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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게 된 이유.
1. 후장사실주의에 대한 반감(을 인식)
2.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호감
미리 밝히지만, 이 글은 계기만 있고 목적은 없는 글이다. 결론이 없다는 말이다. 아 그리고 본인 필력이 구린 점도 양해 바람.
나는 후장사실주의가 좋지만 왜냐고 묻는다면 답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이 글은 그 답을 찾기 위한 시도이고 의미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른다. 나는 사실 후장사실주의가 좋은지 잘 모르겠다. 어제 『의인법』을 다 읽었는데 내가 이런 걸 좋아했다고 이게 왜 좋았던 거지 의아해졌고 오한기의 스타일이 바뀐 건가 생각해봤지만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았다.
간만에, 아니 간만이 아니라 어쩌면 처음으로 뭔가를 좋아한 것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보통은 좋아하던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되면 좋아했던 것을 잊거나 좋아했다는 사실을 잊는데 좋아한 것에 대한 이런 느낌은 처음이라 이건 사실 미련이 남은 게 아닐까. 생각해보면 며칠 전에 읽은『…스크롤!』은 재밌었어. 그러니까 이 글은 후장사실주의에게 주는 기회이자 나에게 주는 기회이다.
『내가 싸우듯이』의 번역 소식에 대한 댓글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ㅇㅇ: “거의 무국가적 정체성의 인물이 외국인 만나고 걔들도 관심 있을만한 주제, 담론하는 내용이니까 접근성은 좋을 듯. 깊이나 작법은 얄팍한 반복라는 평가를 받겠지만. 필리핀 아이돌 느낌?”
당시엔(이틀 전인데) 이 댓글을 정지돈에 대한 반감으로 느꼈지만 오늘 다시 읽어보니 나름 객관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첫 문장은 그 스타일에 대한 요약이라 딱히 이견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두 번째 문장인데, 깊이와 작법이 얄팍한 반복이라는 것이다. 난 깊이도 모르고 작법도 뭔지 모르겠지만 작법이 얄팍한 반복이라는 건 왠지 맞는 말 같았고 깊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그건 해석 나름 아닌가 싶었다.
이 생각을 사탕 빨듯이 머릿속에서 굴리고 있으니 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마티외, Matthieu Robert-Ortis는 철사 조형을 하는 조각가다. 그가 하는 작업은 이런 식이다. 이게 뭐야 근데 뭐가 보이네 뭐가 보이나 내가 보는 게 맞나 맞겠지 그런 생각이 든다. 철사라는 실체가 존재하고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도 한 방법이고 의도된 방향에서 투영된 빛이 만드는 그림자를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림자가 정답처럼 보이지만 실은 허상일 뿐이고 본질은 구불구불한 선이지만 선에서도 그림자의 모습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그림자의 형태와 조각에서 찾아낸 그림자와 동일한 형태는 뭐가 다른가. 누군가는 조각에서 마티외가 의도치 않은 모양을 찾아낼지도 모른다. 그럼 그건 실수일까 아니면 새로운 가능성일까.
나는 이런 점을 예술 분야 일반으로 넓혀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글의 방향성을 의식해 후장사실주의로 좁혀서 생각해보겠다. 조각은 현실이고 그림자는 텍스트다. 조각은 텍스트고 그림자는 감상이다. 그러니까 감상은 현실의 그림자의 그림자다. 물론 그런 건 존재할 수 없지만 어쨌든 존재하고 그림자들의 거리는 무한해진다.
객관적인 것은 불가침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모든 사건은 사실일 뿐이지만, 그에 대한 의견이 다양한 건 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편파적인 세계에는 이견이 없다.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의 인물은 어렵지 않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비논리적이지만 “작가가 그렇게 만든 건데 어쩌라고?”식으로라도 말이다. 하지만 현실, 당신과 내가 존재하는 지금 여기가 개입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현실만큼 위험한 것도 없어 보이는데 이 사람들은 대체 왜 이런 글을 쓰는 걸까. 모험을 즐기는 건지 아니면 이렇게 쓰라는 신의 목소리라도 듣는 건지 모르겠다.
어떻게 마무리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지돈의 말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치겠다.
“언어는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한다. 어떤 일을 하는지는 설명할 수 없다. 이건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니까. 단지 실천할 수 있는 일일 뿐이고 그래서 나는 소설을 썼다. 앞으로도 쓸 것이다.”
- 『…스크롤!』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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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hankookilbo.com/News/Read/201511232032456844
“후장사실주의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소설에 등장하는 문예사조 ‘내장(內裝)사실주의’를 패러디한 것이지만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도 없다”
이름이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으나 현재 한국문학계에서 주류 퀴어페미 담론과는 가장 다른 목소리를 내는 그룹임 ㅋㅋㅋ
뭔 그딴 주의가 다있냐 ㅋㅋ - dc App
문체도 후장스럽네..
내 댓글 왜 저기 있누 ㅋㅋㅋ
ㅋㅋㅋㅋㅋ 멋대로 가져다 쓴건 미안하지만... 이 글을 저 댓글에 대한 답글이라고 생각해줘
굿굿굿
바로 직전에 정지돈 읽으셨는지 정지돈 느낌나게 쓰셨네ㅋㅋㅋㅋ 철사 조형 얘기 재밌었음. 마티외 로베르 오티스 한국어로 치니까 뜨지도 않네
계속 읽으니까 물려서 쉬어갈겸 한 번 써봤는데... 재밌게 읽었다니 감사하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