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사지 마라. 참 끔찍하게도 재미가 없다.

보이저는 무인 탐사선 보이저 호가 갑자기 작동은 하는데 앞으로 가질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작가의 전공인 항공우주공학이 상당히 잘 발휘되며 우주인들은 보이저로 도달하게 되고, 탐사를 해보니 보이지 않는 벽이 있어서 드론이나 그 무엇도 통과할 수가 없다는 것이 밝혀진다. 심지어 다른 방향에 있던 무인 우주선까지 그 벽을 마주한다. 태양계가 보이지 않는 벽으로 둘러싸여 갇혀있다는 말이다.

근데 그 벽이 왜 있냐고? 안 밝혀진다. 원리는 뭐냐고? 안 밝혀진다.

거기까진 이해할수 있다. 일부로 설정을 미지로 둬서 공포감을 연출은 흔하니까. 사실 우리는 태양계 저 너머로 갈 수가 없는 운명이라고 하면 꽤 그럴듯한 소재거리 아닌가? 그 사실을 마주했을 때의 인간 군상을 조금 그리며 끝냈으면 적절한 생각거리를 던지면서 잘 끝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작가의 엄밀한 고증을 담은 보이저를 향한 여정이 무색하게도 엔딩은 책이 책의 내용을 전면으로 반박한다. 지구의 과학자들이 주인공 우주인에게 증거도 없는데 무슨 소리냐? 같은 소리를 하면서 반박한다. 드론은 다 부숴지고 데이터는 귀환 중 사고로 소실된데다 다른 방향의 무인 우주선은 다시 보니까 그냥 잘 가고 있댄다. 그럼 증언 뿐인데 그걸 어떻게 믿느냐? 라는 것이다.

이게 진실이 두려워서 그러는 것으로 묘사가 되는 것도 아니고 진짜 그렇게 생각해서 그렇게 반박하는 걸로 묘사가 된다. 그럼 대체 그러는 의도가 뭐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개고생해서 우리 태양계를 가두는 보이지 않는 벽을 마주하고 왔더니 그게 사실 없댄다. 그럼 남는 게 뭐야? 책의 전체 내용을 책이 전면으로 부정하면 이 책이 시발 대체 뭐가 남지? 작가가 고증을 빡세게 했다는 사실? 참 귀중하고 가치있는 사실이다.

허무한 게 아니라 어이가 없다. 난 허무한 엔딩과 어이가 없는 엔딩은 다르다고 생각하며 이건 어이가 없는 쪽이다.


화성탈출은 그냥... 그저 그렇다. 너무 그저 그래서 다시는 찾아보고 싶지 않은 소설이다.

이걸 1990년에 읽었으면 재밌었을 것 같다. 인간을 경멸하는 인공지능의 반란은 지금 시대엔 너무 흔한 소재가 아닌가? 심지어 그 엔딩도 결국 인간이 어떻게든 이겼다다. 심지어 이기는 방식도 "하하 데이터로만 보는 인공지능은 실제로 부딪치고 경험하는 인간을 이길 수 없지"다. 참 재밌는 소재다.

물론 이거 말고 안에서 다른 소재로 화성과 지구를 오가는 외계 문명의 순간이동 구조물도 있긴 한데 정말 못 써먹었다. 거의 주인공들이 필요할 때만, 또는 이득이 되도록 작동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소재가 됐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괜찮은 소재라면 배경이 화성이라는 것이다.


보이저는 끝맺음을 잘 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크게 남는 반면에 화성탈출은 그냥 재미가 없다. 소재부터 하나는 흔하고 낡은 소재를 데려왔고 하나는 잘 살리지 못했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보이저는 아쉬움에 비교적 더 길게 적었지만 화성탈출은 뭘 적을 마음도 들지 않는다.

아주 다행히도 보이저는 절판됐다. 이걸 마주치고 호기심에 살 사람이 없어졌으니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는 불행하게도 중고로 절판된 책을 굳이 찾아서 읽은 덕에 돈과 시간낭비를 크게 해버렸다. 화성탈출은 아직 팔고 있다. 나는 사지 말라고 강하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