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먼 화가가 그림을 그리든

훌륭한 사진사가 순간의 빛을 온전히 담아내든

거울 하나 세워놓고 '변화하는 현실을 온전히 담아내는 완벽한 그림'이라 주절거리든

아예 현실을 포기하고 물통으로 종이에 물감을 부어버리든

형식이나, 형식을 부순다는 행위나, 어느 쪽이든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그냥 마음이 끌리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

틀을 부순다는 행위에 감탄할 수도 있고, 전형적이고 상투적인 작품에 마음이 끌릴 수도 있고

뭐 그리 대수로운 거라고

작가가 페미니스트든 나치든 공산당원이든, 또 글의 주제가 페미니즘이든 나치즘이든 공산주의든, 그게 정말로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가?

사상 때문이든, 신념 때문이든, 취향 때문이든

어차피 마음에 끌리지 않는 책이라면 안 읽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