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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과 나쁜 날씨 저자     장석주|민음사 |2015.11.30.


이유는 모르겠으나 고서에 수록됐을 법한 번역된 시의 느낌이다. 요즘 장문으로 이뤄진 현대시들과 달리 시인이 시어를 아껴 쓴다. 시들이 대체로 짧으나 힘이 전달된다.

시인이 감방에 다녀온 게 아닐까 추측되는 시가 몇 개 보인다. 부디 내 착각이기를 바란다.

시어에 자두나무가 자주 등장한다. 시인과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후반부에 야만인을 주제로 쓴 시가 여럿 수록되어 있다. 야만인은 지금의 현대인을 의미하는 것 같다.

시들이 기묘하게 서로 이어지는, 아니 통하는 느낌이 든다. 시와 시들이 서로 얽힌 듯하다. 장 르누아르가 감독은 평생 동안 단 한 편의 영화만 만든다. 그는 그걸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반복할 뿐이다.’라는 말을 했다는데 어쩌면 시인은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 자신을 여러 조각으로 나눠 활자로 심어둔 게 아닐까.

의외로 필사하고 싶거나 작중 인용하고 싶은 시가 많이 수록된 괜찮았던 시집이다. 의도적으로 반복되는 몇몇 시어(일요일, 자두나무, 야만인 등)가 내 머릿속을 파고들어 자리 잡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