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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호의 <니체>의 서론에 수록된 <어떻게 읽어야 할까>를 읽고 오시기 바란다.
흔히 니체 철학은 대중성을 가진 몇 안되는 철학이며, 그 때문에 관심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그것들은 그저 2차 문헌이나 대중매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 뿐이 아니라, 이제 대중들 또한 1차 문헌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그 1차 문헌은 도대체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니체 철학의 국내 권위자인 백승영 교수는, 니체의 마지막 저술인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를 먼저 읽기를 권했다. 그러나 사실상 그 <이 사람을 보라>는, 니체 철학에 대한 상당의 배경 지식을 지닌 상태에서 니체 철학을 전체적으로 돌아보는 것에 유용한 저술이다. 니체의 <이 사람을 보라>에서는 니체가 자신의 생애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자신의 다른 저술들에 대한 해설도 덧붙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때 니체가 자신의 생애에 대해 서술한 것은 전혀 니체 입문에 유용한 부분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니체는 그 저술에서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한지"와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지"의 절에서 자신과 어머니, 여동생과의 관계, 리하르트 바그너와의 관계, 자신의 국적 등에 대해 서술하면서 모두 '데카당스'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니체가 독일 정신을 비판한 부분은 니체 철학의 선행 이해 없이는 이해가 불가능하며, 이 저술 전체가 니체 철학의 선행 이해 없이는, 불명료한 부분들이 많고 어려운 비유들이 많아 이해하기가 힘들다. 특히 백승영 교수가 이 저술을 입문으로 추천할 때 강조한 "니체가 자신 저술에 대해 해설하고 있다(책세상 니체전집 15, 해설 ; 플라톤아카데미TV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강의)"는 부분은, 오히려 "니체 철학을 공부한 뒤 읽으면 정리되는 효과"를 가진다. 그 부분은 니체의 문제의식과 철학을 미리 알고 있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을 뿐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편할 것이다.

"이해하기 힘들게 쓰인 짜증 나는 어려운 비유와 아포리즘을 피해 쉽게 이해하기 위해 <이 사람을 보라>를 펼쳤다.
그런데 그 니체 자신의 해설서에서는 니체가 비유와 아포리즘으로 자신의 비유와 아포리즘이 담긴 저술을 해설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독서 갤러리에선 언제부턴가 <도덕의 계보>로 시작하라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덕의 계보>는 <안티크리스트> <비극의 탄생>과 더불어 니체의 저술 중 가장 학문적인 글이며 가장 어렵다. 특히 2, 3논문은 니체의 저술 중 가장 어려운 편에 속한다. 니체의 <도덕의 계보>는 니체 철학의 기초를 담고 있고 그러므로 니체 철학을 공부하기에 처음으로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에는 분명하지만, 그것으로 니체를 입문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집필순으로 읽는 것 또한 도움되지는 않는다. 니체의 문제의식은 후기저작에서 잘 드러나니 말이다. 그러나 그 후기저작 또한 입문으로 좋은 책이라 할 수는 없다. 특히 <우상의 황혼>은 문헌학자,문학자에 대한 방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고, <안티크리스트>는 르낭의 <예수의 생애>와 성경,(이 저술의 45절을 이해하는 데에는 필수적인 뿐더러 이 책 전체를 이해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다.)그리고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역사에 대한 방대한 배경지식도 필요하다. 또한 <바그너의 경우Der Fall Wagner>같은 저술은 니체 입문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선악의 저편>은 니체의 중심 사상, 가장 난해한 사상들이 담겨 있어 입문으로 권하지 않는다.

즉 니체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 1차 문헌을 읽는다면, 읽는 순서를 규정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니체의 저술들에는 단계라 할 것이 없다.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를 집필했을 때부터, 더 넓게 잡으면 <아침놀 Morgenröte>을 집필했을 때부터 니체 철학은 이미 그 안에서, 니체는 파악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미 그 안에 있었기 때문에, 칸트의 윤리 형이상학 3부작(윤리형이상학 정초, 실천이성비판, 윤리형이상학)처럼 단계구조가 있는 게 아니라, 각 저술마다 다른 저술들의 내용이 들어가 있다. 말하자면 니체의 책들은 책들마다 서로 상호 관계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리고 그 얽힌끈을 풀어 니체 철학의 체계성/일관성에 대해 연구하려 시도했던 게 니체 사후의 연구자들이었다..)

그렇다면 니체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내 주장은 이렇다:

정동호의 <니체>나 박찬국의 니체 2차 저작들을 읽고(니체와 아이들 플로우차트 참조), 마음에 드는 저술부터 골라 읽는 것이다. 그리고 니체 철학의 정리가 필요할 땐 <이 사람을 보라>나 다른 2차 문헌을 읽는 것이다.

(이 글은 <니체와 아이들 플로우차트>로부터 영향받아 만들어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