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연의 무대감독은 신도 악마도 아니었다. 신은 너무 늙었고, 덕망이 있고, 구식이었다. 악마는 다른 사람들의 죄도 감당하기 힘들어 그 자신에게나 다른 사람들에게나 비처럼 따분한 존재였다.... 사실, 새벽에 교도소에 내리는 비처럼 따분했다. 그곳에서는 신경이 곤두서 하품을 하는 가엾은 천치가 할머니를 죽인 죄로 조용히 사형을 당하고 있었다. 렉스가 염두에 둔 무대감독은 잘 파악이 되지 않고, 둘이 되었다, 셋이 되었다 또 자기를 비추기도 하는 마법을 쓰는 프로테우스 같은 환영,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다채로운 색깔의 유리공의 그림자, 가물거리는 커튼 위에 어른거리는 요술쟁이 유령이었다.... 어쨌든 이것이 렉스가 드물게 철학적 명상에 빠져드는 순간에 짐작한 것이었다.
참고를 위해 영어 본문도 적어 둡니다:
The stage manager of this performance was neither God nor the devil. The former was far too gray, and venerable, and old-fashioned; and the latter, surfeited with other people’s sins, was a bore to himself and to others, as dull as rain ... in fact, rain at dawn in the prison-court, where some poor imbecile, yawning nervously, is being quietly put to death for the murder of his grandmother. The stage manager whom Rex had in view was an elusive, double, triple, self-reflecting magic Proteus of a phantom, the shadow of many-colored glass balls flying in a curve, the ghost of a juggler on a shimmering curtain.... This, at any rate, was what Rex surmised in his rare moments of philosophic meditation.
어둠 속의 웃음소리에 나오는 문장이다. "교도소에 내리는 비처럼 따분했다" 부터는 왜 적어둔 것인지 이해가 안가네.
내 생각엔 자기 할머니를 죽인 천치, 프로테우스 같은 환영, 요술쟁이 유령, 이런 것들이 기존의 문학 작품에 나오는 어떤 텍스트를 빌려와서 상호텍스트적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은데 혹시 생각나는 작품 있어?
넘모 어렵고
이 공연의 연출자는 신도 악마도 아니었다. 전자는 너무 늙고 고매하고 고리타분했다. 후자는, 다른 사람들의 죄를 과다섭취한 그는 자신에게도 남들에게도 따분했다, 비처럼 무뎠다. 실상 지네 할머니를 죽여 사형을 언도받은 어느 불쌍한 천치가 초조한 하품을 늘어놓는 교도소 새벽비처럼 말이다. 렉스의 시야에 들어온 그 연출자는 불분명한, 이중삼중으로 자가반사하는 환영의 마법 프로테우스였다. 휘어져 날아가는 색색 유리구슬들의 그림자, 반짝이는 커튼 위 마술사의 유령 같앗다. 바로 이것이, 어찌되었든, 렉스가 모처럼 그의 철학적 명상을 통해 헤아린 것들이었다.
내 딴에 의역을 좀 넣어봤는데, 이 글의 앞 맥락이 뭔지 몰라도, 스테이지 매니저라는 단어가 혹시 비유적 표현 아님?
렉스 직업이 무대감독임
렉스가 스테이지 매니저인데 또 다른 스테이지 매니저 님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는 거임?
일단 표면적으로는 자기자신 이야기를 하는건데 뭔가 작가가 직접 나와서(작가가 이 모든 것을 꾸민 "무대관리자") 자기 이야기를 하는 느낌도 있음 근데 내가 궁금했던건 그 아래 단편적인 이미지들로 상기할 수 있는 다른 이야기가 혹시 있을까? 하는거
교도소는 악마의 따분함을 좀더 자세하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려는 의도로 쓰인 문장같고, 그 다음부터는 신도 악마도 아닌 무대감독이란 캐릭터를 명료한 이미지로 나타내려는 의도로 쓰인 문장같음. 프로테우스는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그리스신화의 신이고(그런 신의 성격에서 유추하면 되고), 가물거리는 커튼 위의 유령이랑 다채로운 색깔의 유리공은 마르셀 프루스트가 즐겨썼던 감각적인 이미지를 나타내는 묘사법을 흉내낸걸로 짐작됨. 그리고 저 비유들을 렉스라는 인물이 쓸데없이 진지해질때 짐작해낸 무대감독의 캐릭터인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