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ch fromm의 the forgotten language에 실린 해석임


주인공 요제프 K는 30살이 되는 생일날 기소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됨. 카프카가 소송을 쓰기 시작했던 해에 나이가 31살이었음. 즉 소송에는 당시 카프카의 경험과 심리가 그대로 녹아있다고 봐도 됨. 정확히 말하면 30살이 되며 30대로 넘어가는 회사원의 심리가 녹아있음

주인공은 미혼이고, 딱히 신뢰하고 의지할만한 인간관계가 없음. 일을 열심히 하긴 하나 업무나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모두 인간적인 충족을 가져다주지 못함. 30살의 생일을 이전에도 K는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았고, 소송당한 이후에도 주인공은 자신이 왜 소송당했는지 이해하지 못함. 신부나 판사가 이야기하듯이, 소송은 K의 개인적인 문제일 따름임. 법원은 주인공에게 경고할 뿐이지, 주인공의 삶을 전혀 방해하지 않아. 소송을 당한 후 K의 삶이 전혀 진전하지 않는 것은 법원의 탓이 아니야. 그건 K가 30대가 되었고, 만족을 주지 못하는 직장에서 죽을때까지 일해야하는 운명에 놓였기 때문이고, 자신의 꿈과 삶의 과제를 묻어둔채 정신이 일상에 중독되도록 놔두고 있기 때문임. K는 직장상사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고 소송이 진행되는 절차를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지는 못함. K는 헛된 노력을 통해 진짜 문제를 회피하려하고 있으므로 K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우스꽝스러운 무언극처럼 보이는 것은 당연함

K가 문제를 인식하는 방법 또한 K의 미성숙함을 드러내고 있음. 생일날 아침, K는 하숙집의 요리사가 식사를 가져다주지 않았음을 의야해하며 하루를 시작해. 즉 K는 주거와 식사에 있어서 타인에게 의존적이며 만일 둘중 하나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저 닥쳐오는 재앙을 어리둥절한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위치에 놓여있음. 이해할 수 없는 소송은 그저 K의 삶에 닥쳐올 문제에 대한, K가 묻어둔 불안에 대한 상징에 불과할 뿐임. K는 여러 여성을 통해 구원을 얻으려하지만, 오직 여성에게서 받으려고만 할 뿐이지 무언가를 주려는 시도도, 여성과 생활이나 미래를 만드려는 시도도 하지 않아. 연애 관계는 피상적인 목적에 의해서만 시작되고 K는 여성에게서 정보, 도움, 인맥을 얻어내려고만 할 뿐임. K의 30살 생일이 이미 지났음에도 여성에게서 모상을 찾고 있단 사실을 생각하면 아주 절망적이야. 목사는 K에게 여자에게서 도움을 구하는 것을 그만두라고 경고하지만 K는 끝까지 이해하지 못해

K는 31살이 되는 생일날 채석장에서 심장이 찔려 죽어. 마지막 순간, K는 멀리 건물에서 사람의 그림자를 보며 친절한 구원자의 형상을 떠올리고, 그제서야 자신에게 부족했던게 뭔지를 깨달아. K는 죽음에 직면해서야 진심어린 소통과 인류애의 가능성을 깨달음. 악몽들이 으레 그렇듯 우리는 문제로부터 달아나는데 실패하고 이윽고 땀을 흘리며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됨. 하나 악몽에서 깨어났다고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침대에서 눈을 뜨는 순간에 그제서야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주워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함