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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강연: 돈의 심리학

 

 인간은 합리적이지 못한 존재다. 우리가 흔히 접해왔던 경제학은 대개 모든 참가자가 합리적으로 결정한다는 전제조건을 가진 게임 이론처럼 지극히 합리적인 사람들의 판단과 사회적인 상황을 가정한다. 이론상으로는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가장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막상 그 전략을 채택해 현장에 운용하면 당초의 기대치를 밑도는 결과를 마주하게 되기 일쑤다. 단순한 계산 실수, 계산식의 설득력 부족,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 상황 발생 등이 이러한 실망스러운 결과를 맞닥뜨리게 하는 사유로 꼽힐 수 있지만, 그보다는 합리성을 표방하는 전략의 적용 대상이 전혀 합리적이지 못한 존재인 인간이기 때문인 경우가 훨씬 많다. 야속하게도 사람들은 경제학도들이 배운 것처럼 모범적으로행동하지 않는다.

 

 

 이번 EBS 강연의 주인공인 댄 애리얼리는 비합리적인 사람들의 행동을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의 전문가다. 애리얼리는 강연의 시작과 동시에 강연을 주의 깊게 듣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궁금해 할만한, 그의 얼굴의 왼편에만 수염이 자라는 이유를 간결하고 담담하게 젊은 시절 입었던 전신 화상 때문이라고만 언급하고 넘어갔지만, 그의 저서인 경제 심리학의 처음과 마지막에서는 자신이 전신화상을 입었던 당시를 회상하며 이 끔찍한 사고가 그의 인생을 여러 방면으로 급격히 변화시켰음을 고백했다. 팔 절단을 고려해야 했을 정도로 심했던 이 사고 때문에 현재까지도 가장 심하게 화상을 입은 부위인 오른팔을 마음껏 주무를 수 없게 되었으며 하루에 한 페이지 이상을 타이핑하지 못하는 극심한 후유증을 앓게 되었지만, 그는 이 일을 화상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서 투숙하는 동안 행동경제학에 대한 최초의 의문과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애리얼리는 팔을 절단하지 않은 대가로 짊어지게 된 극심한 후유증과 불편을 자신의 불완전한 팔과 저울질해봤을 때, 차라리 그 때 팔을 자르는 선택을 하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그 때로 돌아간다면 팔의 기능을 온전히 살리는 선택을 했던 과거와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도 단언했다. 요즘은 워낙 품질 좋은 의수가 많이 출시되었기 때문에 차라리 아직까지도 화상 후유증을 앓고 있는 지금의 팔보다 의수가 훨씬 유용하고 편안했으리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스스로 신체의 일부를 포기한다는 결심을 내리는 것은 행동심리학의 전문가인 애리얼리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비합리적인 행동을 일삼는 이유는 단순히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 심리학에서 줄곧 이야기하고 있는 인간 습성의 몇몇 예시들은 그럴듯하면서도 합리적으로 생각하고자 하는 습관에 묻혀 직관적으로 예측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사람들은 더 많은 성과급을 제공하는 만큼 더 높은 업무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관점과 다르게 더 많은 돈이 성과급으로 걸려 있는 경우 극심한 부담감과 긴장감 때문에 일을 오히려 그르치기도 하고, 복수심을 품고 최대한의 이윤을 추구하는 합리적인 선택지를 포기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비극적인 일을 당한 이역만리의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공감하기 수월한 주변 사람의 불행에 더 많은 동정심을 보이고, 비슷한 성과나 아이디어더라도 자신의 손이 더 많이 탔다면 그것을 훨씬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무의식적으로는 떠올리기 힘든 습성들이지만, 아마 경제 심리학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습관과 책의 내용을 자연스럽게 견준 후 애리얼리의 주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애리얼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매우 명료하다경제 심리학은 비합리적인 인간들에 대한 흥미로운 예시를 술술 구체적으로 풀어놓았고, 이는 사람을 대할 때는 직관적이고 피상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한 문장으로 간단히 요약된다. 사람은 이토록 비합리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이론을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특히 현대인이라면 예민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돈의 흐름에 관한 일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애리얼리처럼 행동경제학을 전문적으로 전공하는 경제학도가 그렇게 많지 않지만, 훗날의 행동경제학은 지금의 좁은 입지보다 더 높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