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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식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너무 대충 묶어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노파심은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이라크식 마술적 리얼리즘이다. 근현대의 다분히 민감할 수 있을 만한 소재를 진지함 속에서 슬쩍 고개를 들이미는 판타지로 버무리면서 수많은 등장인물들을 다채롭게 엮어내는데, 마지막 역시 따지면 상당히 심각하고도 씁쓸한 결말이 될 법 하지만 정작 그 묘사 방식과 연출 덕에 그렇게 읽히진 않는다. '작가'가 짐을 다 내던지고 경찰들을 피해 달아나는 모습을 보면 곧바로 만화책의 그것이 떠오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더구나 반쯤 노망난 할멈으로 전반적인 평가가 다 끝났다고 생각했던 순간에, 갑자기 그 노망난 할멈의 의미 없는 성인 그림이 정말로 기적처럼 슬쩍 무명 씨를 겁박하는 모습도 참 어처구니 없다.


아마 이런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 계속 나오는 어이 없는 유머 탓에 "아랍의 카프카" 운운 하는 말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런 XX의 YYY 하는 말이 다 그렇듯, 실제로는 전혀 다른 글이지만 말이다. 씁쓸함은 거의 없다. 죽은 사람들을 제외하면, 사실 등장인물들이 나름대로 기분 나쁘지 않은 결말을 맞이했다. 다른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들이 이런 판타지스러움으로도 미처 숨기지 못한 현실의 씁쓸함으로 결말을 내리는 것에 비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꽤나 일관된 코믹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이라크에서의 폭탄 테러가 이 소설에서만큼은 할리우드 영화의 폭발 연출 같다는 생각도 든다. 밈으로 자주 들먹이는 폭발 엔딩 같은 느낌의.


물론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말답게 고딕스러운 부분도 충분히 있다. 이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 무명 씨가 여러 조력자의 도움을 받다가 점차 기존과는 다른 존재가 되어가며 그 조력자들 역시 일종의 정치 집단으로 변해가다 자멸하는 파트는 다른 파트들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도, 그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아마 실제로 이 글이 아니었다면 훨씬 더 섬뜩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것도 기대해볼만 하다.


P. S. 번역자가 약간... 오버하는 감이 있는 것 같다. "당근"이니 여러 약간 한국 느낌이 팍 나는 경망스러운 표현들이 (아마도 실제로 소설에서 그런 표현을 썼으리라 예상은 하지만) 뭔가 좀 깨는데 크게 불편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내 취향은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