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존나게 맞는 말이다.


철학은 아무래도 다른 일과 병행해서 하는 게 좋은 편이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나는 철학과를 나왔기 때문이지.


재정적으로 무용한 학문이고


철학에서 돈벌이라고 하는 건 학문적 깊이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다.


왜냐면 '썰'이기 때문이야.



그 썰이 무용하냐고 하냐면, 꽤 유용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하니 강조되는 거지만 극도로 소수의 썰이 필요한 거다. 그래서 그 굴레를 통과하기 힘드니까 보험적인 측면에서 다른 생계수단도 같이 마련하길 추천한다.



한 선생님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한다.


대학교 2학년, 서양 철학 수업을 들으며 어떤 질문을 했다. 퉁쳐서 말하는 이유는 특정될 수도 있을 거 같아서.


어딘가 알 수 없는 부분부터 웅얼웅얼하시면서 설명하시더라고


10분쨰 설명을 듣고 있자니까


아... 내가 c라는 걸 질문해서 그 의문을 알기 위한 a부터 대답해서 b까지 이끌어내어 c를 말하시는 거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존나게 의미없는 학부생의 질문에 그 정도 성의를 보이는 데에 말 그대로 감동해서 꽤나 열심히 수업을 들었고


수업은 c+를 받았다.


이 수업은 심지어 시험조차 노트북을 동반할 수 있는(=논문을 볼 수 있는) 오픈북이었기 때문이다.


나? 꽤 열심히 수업들어서 논문을 안보고 써도 논문을 이길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 처참한 대학생이고, 이메일로 문의해보니 답안지가 형편없었다는 답을 들었다.



그 후 이 분 수업은 있을 떄마다 신청해서


한번은 a, 마지막 수업도 a+를 받았다.


전 수업에 a를 받은 이유는 12시까지 제출이었는데 12시 2분에 제출해서 감점된 거 같다.



마지막 수업에서


시험 시작 20분 전 아직 혼자 있는 강의실에서 마지막 질문을 했고 응답을 받았는데,


그 찰나에 왜인지 좆같음이 솟구쳐올라서


'애들 어차피 공부 안하고 논문 베껴쓸껍니다. 이새끼들 수업할 때 집중 안하는 거 보시지 않았습니까'라고 말하자 


'ㅎㅎㅎ그래도 공부는 되지 않겠어?' 라고 답하시기에 할 말을 잃어버렸고.


나는 다시 한번 논문을 이용하지 않은 답을 냈다.



졸업할 떄가 되어 졸업하니까 한말씀 해달라고 찾아가니


담배를 그렇게 맛있게 빠시고는


'세상은 존나 불공평하다는 걸 알아야 돼'라고 한마디 하시더군.




세월이 흘러 아는 동아리 후배가 철학과 수업 듣겠다며 철학과 수업 목록을 보냈는데


그 선생님 이름이 없어서 구글에서 이름으로 검색해봣다. 


지금 좋은 대학에서 정교수로 임용이 되어 있으시더군...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뭐 철학으로 밥 빌어먹고 힘든 거 일단 맞고.


그러니까 이런 글로 희망을 삼지는 마라 절대로.


그런데 이런 분도 있다는 걸 알리고는 싶었다.


나도 순수 국내파인 그 분이 국내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가 되어 있다는 거에 대해서 


정말 순수하게 띠용했거든.



이 분은 극히 예외적인 케이스라는 걸 다시 한번 밝힌다.


그러나 이런 경우도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을 뿐임.


완장이 잘라도 불만이 전혀 없는 글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