. 그런 걸 적어놓을 만한 데가 노트랑 '나와의 채팅' 정도인데... 이런. 이전에 올린 글 내용을 빼니 뭐가 없다. 책을 다시 읽어보는 건 어떨까. 독후감을 쓰려고 준비한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정지돈과 오한기의 헤테로토피아에 대한 평론가의 글도 찾아놨는데. 이렇게 고민만 하다가는 아무것도 못하는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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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산책하기 좋은 날 (기억 속에서)

  일단은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개인적인 얘기를 하더라도 책에 뭐가 나오는지는 알아야 쓰지……. 그 전에, 다시 읽기 전에, 일단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들.

- 중랑천을 따라 놓인 동네들

- 7호선을 따라가는 산책 코스

- 영화사 직원 오한기

- 크리스토퍼 놀런

  이야기의 중후반부에 놀런이 나오는데……. 아니 일단 주인공 이름이 “오한기”다. 작가도 오한기. 뭔가 이상한데…… 본인 얘기인 걸까? 현실 기반의 소설? 실제를 바탕으로 허구를 쌓아가는 그런 소설? 오한기를 이 책으로 처음 접해서 어떤 스타일인지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책 소개에서 재택근무 얘기를 하길래 코로나 시대의 현실반영 소설인 걸까, 짐작만 했었다. 사실 그래서 소설보단 수필 느낌이 들기도 했다. 형식은 소설스러웠지만 내용이 너무 현실적이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는데 갑자기 놀런이 나왔다.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만날 일은 없을 것 같은 사람. 사실 미디어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라고 해도 딱히 반박할 수 없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을 어릴 때 살던 집에 찾아갔을 때 만난다. 모든 게 모호했는데 여기서 이건 가상이다! 라고 강하게 생각(확신이라고 말하면 좋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했다.

  그런 만남 이후에 오한기는 놀런에게 섭외되어 앵무새와 함께 영화를 찍는다. 지금 생각나는 건 영화보다는 앵무새. 이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사는 곳은 작중 “오한기”의 집에서 멀지 않다. 근처 동네에 앵무새를 키우는 친구가 있어서……. 물론 앵무새를 키우는 사람이 한둘이겠냐마는, 나와 앵무새를 키우는 친구와 오한기가 모두 이웃 주민이었던 건 아닐까(…). 아무튼 난 작가님과 묘한 친밀감을 느끼고 있다. 좀 변태같나(…).

이 정도가 다시 읽기 전 생각나는 것들.

(나도 크리스토퍼 놀런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어서 이참에 찾아봤다. 이 글에서 가장 실용적인 부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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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산책하기 좋은 날 (장소에 대해서)

  말 그대로 산책 코스가 어떤지에 대해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고……. 사실 원래는 그런 얘기를 하려고 했다. 여기 나오는 이런 동네는 어떻구, 나는 어떻게 생각하구. 막상 생각해보려고 하니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서 관뒀다. 그러다가 책에서 ‘목차로 존재하는 산책 코스’에 흥미가 생겨 조금은 더 책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한다.

  이야기의 흐름은 그날그날의 산책 장소에 따라 정리되어 있다. 한 산책에 한 묶음. 묶음에 산책 얘기만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직장 생활이라거나, 인간관계라거나. 그런 것들이 걷는 행위와 이렇게 저렇게 엮여서 보여진다. 직장 생활이든 인간관계든 장소보다는 사람과 연결된 것들이라(특히 코로나 시대엔 더 그런 것도 같은데) 산책 장소와 오한기의 생각은 관련이 없다가도 있고, 있다가도 없다. 사실 그래서 산책 장소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 그럼 왜 산책 코스를 소제목으로 단 걸까.

「작품해설」에 대한 얘기도 따로 하겠지만, 여기서 조금만 말하자면, 소설 속의 산책을 “이 세계의 존재들이라기엔 살짝 어긋나 있는 듯한 이들”을 만나는 경험이라고 한다. 근데 나는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새-남자나 크리스토퍼 놀런이 흥미롭기는 했지만…… 어색하기보단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내가 좀 이상한 거 같기도 한데……. 하고 싶은 말은, 구체적이고 알고 있는 배경(현실)이 다른 비현실적 요소를 합리화했다는 것이다. 현실에도 “살짝 어긋나 있는 듯한 이들”은 종종 보인다. 작품에서도 종종 보일 뿐이다.

  장소 이름이 객관적인 것도 한 몫을 한다. 산책 장소의 이름은 대개가 법정동이고 아닌 경우에도 공식적인 이름으로 적혀있다. 임의적이거나 자의적이지 않은 배경. 근데 이 법정동이라는 단위가 참 오묘하다. 어떤 지점(점)이 아닌 범위(면, 혹은 그 이상)를 가리키는 말이라 내 멋대로 생각할 수가 있다. 구체적인 공간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크게 중요하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물론 이건 내가 그 동네들에 대해 잘 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서울 동부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재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사족이지만 법정동에 대해 찾아보다가 “학동”이 어떤 “동”의 이름이 아니라 그냥 지명이라는 걸 알게 됐다(...).

  “오한기”의 삶은 물론 나와 다르지만, 그가 걷는 곳과 내가 걷는 곳은 같은 현실의 공간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런 점이 그의 소설, 나아가자면 후장사실주의의 매력이 아닐까. 같은 시대에,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감각. 그게 왜 매력이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나는 거기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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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산책하기 좋은 날(「작품해설」)

  작품해설을 읽고는 좀 억울해졌는데, 이게 내 탓인지 해설 탓인지 책임을 지우기가 참 애매하다. 난 『산책하기 좋은 날』과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을 같이 샀고, 『산책하기 좋은 날』을 먼저 읽었다. 작품해설을 쓴 사람은 나와 반대로 정지돈의 에세이를 먼저 읽었다. 「작품해설」의 시작에서 정지돈의 에세이를 읽었다고 했을 때, 나는 읽기를 멈췄어야 했다. 어떤 얘기를 할지 호기심에 읽은 게 스포일러가 돼버렸다. 소설도 아니고 에세이에 무슨 스포일러인가 싶지만 아무튼……. 실제로 별일 아니긴 했다. 오히려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을 읽을 때 ‘어디서 인용된 부분이 나오려나’ 하면서 더 재밌게 읽은 것 같기도 하다. 그냥 어이없음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일 뿐이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산책하기 좋은 날』 책 리뷰는 마칠 생각이다. 이걸 리뷰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앞으로의 산책들에 이 책이 미칠 영향을 생각한다면, 언젠가 쓰게 될 모든 산책 글은 이 책에 대한 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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