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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노래      저자 정대구|시선사 |2016.03.15.



시인의 특이한 이름이 낯익어 전에 이 시인의 시집을 읽었는지 헷갈렸다. 그동안 읽은 책들을 저장해 둔 목록을 찾아보니 시인의 이름이 없는지라 내 착각인 듯하다.

참고로 시인은 이름과 달리 대구광역시와는 막상 무관한 것 같다. 필명인지 본명인지도 모르겠다. 대구법은 잘 지키실 것 같다(?).

시집 뒤에 해설이 없어 마음에 든다. 시집에 수록된 해설 따위는 거추장스럽다.

1936년생 노시인의 시답게 시 자체는 난해한 현대시와 거리가 멀다.

전반부에 12월을 주제로 쓴 시 몇 개가 눈에 띈다. 12월을 보내며 시인이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

시인의 연배 탓인지 요즘엔 보기 힘든,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풍경 묘사가 시 곳곳에 녹아들었다. 엄청난 세대 차이를 느끼게 해준다. 얼마 전, 원고 작업과 관련한 자료를 조사하며 옛날에 촬영된 남사당패 마지막 세대 어르신들의 춤사위 영상을 시청한 적이 있는데 그보다 훨씬 이전의 과거가 시에 녹아들어 있다. 이쯤 되면 살아 있는 역사 기록물이자 인간문화재 같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62페이지의 <신록>이란 시에서부터 문장 간격이 좁아진다. 그러다가 다시 본래의 문장 간격으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왜 편집이 바뀐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시들이 전체적으로 내 취향이 아니었다. 뻔해 보이는 교훈적이고 수준 낮은 시도 적지 않아 아쉬웠다. 시인의 기량이 부족해 보인다. 문학에도 전성기가 있고 퇴물이 있는 듯하다. 노시인님께 예의에 어긋나는 얘기지만, 종이와 잉크가 아깝다는 생각마저 든다. 덕분에 필사할 시는 몇 개 없다. 이건 불행 중 다행이다. 이 시집을 읽기 전 이왕표 프로레슬러의 수준 낮은 경기력을 선보이는 시합 영상을 시청했는데 시집이 그 느낌이다. 잔인한 얘기겠으나 이런 시집을 낼 바에 실력 있고 잠재력이 뛰어난 젊은 문학인들에게 투자하는 게 억만 배 나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