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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어지면 전화해 - 리 욘도쿠


듣보라서 ㅈㅅ


작가가 재일 한국인 어쩌구라는데 그런 건 별 관심 없었고, 몇 년 전에 서점 돌아다니다가 제목이 눈을 끌어서 집었는데 표지 비쥬얼이 매우 강렬해서 읽게 됐습니다


다소의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으니 내가 이 주목받지 못한 소설의 뒷내용을 절대로 스포일러 당하기 싫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1.어떤 내용인가요?


잘생긴 N수생이 억지로 끌려간 술자리에서 예쁜 여주를 만나게 되는데, 그 여주가 네크로필릭한 취향에 심취해 있어 평범했던 남주의 삶이 점점 파멸로 치닫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여주가 남주를 직접 어떻게 해코지한다기보다는, 점점 여주에게 사상이 동화되면서 활기를 잃어간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작가가 신인이라 주제의식이 상당히 얄팍한데다가 선정적인 묘사가 자주 나옵니다.


전형적인 야하고 유치한 일본소설이라고 싫어하는 사람도 꽤 봤으니, 취향이 맞지 않는 분들은 적당히 걸러주세요





2.책의 장점은?


신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문장력이 괜찮습니다. 책이 정말 술술 넘어가요


초반 50페이지 정도를 여주와 처음 만난 술집 얘기만 하는데도 책을 덮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정말 읽기 쉽게 쓰였습니다.





3.책의 단점은?


앞서 말했다시피 딱히 주제의식이라고 부를 만한 게 굉장히 피상적이라... 묘사는 폭력적이고 선정적인데 정작 내용이 유치하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느낌이 깨나 있습니다.


대부분의 전개가 여주인공의 비뚤어진 영혼과 기행에 기대는 면이 있어서 그냥 작가 취향의 여자를 그려놓은 게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하고...


한국 독자, 특히 여성 독자의 입맛에는 잘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4.그런 책을 왜 리뷰하나요? (스포 있음!)


사실 별 것 없는 이 책을 따로 구매하고 리뷰까지 하게 된 이유는 따로 있는데, 다름 아니라 종반부에 나오는 한 문장 때문입니다.


소설이 전개와 위기를 지나며, 남주인공은 여주인공의 악의로 인해 합격한 대학에 등록금을 내지 못하게 되고 여주와 퇴폐에 젖어 죽어가는 생활을 계속합니다


여주인공에게 넌지시 결혼에 대한 의사를 묻지만 여주는 그가 재일 한국인이라 부모님이 싫어할 거라는 말로 매몰차게 거절해버리죠 (남주가 작가와 같이 재일이라는 것 또한 하나의 비판 포인트...)


이 장면 다음에 여주인공이 혼잣말하듯 차갑게 내뱉은 말이 바로 문제의 그 대사인데....



"전부 당신 때문이야. 큰 맘 먹고 자동차도 샀는데...."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언뜻 별 것 아닌 대사였지만 이 한 줄에 막혀 저는 책장을 더 넘기지 못하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앞 내용을 다시 넘겨보기도 했고,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도 이 한 문장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작중에서 여주인공은 내내 자기 자신과 주인공의 파멸을 갈구했습니다. 동반자살하자는 얘기를 하기도 하고, 고의로 현금다발을 숨겨 주인공이 대학에 가는 걸 방해하기도 했죠. 심지어 주인공 주변의 모든 인간관계를 끊어내 사회적으로 고립시켰습니다.


그런 여주인공이, 결말부까지 와서는 한다는 말이 "전부 당신 때문이야. 큰 맘 먹고 자동차도 샀는데..." 라니? 뭘까요? 이 실망한 듯한 반응은?


자동차를 구매한 장면은 앞에서 나오지만 그저 여행을 가기 위한 용도 정도로밖엔 묘사되지 않습니다.


겨우 이 한 문장 때문에 별 볼 일 없는 이 소설을 다섯 번 정도 정독했지만 아직도 '이건 확실히 이런 뜻이다!'라는 해석을 내놓지 못하겠습니다....


책이 워낙 유명하지 않아서 인터넷에 해설이나 장문 리뷰 같은 것도 돌아다니지 않고요


현재로서는 '사실 여주인공은 남주인공이 자신을 죽음에 중독된 삶에서 구원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것도 영 시원찮은 구석이 많은 해석인 것 같습니다.






군복무 시절에 부대에 가져온 이 소설을 여기저기 빌려준 적이 있는데,


독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아무개 선임은 "이 책 재밌는데? ㅈㄴ야함"이라고,


나름 독서파에 속했던 B 선임은 "야 앞에 내용은 그냥저냥인데 마지막에 그 대사 뭐냐...?"라고 말하며 책을 돌려줬습니다.


딱 이 책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반응인 것 같습니다.


혹여나 이 책을 읽은 분이 여기 계시다면 저 대사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듣고 싶네요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