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껏 수많은 고전이나 소설들 탐독하다보면
갑자기 주인공 기분이 돌변해서 읭? 스러울때도 많았고
사건 하나하나도 따지고보면 그렇게 논리적이지 않은데 잘만 움직이던데
작법에 따르면 어디서도 이렇게 느슨하게 묘사하라고 하질 않는데
또 기분에 취해 막 쓰지 말라고도 하고.
근데 왜 내가 본 소설들은 불충분한 설명이나 묘사여도 휙휙 건너뛰는 경우도 많고
지멋대로 쓴 느낌인데 명작임?
지금 읽고 있는 칼비노 나무 위의 남작도 그렇게 묘사가 충분하다거나 설득력이 진하다거나 하지는 않음
이런 거 보면 작법이야말로 진짜 창작심을 저어하게 만드는
무쓸모 기법인듯함
소설과 작법서의 관계는 슈팅게임과도 같음. 잘 플레이하고 있다가도 '어 내가 어떻게 이 어마무시한걸 다 피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뒤지는..
자연스럽게 잘 쓰고 있다가도 '작법서에서 이땐 이렇게 하라고 했는데' 생각들면 바로 똥글이 써지는..
'장편소설가 되기' 라는 책을 인상깊게 읽었는데 거기서도 저자가 강조하는게 자기가 쓴 이야기의 꿈에 빠지는 듯한, 일종의 몽환적인 현상을 설명할 때였음. 하긴 유명한 고전들을 읽어봐도 이건 단순한 논리가 아니라 '진짜' 감정에 취해서 단어가 움직인거야 싶은 문장들이 꽤나 많음
비슷한 의견인데, 자기 작품에 대한 지배력이 큰 사람일수록 좋은 픽션을 쓸수 있다고 생각. 시뮬레이션 게임의 시선에서 내려다보면서 여기저기 소설의 구성을 내리꽂는 식의 창작행위. 그래서 객관적으로 분석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장면도 스무th하게 넘어가게 되는거고. 왜냐면 그 세계에선 어쨌든 작동이 되니깐. 작법서의 경우는 반대로 현실 세계처럼 바닥에서부터 설계도면 보면서 찬찬히 철근 쌓고 공구리치고 하라는 식인데 막상 그 법칙대로 만들어도 되게 어설프게 작동하거나 아예 안움직임. 젓가락 종이 인형극을 보는듯한.. 그런..
그런 거 '산연기'나 '배우수업' 같은 메소드연기 즉흥연기 책들이 자세하게 다루는
결국 작법은 보조제 같은 거지,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도 쓰면서 자기 소설을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
작법은 그 자체로 작품의 평가기준이 되는 게 아니라 독자의 기호나 작가의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 거임
자세한 설명좀
가령 현대배경의 소설에서 현실에 없는 마법같은 판타지적 설정이 나온다면 당연히 독자는 크게 놀라면서 이런 설정이 서사에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하게 됨. 그런데 해당 설정이 나중에 다시 등장하지 않고 하나의 가젯처럼 소모된다면, 독자는 반대로 이런 뒤죽박죽한 가젯들이 또 나와도 놀라지 않게 됨.
둘 중 무엇을 택하느냐는 독자의 기호이고 작가의 선택임. 하지만 후자를 택한다면 전자에서처럼 환상적 설정의 감흥을 강하게 느끼긴 어렵고, 전자를 택한다면 도중에 설정을 바꾸거나 설정이 모순을 일으키면 크게 티가 나게 됨.
소설들을 가져와 일반화한 게 작법임. 결코 작법이 먼저 있고 소설이 있는게 아님.
그건 그런데 내가 꼬집는 것은 소설을 그러모아 하나의 답안이 있는 식으로 이렇게 써야한다는 식의 작법론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야 작가가 선택할 문제임. 작법공식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건 당연하고. 글쓰는 게 가끔 망망대해같은 백지에 남겨진 것 같으니 뭔가 기댈 곳이 필요한 거지. 영화 어댑테이션보면 주인공이 프로 각본가인데 하도 글이 안써지니까 평소에 개무시했던 작법강의 들으러 감, 그런 느낌임.
어떤 작법서가 이게 정답이라고 얘기함?
보통 이건 거꾸로인 경우가 많음 언어도 문법이 먼저가 아니고 체계를 정리한 것이 문법임. 작법 또한 마찬가지고... 만화도 토리야마는 작법을 모르고 그냥 드래곤볼 그렸는데 드래곤볼이 현대 액션만화의 작법 교습서가 됐듯이. 하나의 패러다임을 정리해 놓은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