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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 내 감성이 유별나서... 

어떤 사람이 아무리 열심히 써놔도 
그 감정과 상황이 납득이 되지 않고 공감이 잘 되지 않으면
더 이상 읽어나갈 원동력을 확 잃는 편이라
애초에 이거다 싶지 않으면.. 책을 잘 안 읽는 사람이다.

이런 내가 
신간이 나올 때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잘 가지도 않는 서점으로 뛰어갔던 건
그게 김애란이었기 때문이다.


김애란이 이야기꾼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많다

첫째. 김애란의 문장은 기교가 많다.

그러나 그 기교가 너무 과해서 무겁거나
말장난처럼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는 읽고 여러 생각이 교차하게 만드는
기교들만을 완벽하게 정제해서 사용할 줄 안다.

단어의 선택, 문장의 호흡, 비유와 묘사 하나하나.
모든 것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다.

이로 인해
단편이지만 읽으면서 ... 여러번 멈칫하게 만드는
기발하고 반짝이는 문장들이 탄생하게 된듯 하다.

두번째. 김애란은 감정을 잘 이해하고 잘 묘사한다.

그녀는 매우 감수성이 높은 사람 같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과 생각을 최대한 고스란히 글에 녹여 낸다.
(그리고 그게 어휘나 문장에 반영되어 있다)

읽는 독자들이 느낄 감정을 완벽히 예상하고
그걸 극대화 시키는 상황묘사와 비유를 사용한다.
그래서 짧은 글이지만 독자로 하여금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고
또 잊고 있던 감정들에 불을 지펴낸다.

그래서 김애란의 소설을 읽으면서 '맞아...' 라고
무릎을 치게 되는 순간들이 참 많다.

이런 두 가지 이유로 나는 김애란 작가를
흠모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그녀의 단편이 완벽히 쓰여진건 아니다.
초기작엔 가끔 어설픈 부분도 보여 재밌다.
하지만 그 당시엔 젊었을, 혹은 어렸을 김애란 작가의 
인간적인 열정도 보여 그것 마저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장점이 치명적인 단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다들 아는 두근두근 내인생.
쓰면서도 많은 갈등을 했을거라
짐작이 가는 작품이기도 했다.
(물론 그 속에 반짝 눈에 띄는 부분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나는 어쨌든 그녀가 좋다.
(위에 구구절절히 써놓은 이유들은 사실 껍데기다.)

왠지 나는 '그냥' 김애란이 좋았다. 본능적으로.
그리고 어느날 나는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그건
그녀의 작품에 스며들어 있는 그녀의 경험들이
어째서인지 내 것과 매우 비슷했기 때문이다.

참 신기한 일이지만
어쨌든 2000년대를 전후로
지방 소도시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살아온 나에게
어딘가 볼품없었던 내 인생과 내 감정이
그냥 덮어놓은채 살고 싶었던 삶의 남루함이

담담하게 담겨있는 김애란의 글은 
정말이지 내게 위로 그 자체였다.
(그리고 수많은 젊은이들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그녀는
시골, 어머니, 반지하, 고시원, 편의점, 모텔, 재수학원, 지하철, 학원 강사, 고급 화장지, 설문지 아르바이트, 잘 나가는 선배, 다단계, 원룸, 인간관계, 월급, 동남아 여행, 델리만쥬와 토스트 케찹, 빵집 스탬프...

따위의 말들이 가진 냄새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저 단어들이 주는 울림을 같이 알아주는 이.
그래서 나는 그녀의 존재가 무척이나 고맙다.


그녀와 같은 시대와 공간을 공유했던 나는
참 행운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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