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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다. 조정래 이름값이 이 정도 뿐이 안 됐나? 이 책으로 조정래를 처음 접했는데 대하소설 장인이 쉬어가는 느낌으로 낸 책 같음…
일단 사건이 빈약하다. 분단 문제와 사회주의, 자본주의 사상을 진지하게 고뇌하는 전향수 (간첩인데 체포되서 사상 포기하고 남한 사람으로 살게된 사람) 가 주인공이다. 빵에서 삼십년 살고 나온 영감님인데 대충 이 할아범이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스토리라고 봐도 된다.
사상을 논하는 내용에 상당 부분 할애되고, 여타 소설적 사건은 상당히 소홀한 작품이다. 그럴려면 문장이 빼어나서 치열하게 써낸 맛이라도 있어야는데… 이 책의 문장은 탑골 공원에서 바둑 좀 둔다는 할아범이라면 너끈히 뱉을 법한 평이한 수준이고… 극적 사건도 없으니 그저 루즈할 수밖에.
제일 형편없던건 아이들과 관련된 사건들. 굉장히 진부하고 도식적으로 아이들을 등장시켰다. 낙담한 범죄자의 한 줄기 희망… 옆집 아이들… 바로 내팽개치려다가 지금까지 읽은게 아까워서 끝까지 봐버렸다. 아이들이랑 할아범이랑 대화하는 장면은 진짜 어디 박제해놓고 ‘소설에서 아이들을 이런 식으로 묘사하면 개노잼이 됩니다.’ 라고 본보기를 걸어야 하지 않나… 싶은 정도였다. 애들 뿐만 아니라 약간의 로맨스를 첨가하기 위해 등장시킨 여인들 역시 형편 없다. 조정래 비슷한 짬의 다른 작가라면 발로 써도 이보단 재미있을 거다.
그나마 이 책의 미덕? 문장이 쉽고 분량이 짧다는 거? 만일 본인이 분단 문학에 대해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치우고 싶다, 는 마음 가짐이라면 한 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건질게 하나 없다. 이천육년 출간된 작품이긴 하지만 시간은 까방권이 될 수 없다. 이런 테마로 고전은 숱하니까. 그나마 해설에서 황 무슨 문학 평론가가 쓴 몇 줄의 문장이 이 책에서 건질만한 내용의 전부다. 그 양반도 어디 청탁을 받은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꿈보다 해몽 식의 빨아재낌을 열심히 시전 중이시던데… 후배인가…
관념, 사상, 추상적인 내용을 길게 쓰려면 문장이 확실해야 한다. 개성이 있어야 한다. 조정래 씨는 이런 테마를 본격적으로 다루기에 문장이 너무 무디고 느리다. 사건 위주로 쓰세요.ㅎ
그래서 아니다 싶으면 출판을 안 해야 되는 거야. 돈도 벌만큼 버신 분이 무슨 꼴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