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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랑이 온다 이정하|문이당 |2016.07.25
보통 시집에 쓰인 시인의 이력에 어디서 등단했는지 알리는데 이 시집에는 등단이나 수상 이력은 쓰이지 않았다. 미등단 시인인 줄 알았는데 검색해보니 신춘문예에 당선된 시인이었다.
시집의 분위기가 시작부터 용혜원 시인을 떠올리게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대하지 않고 읽게 된 시집인데 의외로 괜찮았다. 사랑을 주제로 쓴 서정시들이 대부분이다.
너무 가볍고 저렴한 사랑 얘기들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딱히 수준 높은 필력과 시어를 구사하는 시인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볼만하다. 읽을수록 마음에 든다. 아마도 내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사로잡혀 사는 아이돌 오타쿠라서 그런 것 같다. 부끄럽게도.
대중성은 확실히 보장하는 시집이다. 요즘 유행하는 현대시에 비해 기교가 부족해 보여서 다른 의미로 악평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내가 쓴 시를 보고나니 나도 좆밥이라 뭐라고 말을 못 하겠다. 용혜원과 느낌이 비슷할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류시화나 정호승에 더 가까운 듯하다.
시들이 무게감은 떨어지나 내가 사랑하는 ‘그녀들’을 떠올리며 읽으니 나쁘지 않다. 가볍게 읽기 좋다. 이 시집의 뒤에는 현학적인 평론이나 해설이 수록되지 않았다. 순수하게 시로만 승부를 보는 시집이다. 이건 마음에 든다. 평론가의 해설로 시에 점수를 매기거나 평가하고 싶지 않다. 그저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어딘가 인스타그램 감성 같기도 하다. 시인이 그쪽으로 홍보를 한다면 유명해질 것 같다. 그만큼 부담이 없고 담백하다.
예상외로 내 소설에 인용하거나 필사해두고 싶은 시가 많다. 덕질에 빠져 있던 시절, 그녀들이 세상 전부였던 그때가 떠오른다. 언젠간 덕질을 끓고 아이돌의 영향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떠나겠으나 아직은 내 문학관이 미성숙해 아이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이런 가벼운 시의 정서가 마음에 와닿을 수밖에 없다. 아이돌이 영원히 아이돌일 수 없다. 언젠간 그룹에서 졸업해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야 한다. 내게도 그런 날이 올 것이다. 당분간은 아니지만.
보기보다 괜찮은 시집이었다. 때로는 기교가 넘치는 시나 명작, 고전, 원고 자료 수집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감상하며 힐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피폐해진 정신과 영혼을 정화해준다. 유치한 듯하나 내 얘기처럼 전달되는 시들이 많다. 역시 나는 뼛속까지 오타쿠인 게 분명하다. 속일 수 없고 부정할 수 없다. 시인께서 아이돌 오타쿠셨다면 나와 잘 통했을 것 같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열병을 앓는 심정을 서로가 잘 아니까. 덕분에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녀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쉬어가면서 자신을 돌아보기에 좋은 시집이었다.
오.타.쿠
타쿠타쿠 오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