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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책 읽는 것이 순수하게 재밌어서 읽은 시절은 초등학교가 마지막이었습니다

물론 평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좋아해서 이후에도 책을 꾸준하게 읽었지만 여가 용도로 읽는 책은 점차 줄어 갔습니다

언제부터는 소설 책을 읽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 밀접접촉자가 되어 고등학교 2학년 초에 자가 격리를 하였는데 

이 때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어떤 커뮤니티를 발견했습니다

다양한 나이와 상황의 사람들이 순수하게 재밌어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책이 너무 재밌어서 읽었던 어릴 적이 생각났습니다

음악을 깊이 있게 좋아했을 때 RYM 차트,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mu/ Essentials 차트 등을 찾아 들었던 것처럼 

취미로서의 독서를 시작했고, 플로우차트, 노벨 연구소 선정 최고의 책 등을 도장 깨기 하듯 읽기 시작했습니다.

 

또래 친구들에 비해 책을 많이 읽었다고는 해도, 도서관에 가서 끌리는 책을 몇 권 대출해 읽었을 뿐이지 

유명한 고전 문학 작가나 각 나라의 문학 사조 등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습니다

모더니즘 문학과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은 무엇인지, 어떤 작가와 작품이 있는지,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에는 누가 있는지 등을 전혀 몰랐습니다.

 

자가격리를 2주간 하며 할 것도 없겠다 저의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플로우차트의 책들을 마음껏 대출해 책상에 쌓아두었습니다

내가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이 때 알았습니다. 시험을 위한 공부는 하기 싫었는데

시험과 관계 없는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내가 더 알고 싶은 내용을 알아가는 과정은 유튜브를 보는 것만큼 재밌었습니다.

시험칠 것도 아닌데 독서 노트를 만들어 메모하가며 책을 읽고 더 알아보고 싶은 내용은 유튜브 영상을 찾아봐가며 책을 읽었습니다.

 

그렇게 포스트모더니즘 대표작인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다 읽고 나니 생각보다 읽을 만하고 재밌어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지적 허영심, 좋게 말하면 지적 탐구심이 강한 저는 

이제 세상에서 두 번째로 난해하다는 모더니즘 책, <소리와 분노>에 도전하고 싶어졌습니다.

 

정말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정말 읽기 힘들었습니다

자가격리가 끝나고 3주 넘게 이 책 한 권에만 매달려 있었습니다

시간을 넘나들며 의식의 흐름대로 서술하는 1부 벤지 파트는 도저히 이해가 안 돼서 한 번 더 읽었습니다.

 

다 읽고 나서는 역자 블로그, 다른 사람의 독서 감상문 등을 정독하며 여러 번 곱씹었습니다

울타리 틈 구불구불한 꽃자리(flower spaces) 사이로 그들이 치는 게 보였다.’ 와 같이 시적인 문장의 아름다움

난해한 형식의 아름다움이 해설을 같이 보니 서서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실 이 책이 제 가치관이나 인생에서 큰 영향을 준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독서인생에 있어서 큰 영향을 줄 책인 것은 분명합니다. 저는 이런 형식의 책을 처음 읽어보았고

이 책으로 인해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보르헤스, 제임스 조이스, 나보코프 등의 작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어려운 책을 완독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세상에는 생각보다 더 다양한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앞으로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을 가득 쌓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의식의 흐름대로 쓴 책이 있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어릴 적 상상했던 머릿속을 옮겨놓은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독백을 넘어선 머릿속의 잡음. 형식의 아름다움과 책의 일관된 분위기, 시적이고 짧은 문장 등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여러 번 읽고 싶은 책을 고르라면 망설이지 않고 <소리와 분노>를 선택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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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책이고 모더니즘에 대해서도 잘 몰라서 책과 관련한 내 경험 위주로 썼어. 

일독에 의의를 둔다!


+독갤 오랫동안 안 들어오다가 들어오니까 갑자기 독서뽕 찬다.. 잘 참고 있었는데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